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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성의 사주 사랑(舍廊)]- '출산택시(出産擇時)'로 얻은 손자

2021-03-1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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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며느리의 해산을 기다리며
필자에게 2016년 1월은 유난히 긴 달이었다. 집안에 흉사가 닥친 때문도 아니요, 개인적으로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을 당한 때문도 아니다. 오히려 집안에 경사가 났고 개인적으로도 무한히 기쁜 일이 생겼다. 경사란 둘째 며느리가 둘째 아들(필자의 넷째 손자)을 출산한 사건이고, 기쁜 일이란 둘째 며느리가 출산을 하되 필자가 염원한 시간대에 출산을 한 사건이다.

그런데 왜 1월이 유난히 긴 달이었단 말인가? 그건 출산택일 때문이다. 곧 둘째 며느리가 둘째를 출산하는 시점에 대해서 필자가 걱정하고 우려하느라 노심초사한 때문이다.

둘째 며느리의 출산 예정일은 2016년 1월 모일이었다. 명리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날에 태어나는 아기(손자)의 운명은 과연 어떤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기가 이날에 태어난다는 가정 하에 이날의 사주를 비롯해, 첫째가 예정일보다 며칠 앞당겨 태어난 점을 감안해 이날 전 8일 기간의 사주, 그리고 예정일보다 늦을 수 있다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이날 후 12일 기간의 사주 등 모두 274개의 사주 곧 274개의 인생모델을 뽑았다.

그리고 △주체 강건△건강 양호△재물복 보통△배우자복 우량△자식복 무난△관복 우수 등을 ‘좋은 운명’의 기준으로 삼고, 그렇지 않을 경우는 ‘나쁜 운명’의 기준으로 삼아 그 길흉을 감정해 보았다. 위 다섯 개의 조건에 완전히 부합하는 사주는 없었다. 좀 넘치거나 모자라는 점은 있더라도 다섯 조건을 고루 갖춘 사주는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주는 출산 예정일과는 너무 먼 날에 있어서 취득 가능성이 희박했다.

이렇게 274개의 사주를 뽑아 감정한 것은 출산택일을 위한 일은 아니다. 둘째 며느리는 본디 임신과 출산이 순조로운 여성(명리로 보면 보인다)이어서 난산으로 인한 제왕절개를 할 필요성이 없을 뿐더러 본인이 택일출산을 희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왕이면 좋은 날 좋은 시에 태어나길 바라는 염원에서 그랬고, 그리고 행여 유도분만을 해야 한다든가 만에 하나 개복분만을 해야 할 경우에 대비하자는 생각에서 그랬다. 그래서 둘째 며느리에게 혹시라도 출산 기미가 보이면 꼭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아무튼 둘째 며느리는 예정일 전에는 전혀 산기가 없고 예정일도 넘겨 며칠 후엔 유도분만을 해보자고 의사가 권했지만, 둘째 며느리는 유도주사를 맞으면 아기에게 해롭다며 온전히 자연분만하겠다고 버텼다. 그렇게 예정일이 3일 지나던 날 아침,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둘째 며느리가 부랴부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덜컥 걱정이 엄습했다. ‘둘째 며느리가 병원에 도착하는 시간대인 묘시에 출산하면 안 되는데…’. ‘그리고 다음 시간대인 진시에 출산해도 안 되는데…’. 왜냐하면 묘시생과 진시생이면 소심하고 나약하고 우유부단하며(주체 미약), 건강이 나빠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참 힘든 인생이기 때문이었다.

걱정이 크지만 위급하게 병원으로 간 둘째 내외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는 가벼움을 보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오로지 홀로 노심초사하고 용을 쓰며 간절히 기원하는 길밖에 없었다. 그런 차에 둘째 며느리에게 문자 메시지가 왔다. 때는 진시였다.
“아버님. 급하게 병원에 오느라고 연락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순산하고 갈게요.”

‘아! 여유가 있구나. 이렇게 문자 보낼 여유가 있다면 아직 산통은 오지 않은 것이니 출산 때는 멀었구나.’ 하고 안도했다.


넷째 손자의 출생을 기다리며
둘째 며느리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보고 ‘출산 때는 멀었구나’하고 안도는 했지만 안심할 순 없었다.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다. 필자가 병원에 간다고 해서 출산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나쁜 시간대에는 출산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을 둘째 며느리에게 전해주고 싶었고, 집에서 용쓰며 걱정하는 것보다는 당사자의 옆에서 걱정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병원으로 갔던 것이다.

