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리스 '피보팅' 전략처럼
예상못한 상황·난관 만나면
모든 조직 방향전환은 필수
재보선서 참패한 집권당도
정책기조 변화 의지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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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업 객원논설위원 |
4·7재보선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정운영 방향이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5%에 불과했고 재보선마저 참패로 끝난 지금까지 국정쇄신은커녕 어디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최근 이루어진 집권당 지도부 선출과 개각 인사들을 봐도 정책기조 변화의 의지로 읽기는 어렵다. 그들이 모를 리 없는 마오쩌둥의 담담타타(불리할 때는 대화하고 유리할 때는 친다)나 덩샤오핑의 도광양회(고통을 참고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린다)에 깔린 전략적 유연성은 온데간데없다.
1980~90년대 세계 농구를 지배했던 마이클 조던. 그가 40대에 이르기까지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엄청난 공격력은 그의 피봇 플레이로부터 시작된다는데 별 이견이 없다.
피봇(pivot)은 농구나 핸드볼에서 한쪽 다리는 축으로 고정하고, 다른 쪽 다리는 여러 방향으로 회전하며 다음 움직임을 준비하는 동작을 의미한다. 골대 쪽으로 질풍처럼 드리블해오다가 상대방의 밀집수비에 막히면 빈 공간을 노리는 피봇 플레이가 시작된다.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는 이 스포츠용어를 사업 분야에 적용하여 피보팅(Pivoting·방향 전환)을 기업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소비자의 변화무쌍한 욕구에 맞추며 새로운 방향으로 사업을 신속하게 전환하는 전략으로 정의한다.
'배달의 민족'은 애초 114처럼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앱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사업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김봉진 대표는 방대한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포기하는 대신 음식점 전화번호를 타깃으로 삼았다. 음식점에 한정하니 자연스럽게 주문과 배달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사업모델을 피보팅, 즉 방향 전환하여 성공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온라인 여행 플랫폼인 마이리얼트립의 해외 사업 비중은 99%에 달했다. 2020년 세계를 덮친 초대형 악재 앞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중 마이리얼트립은 사업 비중이 1%에 불과했던 국내 여행으로 사업의 방향을 전환한 결과, 작년 10월 기준 월 거래액이 전년 동월 대비 30% 수준까지 회복하는 등 경쟁사들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성공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미래 불확실한 환경이나 예상하지 못한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사업모델의 방향전환은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도 선택이 아닌 필수 어젠다로 자리 잡았다.
폭풍우가 치는 바다를 건널 때, 처음에 결정한 항로로만 무작정 가다가는 파도에 휩쓸려 난파할 가능성이 크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바람과 파도의 흐름을 읽으며 수시로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상 방향 전환이 결국 기존 사업이나 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는 이유로 변화에 신중한 자세를 보인다.
로리 맥도널드 하버드대 교수는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새로운 '큰 그림'을 이해 관계자들에게 설명하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상대로 돈을 벌어야 하는 이들이라면 돈을 지불하는 이들의 변화에 민감해야 하듯이 사람들의 지지와 동의를 먹고사는 이들이라면 민심의 변화에 반드시 반응해야 할 책임이 있다. 변화에 대한 반응에서 중요한 것은 반응의 내용이 아니라 시도다.
권 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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