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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포항 언택트 관광명소 .3] (힐링 산 스토리) 곤륜산과 오도리 사방기념공원

2021-05-24

동해 창공 훨~훨 날고 인생샷도 남기고…떠오르는 핫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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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산 정상에 오르면 초록 잔디가 깔린 산마루 위로 동해의 수평선이 펼쳐지고, 바다와 맞닿은 하늘은 너무도 광막해 경이로움마저 든다. 곤륜산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조성된 후 입소문이 나면서 포항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해안가에 홀로 솟은 봉우리다. 높이는 177m, 뒷동산이라 할 만하지만 사방에 저만 오뚝하니 견줄 데 없이 돌올하다. 게다가 경사가 급하다. 시멘트 포장된 길을 느릿느릿 오르는 동안 몇 번이고 걸음을 멈춘다. 어깨에 큰 짐을 진 듯하다. 3천여 년 전 고대인들은 이 산에서 하늘을 향해 풍요와 다산을 빌었다고 한다. 그리고 21세기 현대인들은 날기 위해 이 산을 찾는다. 하늘과 마주하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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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산 정상은 사진 찍기 좋은 전국적인 뷰 포인트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1. 흥해 곤륜산 활공장

산은 곤륜산(崑崙山), 이름 한번 거창하다. 중국 신화에서 도교 최고의 여신인 서왕모(西王母)가 산다는 산, 영생불사의 물이 흐른다는 산이 아닌가. 포항 흥해 앞바다에 곤륜산이 있다. 옛 문헌에는 고령산(孤靈山, 高靈山) 혹은 고영산(高影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곤륜산은 '고령(高靈)에서 날아온 산'이라는 전설도 전해진다. 그래서 해마다 세금 20냥을 고령군에 바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외따로, 높고, 신령스러운 산.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맥은 하나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약 1㎞ 정도다. 길 끝에 하늘이 걸린 마지막 경사로에서 '후~' 숨을 내쉬며 문득 뒤돌아본다. 흥해읍 일대가 일순간에 펼쳐진다. 너른 흥해 평야 뒤로 복작복작한 흥해 읍내가 하얀 빛을 내며 촘촘하게 늘어서 있다. 그 뒤로는 비학산이 긴 날개를 펼치고 있다. 비학산의 정상을 중심으로 왼쪽으로는 비학지맥이 도음산과 양덕을 거쳐 동해로 흐르고, 오른쪽으로는 내연지맥이 흘러 내연산으로 수렴된다. 아득한 광경이다.

곤륜산 정상에 오른다. 초록 잔디가 깔린 산마루 위로 동해 바다의 수평선이 떠오른다. 바다와 맞닿은 하늘이 너무도 광막해 경이로움마저 든다. 동북쪽으로는 칠포2리와 오도리, 오봉산, 내연산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시선을 멀리두면 영덕 풍력발전단지까지 뚜렷하게 보인다. 동남쪽으로는 칠포해수욕장과 호미곶이 선명하다. 칠포해수욕장의 모래밭 뒤로 곡강천이 굽이지며 바다로 흘러드는 모습도 장관이다. 일망무제(一望無際)의 풍경을 거느린, 홀로 높이 선 산이 맞다.


2018년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조성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 전국 입소문
산 인근엔 국내 최대 규모 암각화군
묵은봉 아래 사방사업 기념공원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곤륜산 정상에는 소나무와 잡나무들이 우거져 황량했다. 가끔 등산객이 오를 뿐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곳이었다. 2018년 포항시는 이곳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조성했다. 이듬해인 2019년 패러글라이딩 월드컵대회가 개최되었고 총 20개국 선수 및 관계자 등이 참가했다. 이즈음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곤륜산은 포항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지금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특히 사진 찍기 좋은 전국적인 뷰 포인트 명소로 떠올랐다.

빨간 날개를 펼친 패러글라이더가 푸른 하늘로 뛰어든다. 뒤이어 초록 날개가 둥실 날아오른다. 흥분과 즐거움으로 부산하던 사람들은 이내 바다를 향해 동그마니 앉았다. 그들 모두의 어깻죽지에 날개 한 쌍씩 달고 있는 듯하다.

#2. 칠포리 암각화

곤륜산의 서북쪽 기슭 개울가에 그림이 새겨진 바위들이 있다. 3천여 년 전 청동기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암각화들이다. 칠포리에서 바위 그림이 발견된 것은 1989년 11월이었다. 뒤이어 1994년까지 조사가 이루어졌고 그림이 조각된 바위와 그림의 가짓수가 계속적으로 늘어났다. 곤륜산을 중심으로 직경 1.6㎞안에 다양한 암각화와 암각 유적이 분포하고 있는데 검파형, 석검형, 성기모양, 검날 등 총 96점이 보고되고 있다. 칠포리 암각화는 그 규모에 있어서 한국 최대의 암각화군이다.

