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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7) 사문진 낙조·주막촌,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달성호' 타고 보는 초여름 풍광 일품

2022-05-26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7) 사문진 낙조·주막촌,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달성호 타고 보는 초여름 풍광 일품
조선시대 영남권 물류 운송의 중심 역할을 한 사문진은 낙동강과 진천천이 만나는 두물머리 부근에 위치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쇠퇴했다가 주막촌과 공원이 들어서면서 관광 명소로 부활했다.

대구 달성에서 금호강과 합류한 낙동강은 화원유원지에 이르러 또 한 번 크게 굽이친다. 물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려 진천천까지 품에 안고 서쪽으로 힘차게 뻗어 나간다. 강과 천이 만나는 두물머리 부근에는 사람의 필요로 나루가 생겨났다. 사문진(沙門津)이다. 사문진은 달성 화원 성산리와 강 너머 고령 다산면 호촌리를 연결하는 나루이자 낙동강 뱃길의 중요한 항구였다. 주변 풍광도 빼어나 사문진은 관광 명소로도 유명하다. 특히 일몰 시각, 강과 들이 온통 붉게 물드는 풍경은 보는 이에게 황홀함을 선사한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 7편에선 사문진 낙조와 주막촌을 소개한다.

영남지역 물류·문화의 중심지로 유명
사문진 통해 국내에 피아노 첫 상륙
역사적 사실 계기로 문화콘텐츠 개발
100대 피아노 콘서트 등 대표적 사례

사문진역사공원 주막촌은 꽃 천국
5월의 장미·꽃양귀비 등 지천에 만개
해질 녘엔 낙조로 물든 강가 낭만적
커플·가족들 사진 찍느라 여념 없어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7) 사문진 낙조·주막촌,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달성호 타고 보는 초여름 풍광 일품
사문진역사공원에는 다양한 형태의 피아노 조형물과 장미·샤스타 데이지·팬지 등 꽃들이 방문객을 반긴다.

◆'귀신통' 들어온 영남권 물류 중심

달성은 조선 시대 이전부터 물류의 요충지였다. 낙동강과 금호강을 끼고 있어 배가 드나들던 나루 수만 10여 개에 달했다. 여러 나루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곳이 사문진이다. 달성과 고령을 잇는 나루인 사문진은 부산과 안동을 오르내리는 낙동강 뱃길의 중간 기착지이면서 대구의 관문 역할도 수행했다.

사문진을 통해 들어온 물자는 대구를 비롯한 영남권은 물론 강원과 충청 등 전국 각지로 퍼져나갔다. 기록에 따르면 1472년(성종 3)에는 사문진이 있었던 화원에 왜물고(倭物庫)가 설치될 정도로 교역되는 물품이 많았다고 한다. 왜물고는 왜인들이 가져온 물화를 저장하던 창고로 '화원창'이라고도 불렸다.

나루는 단순히 물류만 수송하는 곳이 아니라 문화 교류의 장이기도 했다. 수많은 이들이 나루를 오가며 새로운 사상과 학문이 전파됐기 때문이다. 당시 사문진은 나룻배와 보부상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신문물이 스며드는 명실상부한 영남지역 물류·문화의 중심지였다.

대표적인 서양 악기인 피아노도 사문진을 통해 국내에 처음 들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짐배에 실려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온 피아노는 1900년 3월 달성 사문진에 도착한 뒤 대구 약전골목으로 옮겨졌다. 당시 주민들은 처음 보는 상자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자 귀신이 내는 소리라며 피아노를 '귀신통'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달성군은 피아노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100대 피아노 콘서트'다. 2012년 첫 콘서트 때 풍류 예술가 임동창과 99명의 피아니스트가 '아리랑'을 합주한 피날레 공연은 큰 여운을 남겼다. 100대 피아노 콘서트는 역사적 사실을 사회·문화적 콘텐츠로 풀어낸 예술 공연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최근에는 클래식·재즈·국악 등과 접목한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제로 성장했다.

◆500년 된 팽나무 아래 복원된 주막촌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7) 사문진 낙조·주막촌,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달성호 타고 보는 초여름 풍광 일품
500년 된 팽나무 아래에 복원된 사문진 주막촌의 모습.

사문진교 다리 아래 주차장에서부터 생기가 돈다. 풀밭에 꽃양귀비가 지천이다. 진한 다홍색 꽃잎이 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춤을 추면 보는 이의 마음도 함께 설렌다. 꽃양귀비밭 사이 조형물 하나가 눈길을 끈다. 2016년 달성대구현대미술제에 출품한 김계현 작가의 작품이다. 김 작가는 20세기 대표 미술가의 상징적인 작품을 조립 블록으로 표현했다. 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도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했다. 칙칙한 회색 옷을 벗고 알록달록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사문진역사공원으로 향하자 이번엔 온통 장미밭이다. 5월은 장미가 가장 싱그러운 시기다. 흰색·노란색·분홍색·빨간색 장미가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데임드꼬르·참오브파리·그란데클라쎄·슈터스골드 등 이름도 어려운 장미가 공원 곳곳에 심겨 있다. 장미만큼 다양한 품종의 꽃이 또 있을까. 여름꽃 샤스타 데이지도 그냥 지나치면 애틋하다. 금계국과 함께 너무나 친숙한 꽃이다. 이외에도 공원에는 다양한 색상의 팬지, 마리골드, 금어초 등 다채로운 꽃들이 나들이객의 방문을 반긴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7) 사문진 낙조·주막촌,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달성호 타고 보는 초여름 풍광 일품
주막촌으로 들어서는 어귀에 서 있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피아노가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온 곳인 만큼 관련 조형물도 가득하다. 더위를 날려주는 분수, 대형시계 등 다양한 형태의 피아노가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그랜드피아노 조형물은 대자연 속에서 연주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어 인기다. 한 커플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여념이 없다.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모습도 개구지다. 환한 미소와 함께 드러낸 이에는 피아노 건반이 숨어 있다.

