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국어과 교수 양선규 에세이집…문학·영화·고전해석 등 다뤄
평범한 단어에 숨은 희로애락을 상징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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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을 업고 있는 한 에티오피아 어린이. |
'제 한 몸으로 감싸는 상징'은 '인문학 수프'(전 6권) '글쓰기 연금술' '세 개의 거울'에 이어 나온 소설가 양선규의 산문집이다. 이 책은 모두 다섯 개의 파트로 구성돼 있다.
1부 '고양이에 관한 두 개의 생각'은 문학 이야기다. 2부 '뜨거운 것이 좋아'는 영화 이야기이며 3부 '프랑스 시골의사의 꿈'은 심리학 이야기다. 또 4부 '스타벅스와 로코보코의 왕자'는 박물(博物) 이야기이고, 5부 '글쓰기 인문학'은 고전 해석과 글쓰기 이야기를 다뤘다.
각 부의 제목에 부합하는 전문적이고 독창적인 에세이들이 펼쳐진다. 글들의 최종 목적지는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인문학적 해답을 마련하는 일이다. 10여 년 동안 페이스북 글쓰기, 브런치 글쓰기, 신문 칼럼 쓰기를 통해 그 '인문학적 해답'의 모색을 꾸준하게 전개해 온 저자는 그 탐색적 글쓰기 과정 또한 신중하고 정성을 들여 표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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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선규 지음/소소담담/447쪽/1만8천원 |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동학(同學)이나 선현들의 선지(先知)에 충실히 귀를 기울인다. 그런 관계로 이 책에 실린 한 편의 에세이가 한 권의 책을 대신할 때도 적지 않다. 인용하는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찾고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찬찬히 검토한다. 그런 술이부작(述而不作)의 태도로 무엇이 우리에게 필요한 요긴한 정보이고 지혜인지를 설득적으로 도출해낸다.
그와 함께 소설가이자 국어과 교수답게 글쓰기의 전범(典範)을 마련하는 일에도 빈틈을 두지 않는다. 여운이 있고, 두루 통하고, 자기를 확장하고, 감동을 주는 용상봉무(龍翔鳳舞·용이 날아오르고 봉황이 춤을 추는)의 글쓰기를 보여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40년 동안 소설, 수필, 평론, 칼럼, 논문 등을 쉬지 않고 써온 저자의 글쓰기 내공이 그런 부분에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책이다.
양선규 글쓰기의 특징인 복합적 심상의 등장과 의미 표현의 중층적 설계는 이번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 책의 제목 '제 한 몸으로 감싸는 상징'이 그러한 '양선규식 글쓰기'를 포괄적,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원래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에는 수많은 희로애락이 스며들어 있다. 양선규는 묻혀있던 그 수많은 희로애락을 하나하나 다시 살려낸다. 평범했던 단어들과 먼지를 덮어쓰고 책 속에 묻혀있던 이름들이 빛나는 상징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이를테면 '새와 짐승과 초목의 이름'이라는 글에선 문학(시) 공부의 궁극적 의의를 밝혀나가는 과정, '나의 침실로'에선 '어른이 되게 하는 상징'을 찾아내는 과정, 고양이에 대한 사유를 통해서 삶의 비의(秘儀)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는 과정 그리고 '원수보다는 이웃이'라는 글에선 종교의 본질에 대해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도입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또한 몇 편의 널리 알려진 멜로 상업영화들을 자신의 젊은 날, 사랑의 연대기로 짜임새 있게 환유적으로 요약하고 있는 과정 등은 그의 상징적 글쓰기를 가장 잘 보여준다. 그런 관계로 긴 글이든 짧은 글이든 그의 글은 반드시 끝까지 읽어야 그 의미가 파악된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여러 편의 글 중 '마지막까지 뒤집을 수 있으면 뒤집는 것이 가장 좋은 글쓰기'라는 건 평소 저자의 소신이다. '제 한 몸으로 감싸는 상징'의 출현은 글의 마침표가 찍히는 순간 완성된다는 것이 작가의 지론이다. 그의 글에서는 글자 한 자 한 자, 문장 한 줄 한 줄이 긴밀하게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항상 표현의 최대치를 추구한다.
저자는 지난 8월31일 대구교육대학을 정년퇴직하고 명예교수가 됐다. 경북고, 경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어교육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세계의 문학' 제정 제7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창작집 '난세일기' '고양이 키우기' '나비꿈' 장편소설 '칼과 그림자' '시골무사' '삽살개에 대한 명상' 등을 출간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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