대표적인 것은 곤륜산 개울가에 있는 칼자루 모양의 검파형(劍把型) 암각화다. 여성의 성기로 보이는 삼각형의 형상과 바위구멍인 성혈(性血)도 많다. 깊이 새겨진 그림들 밑으로 희미한 선의 흔적이 보인다. 이는 먼저 새긴 그림이 마멸된 뒤 다시 깊고 선명하게 새긴 것임을 말해준다.

학계에서는 검파형 암각화가 청동기시대 지모신(地母神)을 상징하는 여신상이라고 본다. 인간의 탄생과 안녕과 풍요를 주재하는 신이 지모신이며 가장 큰 생명력을 가진 신이다. 곤륜산 일대는 오랫동안 고대인들이 풍요와 다산을 빌던 성소(聖所)였던 것 같다. 3천년 전의 기도를 본다. 읽을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는 기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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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사업 100년을 기념해 2007년 조성된 오도리 사방기념공원.

#3. 오도리 사방기념공원

칠포리 북쪽은 오도리다. 마을 뒷산은 묵은봉, 해발 126.4m로 낮은 언덕이다. 묵은봉 아래에 우리나라의 근대적 사방사업 100년을 기념하는 시방기념공원이 있다. '사방'은 산이나 강가, 바닷가 등에서 흙·모래·자갈 따위가 비나 바람에 씻겨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는 시설이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산야는 몹시 황폐해졌다. 1970년대 오도리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비행기에서 오도리의 헐벗은 산등성이를 내려다봤다고 한다. 그리고 1971년부터 1977년까지 연인원 360만 명이 투입되어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총면적 4천500㏊에 각종 수종 2천 400만그루가 조림되었다. 오도리는 사방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대표적 지역이다.

짙은 자주색의 비단향꽃무, 들국화 같은 마가렛, 형형색색의 데이지가 피어난 환상적인 꽃길을 따라 들어가면 너른 잔디광장과 하늘을 담은 연못이 펼쳐진다. 공원은 크게 사방 관련 자료를 모아놓은 실내 전시실과 실제 시공 현장을 재현한 외부 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1970년대 사방사업 이후 자연적 혹은 인위적으로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기 위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실시한 특수산림생태복원 지역이 묵은봉을 중심으로 아주 넓게 형성되어 있다. 여러 물길이 복원되었고 임도와 탐방로를 따라 조건에 맞춘 다양한 숲 지구가 조성되어 있다.

산지복원지구에는 왕벚나무, 가시나무, 이팝나무, 상수리나무, 산딸나무, 모감주나무 등이 식재되어 있다. 자생식물복원지구에는 해송후계림이 조성되어 있고 각시붓꽃과 밭배나무 등이 자란다. 산림생태복원지구에는 솔송나무, 졸참나누, 덜꿩나무, 해송 등이 있고, 산불의 확산을 늦추는 내화수림대에는 상수리나무와 졸참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경관연출지구인 포토존에는 진달래, 철쭉, 억새, 산국, 구절초 등이 계절을 알린다.

묵은봉으로 오르는 임도구간은 1.4㎞ 정도로 산허리를 조곤조곤 돌아 오르는 완만한 길이다. 생태 탐방로는 0.9㎞ 정도로 돌계단, 나무계단, 흙콘크리트포장길 등 다양하다. 특히 억새밭이 있는 바람의 언덕에서 일직선으로 오르는 계단은 아찔하고 어찔한 풍광을 선사한다. 뒤돌아보면 바다가 성큼 다가와 있고, 계단이 바다로부터 걸어 나오는 듯하다. 쑥쑥 자라고 있는 나무들의 우듬지 사이로 오도리의 집들이 보인다. 손 뻗으면 잡힐 것만 같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위험하다.

묵은봉 정상 직전에는 관해루가 있다. 바다를 보는 정자다. 몇 미터 떨어진 정상에는 공터에 벤치만 놓여 있다. 남쪽 멀리에 호미곶이 희미하다.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굴렁굴렁 이어지는 임도와 숲의 덩어리가 장중하다. 동북쪽으로는 청진리 항구에서 조사리 너머의 곶들까지 해안선이 평화롭다. 아래로는 오도리 마을이 환하고 바다가 각막을 적신다. 나무냄새, 풀냄새, 흙냄새, 새소리, 어깨를 스치는 바람, 모두가 평온과 기쁨을 주지만, 역시 바닷가 산에서 가장 좋은 것은 바다와 하늘의 포옹이다.

글=류혜숙<여행칼럼니스트·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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