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 달콤…천혜의 자연조건이 만든 '꿀사과' 품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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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하루에 사과를 하나씩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 서양에 이런 속담이 있다. 사과의 효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격언이다. 물론 과장된 면이 있지만 사과가 우리 몸에 이로운 음식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과는 항상화 물질이 많은 '슈퍼푸드'로 세계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손쉽게 구할수 있는 데다 건강함까지 갖춘 식재료인 만큼 레시피도 다양하고, 그 쓰임새도 무궁무진하다. 사과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로 손꼽히는 이유다. 사과는 수많은 품종이 있으며,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국내에선 사과하면 청송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만큼 청송사과는 다른지역 사과에 비해 상품성이 뛰어나다. '청송사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되다' 2편에서는 청송사과 맛의 비결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해발 250m이상 산간지대서 재배
생육기간 일교차 평균 13℃로 커
일조량 많아 당도 높고 과육 단단
시나노 골드 등 품종 고급화 박차
사과 속 항산화물질 건강에 도움
노화방지·당뇨·암·심장질환 예방
흠집 없고 은은한 향 있으면 좋아
#1. 청송사과의 '품격'
사과는 어떤 환경에서 잘 자랄까. 사과는 연평균 기온 7~14℃, 생육기간의 평균 기온이 13~21℃인 비교적 서늘한 지역에서 재배하기 알맞다. 여름의 평균 온도는 26℃를 넘지 않고, 겨울 평균기온은 10.5℃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선선한 기후의 지역에서는 과육이 단단해지지만, 기온이 너무 높으면 과육이 물렁해지고 낙과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사과는 기온 외에 다른 기후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일조량은 높고, 연 강우량은 600㎜ 이하여야 한다. 강우량이 너무 많으면 습해(濕害)와 병충해로 과실 품질이 나빠진다.
이런 사과 재배의 최적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 청송이다. 청송은 전체 면적(846.1㎢) 가운데 임야(산림)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동쪽은 태백산맥과 주왕산 등 험한 산악지대가 영덕·포항과 경계를 이루고, 남쪽으로는 보현산맥이 영천과 청송을 가르고 있다. 청송은 산악 기복이 심하고 상당수 지역이 해발 250m 이상인 산간지대다. 사과 재배에 적합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청송은 사과 생육기간 중 일교차가 평균 13℃로 매우 크다. 해양성 기후와 내륙성 기후가 교차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생육기간인 4~11월 일조시간도 많은 편이다. 청송은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덕분에 비도 적게 내린다. 연간 강우량이 동일 위도상의 충청남도 보령에 비해 약 250㎜ 적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청송 사과는 다른 지역 사과보다 당도가 높고 과즙이 많다. 또 과육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좋다. 특히 청송사과는 과실 전체가 고루 붉은 먹음직스러운 빛깔을 띤다. 전국에서 가장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지닌 청송에서 재배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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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의 한 과수원에서 농부가 사과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청송 사과는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남녀노소 구분없이 즐겨 찾는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
이런 천혜의 자연조건 속에서 청송 사과는 환경친화적으로 재배된다. 농민들은 농약과 화학비료 대신 산야초와 농산부산물 등 유기질비료를 사용해 사과를 재배한다. 사과나무 주변 풀도 제거하지 않고 초생재배(草生栽培)를 통해 지력을 증진시킨다. 또 머리뿔가위벌 방사로 사과꽃을 수정시켜 기형과가 적다. 청송군은 저농약 농산물과 환경친화적인 농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병해충 종합관리(I.P.M.) 체계를 도입한 바 있다.
청송군은 과일종합생산체계도 시험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청송군은 묘목 생산, 토양기반 조성, 정밀 토양관리, 병해충 종합관리, 나무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하고 있다.
청송에서 이렇게 생산되는 사과는 대부분 생장기간이 긴 만생종이다. 2019년 기준 청송사과 가운데 후지(부사) 등 만생종 재배면적은 2천667㏊로 전체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선홍 등 조생종은 181㏊(5%), 홍로 등 중생종은 574㏊(16%)다.
