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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2021-08-26

클린턴, 구호로 판세 뒤집어
대선 주자들 경제공약 선봬
'무항산 무항심' '고복격양'
民福이 정치 본령이란 의미
누가 '煙月 대한민국' 열까

[박규완 칼럼]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논설위원

1992년 미국 대선. 현직 대통령 조지 H.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다. 정치적 중량감이나 지명도를 따져 봐도 클린턴이 족탈불급. 변방의 아칸소 주지사 출신이 감히 워싱턴 주류 정치에 기웃거린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하지만 클린턴은 슬로건 하나로 불리한 판세를 뒤집었다. 강렬한 구호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클린턴은 경제제일주의와 실사구시 정책으로 유권자를 포획했다.

경제의 어원은 동양과 서양이 확연히 다르다. 이코노미(economy)는 그리스어로 집을 의미하는 오이코스(oikos)와 관리를 뜻하는 노미아(nomia)를 합친 오이코노미아(oikonomia)에서 유래됐다. 동양에서 경제의 어원은 경세제민(經世濟民)이다. 경세제민의 준말이 경제다. 경세제민은 장자(莊子) 내편(內篇)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말로, 글자 그대로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동양에선 경제가 곧 정치라는 얘기다.

경세제민의 무게를 알았을까. 대선 주자들이 슬슬 경제공약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 시리즈'로 경제정책을 선점했다.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대출은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만큼 현실성이 관건이다. 하지만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기본 시리즈는 이재명에겐 꽃놀이패다. 취약계층엔 솔깃한 공약인데다 논쟁에 휘말릴수록 언론의 조명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3중 폭격'이란 신박한 어법을 동원했다. 기존 제조업 지원 전략인 정밀 폭격, 미래차·로봇 등 미래산업의 시장 선점을 위한 선제 폭격, 여기에 서비스업의 전방위 폭격을 더한 세 가지 성장전략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5일 열린 국민의힘 '국민 약속 비전발표회'에서 규제완화와 기술혁신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또 "세금을 내리고 규제는 풀고 공급은 늘려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 안정 의지를 피력했다. 시장의 생리를 외면한 정부 개입, 재정 포퓰리즘의 중단도 약속했다.

홍준표 의원은 주 52시간 근무를 권유제로 전환하고 최저임금을 중단해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공공기관을 통폐합하는 등 '작은 정부' 지향 의지도 분명히 했다. 주택 소유를 2채까지만 허용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복안은 진영논리를 넘어선다.

자칭 '경제 대통령' 유승민은 100만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고 인공지능·빅데이터·IT와 사회적 복지 분야에 '100만+100만' 일자리 창출 공약을 제시했다. 4차산업 혁명과 복지 확대라는 시대 과제를 정확히 짚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민주주의를 빙하기로 퇴행시킨 박정희의 정치적 과(過)는 경제 진흥이란 공(功)에 의해 상당 부분 희석된다. 그리고 '박정희 향수'를 소환한다. 경제의 마법이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원성(怨聲)도 부동산 폭등 등 경제 실정에 대한 불만 아닌가. 맹자의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은 민복이 정치의 본령임을 일깨우는 화두다.

중국 요순시대에 탄생한 사자성어 고복격양(鼓腹擊壤)은 '배를 두드리고 발을 구르며 흥겨워한다'는 뜻으로 풍요로운 삶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연월(煙月) 역시 '연기에 어린 달빛'이란 의미로 태평한 세상을 은유한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가 최고"라는 유행가 가사가 있듯 뭐니 해도 국민들 배 두드리게 해주는 후보가 으뜸이다. 어느 후보가 '연월 대한민국'을 열어 줄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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