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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한국뇌연구원과 함께하는 '생활 속 뇌 이야기'<끝〉] 뇌라는 컴퓨터 안에는

2021-04-06

증명사진_김범수
김범수 박사(한국뇌연구원 선임연구원)

여러분의 컴퓨터에는 무엇이 중요한가. 기성품 컴퓨터의 성능은 CPU(중앙처리장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대략 결정된다. 하지만 가성비가 뛰어난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다소 낮은 사양의 CPU를 80기가바이트 하드디스크, 작은 용량 메모리 하나에 외장 그래픽 카드 없이 250와트짜리 전원공급장치로 컴퓨터 스위치를 켠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두어 단계 낮은 등급의 CPU이지만, 적절한 부품들과 조합된 컴퓨터가 되레 더 빠르고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줄 것이다.

컴퓨터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CPU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다른 장치들을 '어울리게' 넣는 것이 필수이고, 그렇게 해야만 최신 컴퓨터 게임의 화려한 그래픽을 부드럽게 즐기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뇌는 '컴퓨터'라 말할 수 있다. 뇌 속에는 가장 중요한 8억6천만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하며, 이들 사이의 전기신호 전달에 의해 수많은 정보들이 처리된다. 우리는 이를 통해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하며 기억하게 된다. 하지만 많은 이가 착각하는 것은 신경세포의 활동만이 뇌활동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신경세포는 컴퓨터 자체가 아닌 CPU라 할 수 있겠다. 그러기에 CPU뿐 아니라 다른 여러 종류의 부품(뇌세포)이 원활한 신경 신호전달 과정을 위해 적절한 도움을 주어야만 뇌가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뇌연구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단지 접착제(glue)라고 생각했던 신경세포 주변의 뇌세포인 아교세포(glia)들에 대한 연구인데, 이들이 정상적인 뇌활동에 생각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별 모양을 닮았다고 별세포(astrocytes)라고 불리는 세포는 아교세포의 한 종류인데, 신경세포와 뇌혈관 사이에 존재하는 세포로 뇌의 전원공급장치라 말할 수 있다. 컴퓨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필요할 때 알맞은 용량의 전류를 공급해 줄 수 있는 전원공급장치가 필요하듯 신경세포의 활동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를 혈액에서 받아 신경세포가 바로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한다. 신경세포가 갑자기 큰 활동이 필요한 때에는 별세포가 보다 많은 혈액을 해당 부위에 흐르게 유도해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받도록 한다.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를 이용한 뇌 활동영상은 이런 혈류량의 변화를 감지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시각화하는 방법임을 생각할 때 상당히 정교하게 조절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희소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s)라 불리는 특별한 아교세포는 뇌의 정보처리속도를 높이기 위해 물속에 피복이 노출돼 있는 구리선과 같이 신경세포의 축삭 및 수상돌기에 절연체(미엘린)를 칭칭 감기게 해 수초 (myelin sheath)를 형성시킨다. 수초화 된 부분은 전기신호의 전도가 전선처럼 도약되기 때문에 단일 신경세포에서 긴 거리의 신경신호전달(감각, 운동신호 전달 등)이 빠르게 전달되게끔 돕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미세아교세포(소교세포, microglia)라는 아교세포가 있다. 뇌 속에서도 컴퓨터를 사용하다가 여러 오류들이 쌓여 성능이 저하되는 것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어지간한 오류는 레지스트리 청소나 찌꺼기 파일을 제거함으로써 성능이 유지되는 것처럼 뇌에서는 뇌 속 청소부인 미세아교세포가 과하게 형성된 신경세포 사이 연결 시냅스를 제거하여 적절한 신경신호전달 체계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뇌전증은 이런 과도한 시냅스가 적절히 제거되지 않아 생기는 현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 바이러스 시스템과 같이 내외부에서 뇌를 침범하는 이상단백질 및 병원체들을 제거하는 역할도 하는 중요한 뇌세포이다.

이처럼 뇌라는 컴퓨터 안에는 CPU의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 이외에 아교세포라는 주변장치가 존재한다. 컴퓨터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든 부품의 역할과 기능을 알아야 하듯이 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경세포와 아교세포들 전체의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 앞으로는 신경세포보다 상대적으로 호기심이 덜했던 아교세포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 있다.

김범수 박사(한국뇌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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