둘째 며느리는 분만 대기실에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혼자 앉아 있었다. 아직 산통이 오지 않아 출산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은 만큼 제 남편을 비롯해 그 어떤 보호자의 도움도 필요 없는 상황이어서 모두 철수한 상황이었다. 둘째 며느리 옆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필자는 미리 적어 둔 메모를 몰래 꺼내 보았다.

오늘 출생 시간대 중 좋은 때와 나쁜 때와 보통 때를 점검해 준 메모였다. 나쁜 때는 사시·오시·미시·유시·야자시생이고, 좋은 때는 해시이고, 보통 때는 신시·술시였다. 해시생이면 주체가 강하여 다행인 가운데 부족하고 미흡한 복분이 있기는 하지만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 혹은 문장가로서 일가를 이루며 배우자와 화락하게 살 인생이었다.

신시생이면 주체가 약간 미약하지만 배우자복·재물복·자식복·관운 등을 누리고 살 수 있는 인생이고, 술시생이면 신시생보다는 굴곡이 좀 있지만 그런대로 살 만한 인생이었다. 하지만 사시·오시·미시생이면 나약하고 심약해서 한 세상 살아가기가 참 고달픈 인생이고, 유시·야자시생이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동반자인 배우자와 불화하여 불행한 삶을 살 인생이었다.

그래서 둘째 며느리에게 일단 “아기가 오후 3시 30분 이전에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더니 둘째 며느리는 “산통이 아직 오지 않으니 그 시간대에는 아기가 나오지 않을 겁니다.”라고 했다. 그러면 아기가 사시·오시·미시생에 해당되지 않으니 이 얼마나 큰 천만다행인가.

이렇게 분만대기실에 앉아 있던 중 남자아이 하나가 제왕 절개를 통해 사시에 태어나고, 여자 아기 하나는 정상분만을 통해 오시에 태어나는 것을 목도하였다. ‘아가야. 부모의 보살핌과 주위 사람들의 지원과 응원을 받아 힘차게 이 세상을 살아가길 바란다.’ 필자는 기원을 보냈다.

오후 2시쯤 둘째 며느리에게 아기를 낮에 낳게 된다면 신시에 낳았으면 좋겠고, 밤에 낳게 된다면 해시에 낳았으면 좋겠다는 기원을 남기고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 유시와 야자시 출산은 피했으면 좋겠다는 말은 입 밖에 내지는 않고 속으로만 빌었다. 시아버지의 소원에 “예!”하고 답하는 둘째 며느리의 말에 자신감이 차 있고, 출산을 임하는 자세가 너무나 당당하여 꼭 그래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윽고 이날 둘째 며느리의 출산 소식은 밤 10시 지나서 들려왔다. 만세! 넷째 손자는 배우자와 불화하는 유시와 자시는 물론 파란곡절 많은 술시를 넘어, 필자가 염원하던 대로 이날 중 가장 좋은 해시에 태어났으니 만세! 둘째 며느리 만세! 넷째 손자 만세! 필자는 나도 모르게 만세를 불렀다.

필자가 만세를 부른 까닭은 세 가지다. 하나는 넷째 손자가 이날 중 나쁜 시간대는 피해서 태어났다는 안도감이다. 둘은 이날 중 필자가 소원하던 시간대에 태어나 필자의 성격과 기질을 닮았다는 일체감이다. 셋은 필자는 일점의 소질을 타고났으나 운이 따라주지 않아 그마저 실현하지 못했지만, 손자는 필자와 닮은 소질을 타고난데다 그 복과 운의 크기가 필자보다는 낫다는 희망이다.

필자가 가상으로 출산택일을 하면서 ‘좋은 운명’의 기준으로 삼았던 다섯 가지는 △주체 강건△건강 양호△재물복 보통△배우자복 우량△자식복 무난△관복 우수 등이라고 했다. 넷째 손자는 이 다섯 가지를 구비하지는 못했다. 모자라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 미흡 부분은 나중에 배우자 선정(궁합)을 통해 보완하면 되리라 믿는다. “이 세상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날 중에서 나쁜 운명의 시간대는 피하고 나와서 장하다.”

 

■우호성<△언론인(전 경향신문 영남본부장)△소설가△명리가(아이러브사주www.ilovesajoo.com 운영. 사주칼럼집 ‘명리로 풀다’출간)△전화: 010-380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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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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