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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성의 사주 사랑(舍廊)]- 양반가의 며느리 찾기

2021-01-2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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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회 ‘어머니 덕분에 장가가는 노총각’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우리나라 전통 양반고을의 종갓집 종부이다. 옛날은 모르겠으나 오늘날 양반가라고 해서, 종갓집이라고 해서 특별나게 혹은 유별나게 며느리를 고르지 않는 어머니였다. 유독 집안을 중시한다거나 직업을 따진다거나 하지 않았다. 평범하였다.

2020년 그 어머니는 어떻게 필자를 알았는지 전화로 아들의 궁합을 외뢰해왔다. 전화로 궁합을 물어왔다고 전화로 궁합 내용을 전달하면 여러 가지 애로와 미진한 부분이 많아서, 필자는 궁합내용을 문서로 작성한 다음 이메일이나 카톡으로 보내주는 방법을 쓴다. 필자로서는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지만 궁합의 중요성을 위하여 그리고 의뢰자의 편의를 위하여 이 방법을 사용한다.

전화로 궁합상담을 할 때 생기는 애로와 미흡은 대개 이렇다. 첫째 사주내용과 궁합내용을 기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록성이 없다는 뜻이다. 의뢰자는 필자가 말하는 내용을 메모하거나 기억해야 하므로 본인도 장기 보관이 어렵고 결혼 당사자(아들 혹은 딸)에게 정확히 전달하기도 어렵다. 자칫하면 내용이 왜곡돼서 전달될 위험도 있다.

둘째 궁합을 보는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적합한지 혹은 부적합한지를 설명하려면 도표도 사용해야 하는데 전화상담을 하면 설명에 필요한 기준과 도표를 올바로 보여줄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궁합내용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고 의뢰자는 그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의뢰자는 그저 궁합이 좋다, 나쁘다는 결론만 기억하고 그걸 당사자에게 전달하면 당사자는 그 이유를 모르니 답답해 한다.

셋째 궁합내용을 문서로 만들어 이메일이나 카톡으로 보내주면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다. 의뢰자인 어머니가 받아서 당사자인 아들이나 딸, 혹은 지인들에게 보내 정보를 공유하면서 협의할 수 있으니 며느릿감 혹은 사윗감 고르는 일에 더 신중을 도모하게 된다. 말(전화)로 하면 전달과정에 오류가 생기고 와전될 수 있지만 문서로 하면 그런 우려가 없다.

넷째 결혼은 인생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설혹 배우자복을 나쁘게 타고났더라도 궁합을 통해서 적절한 배우자를 만나면 배우자 덕을 볼 수 있고, 비록 배우자복을 좋게 타고났더라도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부적절한 배우자를 만나면 결혼에 실패를 맛보게 된다. 궁합은 그 결혼의 적합과 부적합을 판단하는 훌륭한 도구이다. 궁합은 백년지대사를 결정하는 잣대이므로, 올바로 읽고 보고 판단하라고 문서로 작성해 주는 것이다.

궁합내용을 문서로 작성해 보낸다고 해서 그걸로 끝나지는 않는다. 이후 궁금 사항이나 의문 사항은 전화로 묻고 답하는 피드백 과정도 있다. 궁합내용은 당사자의 선천복(성격·건강·배우자복·재물복·자식복·관복 등)과 이 선천복이 장차 10년 단위로 평생에 걸쳐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아는 후천운, 그리고 두 사람이 상생과 조화의 만남인지 상극과 부조화의 만남인지를 설명하는 궁합 등으로 구성된다. 설명이 자세하여 이후 전화로 추가 질문을 해오는 경우는 드믈다.

종갓집 종부는 며느릿감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필자에게 궁합을 물어왔다. 아들이 며느릿감과 만나는 중에 궁합을 물어온 적도 있지만, 아들에게 그 며느릿감을 소개하기에 앞서 궁합을 물어온 적이 대부분이다. 필자가 이러이러한 이유로 만나볼 필요조차 없다고 하면 아예 아들에게 미팅을 권하지 않았고, 이러저러하게 좋은 편이니 만나보라고 하면 아들에게 만남을 적극 권유했다.

종갓집 종부는 현명했다. 사전에 궁합을 먼저 보고 만남을 갖도록 하니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유익한 결과를 가져왔다. 혼처가 나왔다고 무작정 만나다 보면 실제론 인연이 아닌 걸로 판단하기까지 시간이 깨지고 돈이 깨지고 마음도 깨진다. 실제론 잘못된 만남인데 몇 번 만남으로 정이 들어버린 상황에서 궁합이 나쁘다는 판정을 받게 되면 마음을 정리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종갓집 종부는 무엇보다 필자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그리고 명리학에 대한 신뢰와 정통궁합법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필자가 판단해준 궁합 결과를 근거로 삼아 최종으로 한 규수를 며느리로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이 길고 세월도 길었지만 종갓집 종부는 꾸준하였다. 좋은 며느리를 맞이하기 위하여 줄기차게 성심성의와 지극정성을 쏟는 종부에게 절로 박수가 나왔다. 한 번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종갓집 종부의 품격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아들도 대단하였다. 앞 회에서 “그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는 어머니다. 어머니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어머니가 찍어준 여자와 결혼하면 실패가 없을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한마디 거부 없이 어머니의 말을 수용했고, 한마디 군말 없이 어머니의 이끎에 따라 좋은 신붓감을 얻었다.

 

■우호성<△언론인(전 경향신문 영남본부장)△소설가△명리가(아이러브사주www.ilovesajoo.com 운영. 사주칼럼집 ‘명리로 풀다’출간)△전화: 010-380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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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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