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청소년 디지털역량 부족
IT강국 무색 후진적 교육탓
단순 지식전달 역할 넘어서
학생들 다양한 시도 해보고
상상력 맘껏 키우게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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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
나이 든 세대들에게 학창 시절의 추억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매를 맞고 기합을 받아 가면서 교육을 받았던 기억들은 오늘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는 책상과 칠판만 있는 과밀교실에서의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와 학업성적에 의한 줄세우기식 평가를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였다.
얼마 전에 전국 중고교를 대상으로 한 학교생활규정에 대한 표본 조사 결과가 보도되었다. 이에 의하면 여전히 많은 학교가 학생들의 소지품은 물론이고 복장과 머리 모양까지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한국 청소년의 디지털 정보 능력이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평가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제 선진국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후진적인 교육관습이 남아있고, IT 강국임에도 청소년들의 디지털 역량이 다른 나라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학교 교육도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 먼저 키워내야 할 인재의 모습이 바뀌어야 한다. 경험을 살려서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급격히 줄어가고 있고,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일들은 로봇이나 프로그램으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이제는 배운 것을 잘 외어서 성적을 잘 받는 학생이 사회에서 높게 평가받는 것도 아니다. 많이 알고 있는 것도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대신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잘 노는 것도 중요한 재능이 되었다.
선생님들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없었던 시절에는 학생들에게는 선생님들이 제일 중요한 지식과 정보의 원천이었다. 이제는 학생들이 자기가 필요로 하는 최신의 지식을 인터넷 공간에서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따라서 선생님들은 단순한 지식전달자를 넘어서야 한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세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이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토론을 통해 생각을 발전시키고 혼자 할 수 없는 일들을 협력을 통해 이루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도록 도와야 한다. 학생들이 도덕, 윤리, 공정성의 가치를 학교생활을 통해 깨닫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행정이 바뀌어야 한다. 일방적인 지시로 일선 현장의 교육을 지도하는 것보다는 학교가 각자의 위치에 맞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나 사회의 요구가 학교 교육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다. 인터넷 공간에 갇혀 있는 학생들이 친구를 사귀면서 마음 놓고 뛰고 노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곳이어야 하며, 상상력을 키우는 곳이어야 한다. 학교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학교에 투자가 되고 자율성이 부여되어야 한다.
사회는 학교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학교의 힘만으로 교육을 변화시켜 가기는 어렵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부모와 정년퇴직자들이 전문적 능력과 경험으로 학교 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는 학교와 함께 숨을 쉬며 필요한 자원과 능력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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