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이야기로만 알았던 바이러스가 일상으로…극장과 OTT의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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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브레이크'(볼프강 페터슨 감독·1995년) |
팬데믹 시대다. 삶의 모든 기준과 방식이 바뀌고 있다.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팬데믹 이전 영화는 우리가 가장 쉽게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였다. 하지만 이제 영화관에 가자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영화는 세상을 읽는 훌륭한 텍스트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가장 보편적인 엔터테인먼트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회적 기준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소위 뉴노멀 시대를 맞아 그에 적응하기 위해 지치고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달래줄 영화조차 영화관이라는 안락한 공간에서 마음 편히 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팬데믹 이전 '팬데믹'을 다룬 영화는 많았다. '아웃브레이크'(볼프강 페터슨 감독, 1995년), '감기'(김성수 감독, 2013년), 그리고 지금의 상황과 놀랍도록 유사한 세상을 그리고 있는 '컨테이전'(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2011년) 등이 있었다. 이 영화들이 주는 공포감은 충분했지만 영화를 보는 순간에도 그것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그 현실감은 떨어졌었다. 그런데 이제 팬데믹은 일상이 되었고 앞으로 우리의 모든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할지 모른다는 잠재적 두려움을 늘 안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팬데믹 전 다룬 팬데믹 영화가 현실의 삶
영화관마저 쉽게 가지 못하는 상황 지속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지키기 캠페인도
OTT 단독상영·영화관과 동시 개봉 전략
소규모공동체 함께 관람 '커뮤니티시네마'
새로운 영화 관람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무엇보다 영화에 있어 가장 원초적인 활동인 '영화보기'의 방식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것은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영화보기'가 멈춘 것은 아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OTT의 확산은 사람들이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 손쉽게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많은 영화들이 여전히 영화관에서 상영될 것으로 고려해 제작되고 있지만 영화관 관객 수가 현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OTT 단독 상영 또는 영화관과 OTT 동시개봉 등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OTT는 팬데믹 시대에 빠르게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도무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인 상황에서 봐야 할 영화들은 밀리고 밀렸다. 그렇게 영화관에서의 관람은 포기한 채 OTT에 밀린 숙제를 하듯 접속해 보지만 사실 OTT를 통해 온전한 영화 감상이란 좀처럼 쉽지 않다. 영화를 보다가 언제든지 핸드폰을 꺼내 볼 수 있고 불현듯 해야 할 일이 떠오르면 영화를 잠시 멈추기가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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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테이전'(스티븐 소더버그 감독·2011년) |
코로나19로 인해 작년 개최되지 못한 칸영화제가 올해 7월 뒤늦게 개막을 했다.(원래는 5월에 개막한다) 이번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팬데믹 이전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개막선언을 했다. 그는 개막선언에서 "영화제는 멈춘 적이 있지만 영화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후(세계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로 이 지구상에서 시네마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위대한 필름메이커와 아티스트들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해 전 세계 영화팬들의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칸영화제 한 행사에서 "OTT 스트리밍은 중간에 멈출 수 있고 보며 딴짓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극장 안에서는 2시간의 리듬이 존재하고 그것을 존중하며 보게 된다. 감독이 만든 리듬과 시간의 덩어리를 존중하고 본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 극장은 소중할 수밖에 없다"며 영화관에서의 영화보기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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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기'(김성수 감독·2013년) |
팬데믹과 함께 영화관에서의 영화보기 운동도 펼쳐졌었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특히 더 힘들어진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을 지키기 위한 캠페인 'Save Our Cinema'가 SNS를 통해 확산되어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올해에는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이와 연계해 영화진흥위원회가 '마음백신 한국영화 접종 캠페인'을 통해 한국영화를 극장에서 보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모가디슈'(류승완 감독, 2021년)가 올해 한국영화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해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영화관에서의 영화 관람이 창작자에 대한 존중과 영화에 온전히 집중해 체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공동체적 관람문화를 통해 영화를 보는 순간과 감정을 타인과 공유하는 소중한 체험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은 이러한 순간을 영화관에서 마주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이러한 공동체적 영화 관람에 대한 욕구는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OTT에서도 '왓치파티(Watch Party)'를 통해 영화를 보며 동시간 채팅으로 서로의 감상을 나누며 영화를 관람한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하는 영화상영회 지원사업인 '커뮤니티시네마-우리마을영화관'사업에 참여하는 공동체 역시 지역 주민 또는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함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길 원한다. 게다가 팬데믹 시대에는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활동보다는 오히려 서로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소규모 활동이 더 주목받고 있는 추세여서 영화 상영회 또한 일종의 트래블 버블(백신접종자를 대상으로 여행을 허가하는 방식)처럼 보다 안전하고 보다 긴밀한 교류가 가능한 '커뮤니티 시네마' 활동이 새로운 영화 관람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팬데믹 시대에도 '함께 영화보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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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텔레비전의 등장 이후 바이러스라는 가장 강력한 적을 만났지만 텔레비전으로부터 영화를 지켜냈듯이 바이러스라는 강력한 악당 또한 물리칠 것이다. 비록 우리가 원치는 않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몰고 온 이 팬데믹 상황이 새로운 영화 관람 문화를 추동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만 새로운 영화보기의 방식이 등장할 뿐이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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