공원의 중심은 역시 주막촌이다. 사문진 주막은 수백 년 전부터 보부상들이 오가는 길에 반드시 들렀던 곳이다. 나루가 제 역할을 잃은 뒤 힘겹게 명맥을 이어오던 주막촌은 사문진교가 들어서면서 쇠퇴했다. 이에 달성군은 2013년 주막촌을 복원해 관광명소로 변모시켰다. 초가집 형태로 꾸며진 주막은 수령 500년 된 팽나무 아래 자리해 운치를 더한다. 과거에는 이 팽나무 주위로 장이 들어섰고, 홍수가 나면 배를 묶어놓는 선착장 역할도 했다고 한다. 팽나무는 느티나무와 함께 마을 당산나무로 쉽게 볼 수 있는 수종이라 더욱 친근감이 든다.

주막촌에서 낙동강 가로 향하면 선착장이 나온다. 유유자적 강 주변 풍광을 즐기기엔 뱃놀이만 한 게 없다.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도 화원이다. 오른편에는 붉은 꽃양귀비가, 왼편에는 푸른 수레국화가 흐드러지게 펴있다. 극명한 색 대비가 더욱 강렬한 인상을 준다.

◆붉은색 황홀경에 빠지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7) 사문진 낙조·주막촌,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달성호 타고 보는 초여름 풍광 일품
사문진 선착장 앞에는 공연을 할 수 있는 작은 광장이 마련돼 있다.

배를 타려면 승선 신고서를 작성하고 신분증도 있어야 한다. 표를 끊은 뒤 지체 없이 유람선 '달성호'에 몸을 싣는다. 이윽고 배가 출발하자 강바람이 두 볼을 스친다. 초여름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자연의 선물이다. 유람선이 강물을 헤치며 만들어내는 물결도 어여쁘다. 마치 커다란 화폭의 데칼코마니(Decalcomanie) 작품을 보는 듯하다. 멀리 물새 한 마리가 강물 위에 바짝 붙어 비행하는 모습도 정겹다.

달성호는 달성습지와 강정고령보를 둘러보고 뱃머리를 돌려 옥포 신당마을까지 내려간 뒤 다시 사문진으로 돌아온다. 유람 시간은 40여 분 정도 소요된다. 선착장에서 출발하자마자 화원동산 정상부의 상화대(賞花臺)가 눈에 들어온다. 신라 경덕왕이 이곳의 아름다움에 반해 행궁을 지었는데 그 이름이 상화대였다고 한다. 그만큼 상화대 주변 풍광은 빼어나다. △돌아가는 돛단배 △금호강 어부의 피리소리 △연암에 내려앉은 기러기 △다산의 밥 짓는 연기 △넓은 들판의 논갈이 소리 △삼포의 가을경치 △가야산의 해지는 경치 △비슬산에 머무는 구름 △상화대의 늦은 봄 △노강진에 길게 드리운 달빛은 '상화대십경'으로 불린다.

상화대 아래쪽에는 하식애가 발달해 있다. 하천의 침식작용으로 인해 생긴 절벽이다. 하식애의 겹겹이 쌓아 올린 물결무늬에는 태고의 시간이 흐른다. 희귀수종인 모감주나무도 하식애를 따라 군락을 이룬다. 6~7월이면 모감주나무가 황금색 꽃을 피우는데 그 모습도 장관이다. 최근에는 대규모 회양목 군락지도 발견돼 생태학적으로 화원동산 하식애의 가치가 더 높아졌다.

좀 더 시선을 멀리 두면 대구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보인다. 북쪽에는 궁산과 와룡산, 동쪽으로는 앞산과 비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유람선은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지나 강정고령보까지 거슬러 오른다. 강 위에서 바라보는 디아크와 보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강정고령보가 가까워지자 뱃머리를 돌린다. 이번엔 남하다. 강 건너 고령 땅이 선명하다. 녹색의 풀과 나무, 텃새, 강둑에서 자전거를 타는 이들의 모습이 평온하다. 해 질 녘 낙동강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하늘, 구름과 함께 온통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지는 해를 아쉬워한다. 사문진의 낙조는 유난히 낭만적이다. 신당리까지 강을 따라 내려온 유람선은 다시 유턴해 선착장으로 돌아간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자문=송은석 대구문화관광해설사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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