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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아침을 열며] 우리의 미래와 대학은

2022-04-04

국내대학 간 교육비 편차 커
지방大 기울어진 운동장에
경쟁은커녕 한계상황 직면
대학위기는 국가경쟁력 위기
재정지원 등 제도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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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화 경북대 총장

1088년 세계 최초의 대학이자 가장 오래된 대학이 학생들에게 강의를 시작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 대학이다.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대학교(university)'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학교이기도 하다. 13세기 중세 유럽에는 기숙학교 형태의 칼리지(college)가 속속 등장하면서 고등 교육의 기반은 더욱 확대되었다. 상업과 도시가 발달하면서 중세시대의 교육의 중심 공간은 교회나 부속학교에서 대학으로 이동하였다.

중세의 대학은 라틴어로 학생들에게 신학·법학·의학을 가르치면서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으며, 유럽 각지의 대학들은 학자와 학생들의 교류가 상당히 진행되었다고 한다. 신(神) 중심의 다소 엄격하고 경직적이었던 당시의 상황에서 대학에서 생성된 새로운 사상과 지식은 사회의 변화와 혁신의 밑거름이 되었다. 당시 물리적·재정적 기반이 미약했던 대학들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교회의 역할이 컸다. 대학은 자체 건물 없이 교회의 건물에서 수업을 하는 경우도 많았고, 대학운영의 재정을 교회로부터 충당하였다.

때로는 당시의 상업 발달로 부를 축적한 부유한 상인들이 대학을 세우기도 하였다. 1258년 설립된 파리의 소르본 대학은 소르본이라는 상인이 설립하였고, 중세 스칼라 철학의 중심지로 성장하였다.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의 대학들 모두 교회든 부유한 설립자든 대학이 자율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재정 투자가 있었기에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대학의 발전은 학문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이는 대학이 속한 사회의 변화와 발전으로 이어졌다.

현재 우리의 대학의 모습은 어떠한가. 한국의 고등교육 부문 투자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낮은 수준이다. 대학생 즉 고등교육에 얼마나 투자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학생 1인당 교육비'를 보면, OECD 평균이 1만7천65달러이며 한국은 1만1천290달러에 그친다. 그나마 이 수치는 R&D 비용을 포함한 것이며, 이 비용을 제외하면 8천882달러로 낮아진다. 웃픈 현실은 한국의 대학생 1인당 교육비 수준이 초·중등학생 1인당 교육비보다 낮은 수준이며, 이는 OECD 37개 국가 중 유일한 국가라는 점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치고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다.

그런데 이 와중에 국내 대학 간의 교육비 편차는 더욱 크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의하면, KAIST는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연 8천만원 수준이며, 수도권 사립의 교육비는 2천만원을 넘는다. 그에 비해 경북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천800만원이다. 국립대인 경북대가 이럴진대 지방 사립대나 중소대학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안에서도 수도권·과기부 출연대학과 지방·일반 대학 간의 운동장 기울기는 더 벌어진다.

14년째 동결·인하된 등록금, 대학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각종 규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가 무색한 정부의 교육정책, 학령인구의 급감 등 한국 대학이 처한 현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은 고사하고 버티는 것조차 너무 버거운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필자가 회장으로 취임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새 정부에 고등교육의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전달한 바 있다. 고등교육재정지원특별법 제정, 고등교육세 신설, 대학혁신을 가로막는 규제혁파, 권역별 연구중심 대학 육성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중소도시형 지역대학 지원 등 대학의 자율성과 사회적 책임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들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인수위에서 과학기술 투자에 중점을 두고 교육부의 조직개편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것만큼은 인수위에서 꼭 기억했으면 한다. 대학의 위기는 곧 국가경쟁력의 위기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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