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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 (22) '라멘 원정대'를 결성하다

2021-04-12 13:48

연차가 쌓이면서 업무 영역이 확대되다 보니, 업무로 유독 바쁜 날이 일주일 중에 하루는 꼭 있다. 일을 마무리하는 데 힘을 쏟다 보면 퇴근 후에는 집에서 손 하나 까딱하기 싫어진다. 그런 날에는 무조건 밖에서 저녁을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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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동 전문점 마츠야와 돈까스 전문식당 마츠노야 메뉴.
즐겨 찾는 곳은 규동(일본식 소고기 덮밥) 전문점 '마츠야(松屋)'와 돈까스 전문식당인 '마츠노야(松の屋)'. 

 

밤 늦게까지 영업하는 데다 1인 좌석이 다수 있어서 퇴근 시간에는 혼밥하는 직장인을 적잖게 목격할 수 있다. 일본 전국에 체인점이 있고 금방 조리돼 나오는 음식, 혼밥하기 좋은 분위기, 한끼 식사를 1만원 이하로 해결할 수 있는 부담 없는 가격 등으로 일본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치 한국의 '김밥△△'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지인들도 늦은 퇴근 후엔 주로 밖에서 저녁을 사먹는다고 하는데, 마츠야와 같은 가게에서 사먹거나 도시락으로 포장해 집에 가져 간다. 때론 편의점에서 빵이나 주먹밥으로 간단하게 때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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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처음 맛본 탄탄멘과 교자.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라멘을 먹으러 전문식당을 순례하곤 했다. 첫 외국인 사원인 필자와 동료가 업무에 적응하느라 힘든 시기를 보내던 입사 초기였다. 당시 조금은 어색한 사이였던 상사가 퇴근 후 세 명이서 라멘 먹으러 가는 건 어떻겠냐고 불쑥 제안했다. 

 

 때마침 매운 음식이 그리워지던 참이었고 상사와도 더 얘기해 보고 싶어서 흔쾌히 길을 나섰는데, 처음 먹어본 라멘의 매력에 그만 푹 빠져 버리게 됐다. 얼마나 맛있었던지 세 명 모두 먹는 데 집중하느라 대화 나눌 틈도 없었던 기억이 난다. 내친김에 우리 셋은 아예 '라멘 원정대'를 결성했다. 


가장 좋아하는 라멘은 처음 맛본 바로 그 '탄탄멘'. 닭으로 낸 육수에 고춧가루와 마늘이 듬뿍 들어 있어 한국인에게 익숙한 '매콤 짭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필자의 일본생활 적응에 도움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날 이후 세 명은 퇴근 시간이 맞는 날이면 언제나 함께 라멘을 먹으러 다녔는데, 이걸 계기로 상사와의 거리감도 좁힐 수 있었다. 한일 간 문화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일본 생활에서 궁금한 점을 질문하며 직장 동료로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 

 

지금은 예전처럼 함께 라멘을 먹으러 가지 못해 너무 아쉽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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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필자 소개 

 

전혜민 엔지니어는 대구에서 태어나 성화여고를 졸업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에 입학, '일본취업반'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2월 졸업 후 일본 '라이풀(LIFULL)'의 자회사인 '라이풀 스페이스(LIFULL SPACE)'에 입사했다.
 

몇 년 전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취업 선호도에서 라이풀은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인기 높은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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