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에 별다른 증상 없어 발견 늦고
망막병증·신증·심질환·뇌졸중 등
이미 합병증 진행 중인 경우도 많아
의심증상땐 적극적 검사·관리 필요
당뇨병 치료의 핵심은 합병증 예방이다. 간혹 일부 당뇨병 환자들은 "증상이 없는데 혈당이 조금 높다고 해서 꼭 치료를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혈당 조절이 잘되는 편은 아니지만, 수년 동안 큰 증상 없이 지내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탓이다. 이런 경우 "당뇨병도 별거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때문에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는 당뇨병 환자들이 적지 않아서다. 이에 전문의들은 "당뇨병을 열심히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 당장은 별일이 없더라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합병증 예방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늘어나는 당뇨병 환자
전문의들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면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치료에 드는 경제적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당뇨병은 그 자체로 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혈당이 높다는 의사의 진단을 무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보게 된다. 물론 혈당이 높다고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상태를 방치한다면 신체의 여러 부위가 손상 받게 된다.
당뇨병을 진단 받을 당시 이미 합병증이 진행 중인 경우도 많다. 이는 당뇨병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발견 자체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갑자기 살이 빠지거나, 목이 많이 말라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소변을 많이 보는 등의 전형적인 당뇨병 증상이 생긴다면 반드시 빨리 병원에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직계 가족이 당뇨병이 있는 경우 △과체중(체질량 지수 BMI 23 이상) △전당뇨병(공복혈당장애 또는 내당능장애) 단계 △임신성 당뇨병이 있었거나 출산 시 아기가 4㎏ 이상의 거대아인 경우 △고혈압 (140/90㎜Hg 이상) △고지혈증(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HDL 콜레스테롤 35 미만 혹은 중성지방 250 이상)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질환 △다낭성난소증후군 등 인슐린 저항성 등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뇨병 의심 증상이 없더라도 병원에 정기적으로 찾거나 자가로 혈당 측정을 받는 것이 좋다.
혈당이 높은 상태가 오랜 시간 지나게 되면 우리 몸에서는 여러 나쁜 변화들이 일어나게 되고, 주로 영향을 받는 곳이 혈관이다. 우리 몸에 혈관이 분포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는 만큼 결국 혈관이 지나는 곳이면 모두 당뇨병 합병증이 올 수 있는 셈이다.
당뇨병 합병증은 혈관 크기에 따라 미세혈관 합병증과 대혈관합병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아주 가는 혈관들이 많이 분포하는 곳에 발생하는 망막병증(눈), 신증(콩팥), 신경병증, 그리고 큰 혈관에 발생하는 허혈성 심질환이나 뇌졸중이 있다. 미세혈관 합병증은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적다 하더라도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대혈관 합병증은 생명과 직결되는 탓에 예방하거나 늦추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당뇨병 합병증 예방 수칙은
당뇨병합병증 중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실명을 유발할 수 있다. 눈을 카메라에 비유한다면 망막은 필름에 해당하는 부위로, 아주 미세한 혈관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문제는 당뇨병이 잘 조절되지 않을 경우 혈관에 손상이 발생하게 되고, 합병증이 진행되면 출혈이 발생하거나 새로운 혈관들이 자라나 시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 심할 경우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최소 1년에 한번 망막을 카메라로 검사해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뇨병성 신증'은 우리 몸의 노폐물을 처리하는 하수처리장의 역할을 하는 콩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투석이 필요한 말기 콩팥병의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하는 것이 당뇨병이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병이 조절되지 않아 혈관 합병증이 생기고 따라서 신경도 손상을 받게 되는 경우다. 주로 신경병증이 흔한 부위는 발, 손과 같은 말초 부위로 여러 형태의 통증(저림, 찌르는 듯한 통증, 화끈거림 등)에서부터 감각이 둔감해지거나 무감각해지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당뇨병의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의 대답은 '당뇨병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에 대한 대답으로 대신할 수 있다. 결국 혈당이 만성적으로 조절되지 않는 상태의 결과가 합병증 발생인 만큼 철저한 혈당조절이 곧 최선의 예방책이라는 것. 혈당을 적절하게 조절하기 위해서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알맞은 양의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 이때 적절한 열량 섭취 및 규칙적인 식사는 혈당조절에 도움이 된다 △설탕이나 꿀 등 단순당의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단순당은 농축된 열량원인 탓에 소화 흡수가 빨라 혈당상승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식이 섬유소는 혈당과 혈중 지방의 농도를 낮추는 만큼 혈당조절과 심장순환계 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만큼 적절히 섭취해야 한다 △지방을 적정량 섭취하고 콜레스테롤 섭취는 제한해야 한다. 동물성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어 가급적 섭취를 하지 않는 대신 식물성 기름으로 적정량 섭취하는 게 좋다 △싱겁게 먹는 습관 등을 통해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한다 △술은 영양소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열량을 많이 내는 만큼 피하는 것이 좋다.
영남대병원 문준성 교수(내분비내과)는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합병증은 한 번 발생하면 완전히 치료하기란 쉽지 않는 만큼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다. 설령 발생한다 하더라도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조절한다면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만큼 의심증상 등이 있을 경우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문준성 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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