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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접목시킨 예능 프로그램들이 안방극장의 흥행 코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기존 예능이 연예인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운동팀의 고군분투를 주요 포맷으로 다뤘다면, 이젠 전설의 스포츠 스타들이 현역 국가대표와 세기의 대결을 펼치고, 스포츠 가족의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조금은 익숙한 관찰 예능 포맷으로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이끌어낸다.
레전드 선수 소환 라이벌 구도 대세
조기축구 도전기 '뭉찬' 시리즈 불씨
현역국대와 승부 '국대는 국대다' 등
운동경기 전문성 살려 색다른 재미
선수 가족의 일상 관찰 예능도 속속
◆뜨거운 예능 소재 스포츠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2021년 국내 동호회 가입자 현황을 보면 골프가 21.8%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축구·풋살(16.5%), 배드민턴(8.4%), 볼링(6.6%), 탁구(5.2%) 순이었다. 기다렸다는 듯 이를 반영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골프를 소재로 한 TV조선 '골프왕', JTBC '세리모니클럽', SBS '편먹고 공치리', tvN '골벤져스' 등이 거의 같은 시기에 쏟아져 나오며 골프 열풍을 일으켰고, tvN은 배드민턴으로 전국 각지 고수들을 거쳐 전국대회까지 도전해본다는 설정의 '라켓보이즈'까지 내놓았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릴 정도로 의외성이 강하고, 출연자들의 땀과 노력만으로 승부를 가름하는 만큼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 시청자들이 원하는 리얼리티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진다. 스포츠 예능의 불씨를 지핀 건 축구 종목이다. JTBC가 은퇴한 레전드들을 불러 모은 조기 축구 도전기 '뭉쳐야 찬다'(이하 '뭉찬')를 성공적으로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스포츠 예능 시대를 열었다. 각자의 종목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라섰던 스포츠 레전드이지만 그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축구 경기를 통해 보여준 실소를 자아내는 실수와 성장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그 여세를 몰아 시즌2로 돌아온 '뭉쳐야 찬다' 역시 '뭉찬' 시리즈 첫 방송 중 최고 시청률(7.2%)을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축구룰도 모르던 전설들이 모인 좌충우돌 시즌1과는 달리 요트(조원우)·카바디(이장군) 등 비인기 종목의 숨은 실력을 갖추고 있는 이들의 합류가 나름 신선했다는 평가다.
최근 경기 득점 순서 조작으로 연출진을 교체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진짜 스포츠'를 지향한다는 슬로건을 적잖이 퇴색시켰지만 최근 재개한 방송에서 8%대 시청률을 유지하는 등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FC 개벤져스'의 골키퍼 조혜련이 승부차기 마지막 킥을 선방하고 최종 승리하는 지난 2일 방송에선 최고 분당 시청률이 13.5%까지 치솟았다. 연신 땀을 뻘뻘 흘리고 눈물 콧물까지 쏙 빼는 멤버들의 활약에 힘입은 바가 크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스포츠 예능이 다소 가벼워지는 느낌이 있는데 그에 반해 진지함을 추구해 오히려 차별화가 됐다"며 "팀별 컬러가 다양하다는 것과 출연진이 헌신적으로 뭉친다는 점에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탁구 종목도 주목받고 있다. 먼저 시동을 건 MBN '국대는 국대다'는 전 국민이 인정하는 스포츠 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최소 한 달 이상 훈련을 시킨 뒤 현역 스포츠 국가대표와 경기를 펼치는 형식을 갖췄다. 첫 주인공으로 '탁구 전설' 현정화가 출연해 60일간 혹독한 훈련을 거쳐 비장하게 경기에 임하는 과정을 조명했다. 제작진은 "스포츠에 일생을 바쳤던 역대급 레전드들을 경기장으로 소환하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이들의 현재 실력과 명승부 등 각본 없는 드라마로 진정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tvN '올 탁구나!' 역시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지휘 아래 연예계 최강 탁구팀을 꾸려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이밖에 각양각색의 이유로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낸 스타 8명의 농구 도전기를 그린 JTBC '언니들이 뛴다- 마녀체력 농구부'도 오는 15일 찾아온다.
◆스포츠 스타 가족들의 관찰 예능
스포츠 스타를 쏙 빼닮아 운동에 재능을 보이는 2세를 둔 가족들의 삶을 관찰하는 예능도 눈길이 간다. KBS2 '우리끼리 작전타임'은 스포츠 패밀리의 DNA에는 정말 뭔가가 숨어 있는 것일지, 그들의 일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특별함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대를 잇는 스포츠 패밀리로서 가족이자 호랑이 선배가 되기도 하는 부모 세대와 같은 길을 걸어가는 2세대가 받는 남다른 고충, 그 안에서 피어나는 진한 스포츠맨십 그리고 평범할 수 없는 그들의 좌충우돌 일상을 담았다. '도마의 신' 여홍철과 그의 딸인 체조 국가대표 여서정, 탁구 가족 유남규-유예린 부녀, 야구 가족 이종범-이정후 부자 등이 출연해 '같고도 다르게 살아가는' 스포츠 패밀리 1·2세대의 희로애락을 풀어가고 있다.
채널A 역시 '피는 못 속여'를 통해 슈퍼 DNA를 가진 부모와 스포츠 스타를 꿈꾸는 자녀들의 일상과 교육법을 보여준다. '테니스 유망주'로 꼽히는 이동국의 딸 재아양을 비롯해 야구선수 김병현과 '테니스 신동'인 딸 민주양, 남현희와 '펜싱계 샛별'로 불리는 딸 공하이양 등이 출연 중이다. '우리끼리 작전타임'의 MC를 맡고 있는 박세리는 "대한민국 스포츠 레전드들이 자녀를 운동시키면서 옆에서 무한한 후원을 하는데 그런 부분이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골프가 아닌) 다른 종목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고, 전문적인 운동을 하는 분들에 대한 매력을 더 알고 싶었다"고 밝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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