청송은 지난 한 해 동안 3천961농가에서 모두 5만1천384t(1천695억원어치)의 사과를 생산했다. 전국 사과 생산량의 10%에 달하는 양이다.
그동안 청송사과의 주력 품종은 후지였다. 하지만 청송군은 2019년부터 시나노 골드(Sinano Gold) 수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시나노 골드는 최근 외국에서 육성되는 품종인데, 일본 나가노현 과수시험장에서 골든 딜리셔스에 천추를 교배해 1999년 품종 등록했다. 시나노 골드의 과실 크기는 300g 정도인데, 과즙이 많고 식미가 좋아 젊은 층에 인기가 높다.
청송군은 소비자의 보다 다양한 요구에 발맞춰 고급화, 다품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 사과의 효능과 고르기
사과에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 폴리페놀(Polyphenol), 유기산(Organic Acid) 등 항산화 물질이 들어있다. 이 물질들은 체내의 활성산소를 없애준다. 산화물질을 만들어 내는 활성산소는 노화를 촉진하고, 심혈관 질환이나 암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때문에 사과를 자주 먹으면 당뇨나 암, 심장질환 등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사과는 노화를 방지할 뿐 아니라 피로회복과 불면증 완화 효과도 갖는다. 건강 보조제나 의약용 약물 등에도 널리 사용된다.
사과는 수분, 수용성 식이섬유, 비타민이 풍부해 식단 조절에도 안성맞춤이다. 전체의 86%가 수분으로 구성된 반면 열량이 매우 낮고 포화지방은 없다. 때문에 사과를 먹으면 포만감이 높아져 다른 음식을 덜 먹게 된다.
사과에 들어있는 폴리페놀은 소화기관의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고 체지방 축적을 막아준다. 이 물질은 다이어트 식품에 주로 많이 사용된다. 사과가 바나나와 함께 '원푸드 다이어트 과일'로 불리는 이유다.
사과에 풍부한 비타민C와 유기산 성분은 피부미용에도 도움을 준다. 피부를 촉촉하고 윤택하게 해주는 물질이다. 사과를 꾸준히 먹으면 기미, 잡티, 주근깨도 예방할 수 있다. 원인이 되는 멜라닌 색소형성을 억제하는 물질이 포함돼 있어서다. 또한 사과에는 칼슘, 철분, 마그네슘, 인, 칼륨 등 미네랄 성분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장 건강과 변비 개선 효능도 있다. 사과 껍질에 함유된 셀룰로오스(Cellulose)는 단단해진 변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소장의 산화 콜레스테롤 흡수도 억제해 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 사과에 풍부한 수분과 섬유질도 배변을 돕고, 천식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사과"란 속담이 괜한 말이 아니다.
사과를 고를 때는 먼저 표면을 살펴야 한다. 사과 겉은 흠집이 없어야 하고, 은은한 향이 나야 한다. 손으로 들었을 때 무게감이 있으면서 단단한 것이 좋다. 통상 300~400g 정도의 사과가 상품성이 높다.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중간 크기 사과가 맛있다. 또 착색이 고르고 밝을수록 상품이다. 사과 꼭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과 꼭지에 푸른색이 돌고 물기가 남아 있다면 수확한지 얼마 되지 않는 것이다. 반면 꼭지가 시들고 잘 부러진다면 묵은 과일이라 맛이 떨어진다.
사과 품종마다 수확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품종과 생산 시기, 제철을 확인하는 것이 현명하다.
사과는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셀룰로오스(Cellulose)는 사과 껍질에, 비타민C는 사과 껍질과 껍질 바로 밑의 과육에 들어있어서다. 여름 사과는 조금씩 구매해 바로 먹고, 가을 사과는 오래 보관해도 괜찮다. 보관할 때는 깨끗이 씻은 뒤 하나씩 랩이나 신문지로 싸서 서늘한 곳에 두면된다. 설탕물에 30초간 담갔다가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 팩에 넣어 냉장 보관하면 사과의 갈변을 막을 수 있다.
김일우(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전 영남일보 기자)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김일우(김일우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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