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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봄을 기다리며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를 그리다

2022-02-09
천윤자

입춘(4일)이 지났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혹독하게 느껴졌다. 코로나라는 역병이 실제 날씨보다 마음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다. 설을 쇠고 나니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는 줄이 더 늘었다. 경북 경산시 보건소 앞에서 남매지 둑까지 길게 이어있다. 날씨도 꽁꽁 얼어붙어 아직 한겨울 같은데 마음은 더욱 춥다.

그러나 분명 어딘가에서 봄은 오고 있을 것이다. 지난 동짓날 그려놓은 매화나무에 붉은빛을 띤 꽃잎도 늘어가고 있다. 옛 선비들을 흉내 내어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를 그리고 있다. 먹을 갈고 화선지를 펼쳐 매화나무를 그린 후 숫자를 세어가며 81송이 매화꽃을 그려 넣었다. 그렇게 그린 매화 그림을 벽에 붙여 놓고 하루 한 송이씩 연지색 물감을 꽃잎에 찍어 홍매를 그려내고 있다. 나름대로 소소한 재미가 있다.

지금보다 난방은 물론 옷도 허술했던 시절 선비들은 매화 그림을 그리고 하루 한 송이씩 붉은색을 칠하며 봄을 기다렸다. 동지에 아홉 개씩 아홉 번 여든 한 송이 매화꽃을 그려놓고, 다음날부터 하루에 한 송이씩 붉은색을 칠했다.

흐린 날은 꽃의 위쪽을, 맑은 날은 아래쪽을, 바람 부는 날에는 왼쪽을, 비가 오는 날에는 오른쪽을, 눈이 오는 날에는 한가운데를 색칠해 날씨의 변화를 표시했다. 그렇게 하여 여든 한 송이 꽃이 모두 붉게 물들면 봄이 오고, 창밖 매화나무에 실제 매화꽃이 피었다.

글자를 이용한 '구구소한도'도 있다. 이때 쓴 글이 '庭前垂柳珍重待春風(정전수유진중대춘풍)'이라는 구절이다. 뜰 앞 수양버들이 진중하게 봄바람 불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획수가 아홉인 글자 아홉 개로 이루어져 81획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을 매일 한 획씩 그으면 81일째 구절이 완성된다.

동짓날 시작한 구구소한도가 완성되는 때는 경칩과 춘분의 중간 무렵인 3월 중순으로 그때는 실제 봄이 찾아온다. 매화나 버들은 모두 봄을 상징한다. 이렇게 선비들은 홍매화를 그리거나 글자를 쓰면서 81일이 되는 날 봄을 반겨 맞았다.

구구소한도는 옛 선비들의 멋과 지혜가 엿보이는 낭만적인 풍속이자 추위를 이기는 마음의 겨울나기다. 매화의 고결함을 생각하면서 겨울을 나는 품격 있는 놀이이며 기다림의 미학이다. 구구소한도가 완성되는 즈음이면 창밖에 활짝 핀 매화와 함께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에서도 자유로워지는 새봄이 오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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