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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 .1] 대구경북 작물 지형도 변화...대구 체리 이어 감귤 출하…경북 곳곳 망고·커피 농장 들어서

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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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끈 4차 산업 혁명시대에도 농업생산량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기후'다. 지구 온난화는 농도(農道) 경북의 농작물 재배환경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인간의 힘으로 온난화 현상을 피할 수 없어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한반도는 기후변화로 농작물의 전통적 주산지(主産地) 개념이 흐릿해지고 있다. 전국 최대 연근과 사과 생산지였던 대구에서는 체리가 생산되고 있으며, 제주도를 대표하는 '한라봉'은 경북 경주에서도 나온다. 한반도에서 재배될 수 없을 것 같았던 망고와 커피 농장도 도내 곳곳에 제법 들어섰다. 앞으로 대구경북 농작물에 어떤 품목이 오를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반야월 연꽃단지 옛 명성 잃어
상주·문경·고령 연 재배 늘어
대구 잎들깨 입지도 위태로워
기온 낮은 영천 등지로 옮겨가

맞춤형 재배 매뉴얼 개발해야
판로확보 등 유통 지원도 과제


◆대구경북 농업, 얼마나 변했나

1911년부터 2010년까지 100년간 우리나라는 평균 기온이 1.8℃ 상승했다. 지난 45년간 경북의 평균 기온은 0.63℃가 올랐다. 기후 변화는 농작물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적으로 사과는 생육기 평균 기온 15~18℃의 서늘한 기후에 일교차가 커야 열매가 잘 자란다. 하지만 기온이 갈수록 상승하면서 사과는 점점 북쪽에서 재배되고 있다. 사과는 본래 1899년 대구에 처음으로 서양 사과나무가 도입된 이후 대구 인근이 주산지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경북 북부권인 청송·안동·영주·문경 등에서 주로 재배됐다. 최근에는 남한 최북단인 강원도 양구에서도 사과밭을 찾아볼 수 있다.

대구 동구 반야월 연꽃단지는 1950년대부터 '전국 최대 연 생산지'로 명성이 자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대구의 연근 재배면적은 175.82㏊로 전국 1위다. 생산량(4만1천825t), 생산점유율(34%) 등도 단연 전국에서 가장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명성이 위태로워졌다. 지구온난화와 함께 반야월 단지 토양에 켜진 '적신호'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연은 6~8월에 줄기가 자란다. 생육에 적절한 온도는 25~30℃이며, 최대 39℃까지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구가 아닌 타 지역에서도 연 재배가 늘고 있다. 대표적 지역이 경북 상주·문경·고령 등이다.

몇년 전부터는 반야월 연 생산단지 내 화학비료 찌꺼기로 인해 연이 뿌리내리기 어려운 땅도 생겼다. 2대째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56)씨는 "몇 년 전부터 연잎이 말라 비틀어지고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어 벼를 대신 심고 있다"고 전했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 '잎들깨'의 입지도 위태롭다. 잎들깨를 포함한 깻잎 재배 면적은 2018년까지 최대 30㏊에 육박했으나 2019년 25㏊, 지난해 24.3㏊ 등 감소 추세다. 대구는 충남 금산·경남 밀양(250㏊) 등에 이어 전국에서 셋째로 잎들깨 재배 면적이 넓다. 하지만 최근 대구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잎들깨 재배지역도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경북 영천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후뿐 아니라 소비패턴도 변하면서 작물 재배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2000년을 전후해 해외여행 자유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다문화가정 증가 등으로 인해 우리 식탁에서 아열대 작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2000년 기준 20만t에 불과했던 열대 과일 수입량은 2016년에는 120%(45만8천t) 증가했다.

경북에서 생산되는 아열대 작목은 25종이다. 작목별로는 망고·만감류(감귤 품종과 오렌지 품종을 교배해 새로 만든 재배 감귤류 과일) 등 과수 13종과 여주·얌빈 등 채소류 12종이다. 이 가운데 한라봉·레드향·천혜향 등 만감류의 재배 면적이 가장 넓다.

만감류 재배가 많이 이뤄지는 건 일찌감치 감귤을 생산해 온 제주도의 선도 농가와의 교류를 통해 재배 노하우 습득 등이 쉬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4년 경주의 한 농가가 한라봉을 시험 재배한 지 12년 만에 '신라봉' 브랜드를 출시한 게 대표적 사례다.

◆대구 체리·경북 망고 대세 될까

대구 동구·수성구 일부 농가에서 최근 체리와 감귤 등이 재배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대구의 체리 재배 농가는 88곳에 달한다. 재배면적도 14.42㏊로 5년 전에 비해 3.3㏊나 늘었으며, 생산량도 37t에 달한다. 특히 대구의 높은 평균기온에 더해 배수가 잘되는 동구 둔산동은 체리 재배에 최적이다.

올해는 '대구 감귤'이 처음 출하됐다. 2018년 동구·수성구 농가 5곳에 0.6㏊ 규모의 감귤재배지가 조성된 이후 처음이다. 이곳은 수확 체험 활동 등이 가능해 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다. 농가는 ㎏당 1만원 수준의 감귤 수확 체험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한편 도심에 위치한 농가 특성을 고려해 수확에서부터 유통까지 전 단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곳에서는 감귤 외에 레몬과 한라봉 등도 재배되고 있어 앞으로 대구에서 연간 10t 수준의 만감류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대구는 제주도만큼 토양과 일조량이 좋아 감귤 재배 면적을 확대할 계획이다. 감귤을 포함한 아열대 작물은 재배 기간을 조정하며 매년 시험 재배를 하고 있다"며 "아열대 작물이 농가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온실시공과 묘목비용 지원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열대 작물 재배는 포항·경주 등 도내 동남권에서 주로 이뤄진다. 상대적으로 아열대 채소보다는 과수 재배면적이 더 넓다. 이 같은 원인은 아열대 채소는 재배가 어렵고 판로 개척도 쉽지 않아서다.

온난화 가속화로 도내 농업인들의 아열대작물 재배에 대한 관심이 크다. 또 다문화 가정·상주 외국인 수 증가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수요가 있어 체계적 계획 수립 등이 요구된다.

도내 아열대작물 재배면적은 2025년이면 15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경북도는 주요 10개 작목에 대해선 '경북형 재배 매뉴얼'을 확립하고 15개 시·군에서 기후변화에 맞는 '특화형 작목'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목표로 '아열대 작물 육성 종합계획'을 추진 중이다. 도가 생산 기반 등을 조성해 안정적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면, 경북도농업기술원은 아열대작물 재배를 위한 기술 교육 등을 확대해 전문 농업인을 육성하는 형태다.

가장 큰 과제는 유통 효율성 향상이다. 품종 개발·수요처 확보 등이 이뤄져도 소규모 작목반 위주의 분산 출하만으로는 시장·지역별 출하량 조절이 쉽지 않고 가격 경쟁력도 높지 않다.

경북도 관계자는 "아열대작물 재배 기반시설을 조성하고 재배 매뉴얼도 개발해 연중 고품질의 아열대 작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또한 아열대 작물 유통 활성화를 위한 직거래 장터 마련, 학교급식 등 공급처 확보, 체험 시설 등과 연계한 관광 상품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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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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