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검찰청 전경 <영남일보 DB> |
대구 동구 신천동 까사밀라 오피스텔 '갭투자 사기 사건'(영남일보 2020년 10월 12일 14면 보도·2021년 3월 12일 2면 보도)의 부동산 사기범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 환경·보건범죄전담부(부장검사 김정환)는 27일 "오피스텔 매도인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승계할 것처럼 속여 28채의 오피스텔을 얻은 중개 브로커와 매수인 등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2015년 당시 한국정보화진흥원(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까사밀라 오피스텔을 직원 관사용으로 전세 계약했다. 문제는 '갭 투자' 형식으로 오피스텔을 매입한 이들이 이를 2018~2019년 '사기꾼 일당'에게 매도하면서 벌어졌다.
검찰에 따르면, 일당은 매매 시세(8천600만~9천600만원)가 임대차보증금(8천600만~9천500만원) 수준으로 하락한 까사밀라 오피스텔 총 28채를 골라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승계하겠다며 매매대금에서 임대차보증금을 공제한 금액으로 오피스텔을 매수했다. 사실상 돈 한푼 들이지 않고 28채의 오피스텔을 손에 넣은 셈이다. 이어 금융기관에 오피스텔을 담보로 15억원 정도의 대출을 받았다.
이들은 임차인이 전세권설정등기나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보험계약을 체결해 '대항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이용했다. 일반적으로 세입자가 있고 전세금이 있다면 주택담보대출한도가 제한적이지만, 사택으로 활용되는 법인 전세 아파트 입주민은 통상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서류상으로 '빈집'이나 마찬가지다.
무등록 부동산중개업자인 A(42)씨는 B(58)씨와 J(53)씨를 통해 매수인을 모집, 피해자인 매도인들과의 매매계약을 중계해 1채당 수백만 원의 수수료를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매도인들로부터 오피스텔 총 28채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C~I씨와 K~N씨는 사업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까사밀라 오피스텔 매입 후 금융권에 이를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갭투자 사기 사건의 피해자는 매도인이 됐다. 진흥원은 HUG로부터 전세금을 모두 돌려받았다. HUG가 진흥원에 '보증서'를 발급해줬기 때문이다. 불똥은 매도인인 원소유자에게 튀었다. HUG는 전세금을 진흥원에 지급한 후 원소유자에게 주택당 8~9천만 원대 규모의 구상권을 청구했다.
HUG의 소 제기로 부산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5월 현재까지 원소유자가 18건이나 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피해자는 "줄줄이 패소 중이지만, 모두 항소할 계획이다. 이전까지 일당에게서 연락을 받지 못했는데, 최근 들어 '잘못했다'며 합의 요청이 들어 오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지검은 "이 사건은 '단편적인 개별 대출사기건'으로 송치됐지만, 검찰이 조직적 범행으로 보고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라며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미변제로 인해 매도인들이 소송을 당하거나 대신 변제해주는 등 매도인의 피해사례가 다수 발생한 점을 고려해 신속 수사해 기소했다"라고 밝혔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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