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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준〈영남이공대 호텔&와인전공 교수〉 |
한 사람과 친구가 된다는 건 그 사람 전체의 인생 스토리를 만나는 거다. 나에겐 와인을 마시자고 연락이 오는 페이스북 친구가 더러 있다. 내가 SNS에 올리는 와인 관련 글이나 사진을 보고 연락이 온 게 만남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각종 와인에는 이에 걸맞은 음식이 있다.
그중 샤토네프 뒤 파프(Chateauneuf du Pape) 와인은 막창과 잘 어울린다. 마침 대구는 막창으로 유명해 그 친구와 막창구이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와인에 관한 지식보다는 만남의 의미와 와인의 스토리텔링(Storytelling)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만남에서 어울리는 스토리를 찾고 서로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생각대로 페친은 그러했고,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하나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와인의 스토리가 사람의 스토리를 끌어낸 것이다.
샤토네프 뒤 파프 와인은 '교황의 새로운 성'이라는 의미로, '시련과 거센 바람을 이겨낸 응축된 향기의 와인'이라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어려웠던 시기와 척박한 환경에서도 최고의 와인으로 탄생한 교훈을 던져준다. 나는 여기에 그 친구를 위해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덧붙였다. 그르나슈 포도를 포함해 최대 13가지 품종을 섞어서 만드는 것에 착안하여 '화합과 평화'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재미있고 고마워하는 친구의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와인과 이야기꽃을 피워가는 동안 '막창구이'도 한몫을 했다. 막창의 기름기를 잡아주고, 고소한 맛을 위해 된장, 마늘, 쪽파가 들어간 특별 소스와 마시는 와인은 최고였다. 꽃, 허브, 과일, 향신료의 풍미가 스토리의 한 페이지를 채운 것이다.
우연한 만남과 와인은 결국 스토리였다. 생생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개되는 또 다른 만남이 기다려진다. 언제나 만남을 소중히 생각하고, 상대방을 위해 어울리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와인을 준비한다면 그 자리는 더욱 빛날 것이다. 모든 와인에는 스토리가 있다. 다음 만남을 준비하며 와인의 스토리를 찾고, 재미있게 말해 낸다면 이보다 값진 추억이 있을까. 아마도 페친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누군가를 위한 와인의 '스토리텔링 찾기'에 나설 것이다.
김동준 영남이공대 호텔·와인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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