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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2) 비슬산 참꽃 군락지와 천년고찰 대견사...봄이면 대견사 능선 따라 '분홍의 파도' 출렁

20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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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구 달성군 비슬산 대견사 능선 참꽃 군락지를 찾은 등산객들이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진달래꽃 사이를 걸으며 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올해 비슬산 진달래꽃 개화 시기는 다음주쯤으로 예상된다. 〈영남일보 DB〉

대구 달성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 중 하나가 비슬산이다. '비슬(琵瑟)'이라는 이름은 산 정상 바위 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아 붙었다고 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빼어난 데다 봄철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억새 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천혜의 자연 환경과 더불어 휴양림·오토캠핑장 등까지 갖춰 대구시 1호 관광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비슬관광지 사업이 마무리되면 비슬산은 '숲 체류형' 관광 명소로 거듭날 전망이다. 또한 비슬산은 대견사(大見寺)·용연사(龍淵寺)·유가사(瑜伽寺)·소재사(逍災寺) 등 사찰과 기암괴석, 암괴류가 곳곳에 산재해 있어 불교문화·지질학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 2편에선 비슬산 참꽃 군락지와 천년고찰 대견사를 소개한다.

반딧불이 전기차 타고 비슬산 오르면
30만평 규모 군락지 '진분홍 꽃밭' 장관
개화시기 문화제 열어 다양한 체험행사
매년 봄 전국 각지 상춘객 몰려들어


해발 1천m 자리잡은 천년고찰 대견사
일제강점기 폐사 뒤 100년만에 중창
대견사 벼랑 아래엔 흘러내리듯 쌓인
천연기념물 암괴류 독특한 경관 자랑


◆반딧불이 전기차와 금수암 전망대

비슬산으로 향하는 길은 정겹다. 때가 되면 피어나는 각종 꽃과 풀, 초록잎으로 갈아입은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제법 운치있다. 풀과 흙내음, 볼을 스치는 바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봄의 풍광은 더욱 각별하다. 연둣빛으로 물든 세상은 보는 이의 표정에도 생기가 돌게 한다.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해발고도 1천m의 산을 오르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체력은 기본, 챙겨야 할 장비와 용품도 많다. 날씨도 복병이다. 너무 춥거나 덥고, 바람이 강하면 더욱 고된 여정이 된다. 산행이 익숙한 이가 아니면 부담스러운 높이다.

하지만 비슬산 등반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쉽게 오르는 방법이 있다. 전기차를 이용하면 대견사 초입까지 단번에 오를 수 있다. 2015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산악용 전기차에 몸을 실으면 30분 정도면 목적지에 이른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년 10여 만명의 관광객이 전기차를 이용했다.

비슬산 반딧불이 전기차를 타고 비슬산 휴양림 입구에 들어서면 울창한 숲길이 나온다. 운이 좋으면 다람쥐나 고라니도 만날 수 있다. 비슬산에는 휴양림을 비롯해 치유의 숲과 오토캠핑장도 갖추고 있다. 완연한 봄이건만 산 속은 아직 늦겨울이다. 바위 계곡엔 아직도 하얀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소재교를 건너면 소재사 일주문과 마주한다. '재앙을 소멸한다'는 이름의 절집이다. 신라시대에 창건됐다고 하나 연대도 창건자도 알 수 없다. 작은 도량이지만 한때 300여 명이 상주했던 큰 절이었다고 한다.

전기차는 소재사를 지나 대견사를 향해 곧장 오른다. 구불구불한 산길이 꽤 아찔하다. 이내 금수암 전망대 이정표가 나온다. 금빛 물이 솟아나는 바위라니. 호기심이 발동한다. 도보로 올랐다면 전망대를 둘러보는 것이 좋다. 계단으로 된 데크길을 따라 곧장 오르면 숨이 찰 때쯤 전망대가 나온다. 북쪽으로는 비슬산 최고봉인 천왕봉(해발 1천83m)과 대견봉(해발 1천35m), 대견사가 보이고, 멀리 낙동강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금빛 물은 금수암 절벽바위 아래 작은 샘에서 나온다. 안내문 글귀가 흥미롭다. '정신이 부실한 사람이 그 물을 보면 물에 올챙이 같은 것이 들어 있고, 뱀이 나오고 심지어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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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때 폐사된 뒤 100여 년 만에 중창된 대견사. 〈영남일보 DB〉

◆100여 년 만에 중창된 천년고찰

비슬산 정상부에 도착하면 갈래길이 나온다. 한쪽은 대견사, 다른 곳은 참꽃 군락지로 향하는 길이다. 왼쪽 대견사길로 들어선다. 대견사는 설악산 봉정암, 지리산 법계사와 더불어 해발 1천m 이상에 자리 잡은 사찰 중 한 곳이다. 당 태종이 세수를 하다 본 산정의 아름다운 풍광이 바로 이곳 대견사 터라는 전설이 전해 올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북쪽으로 대견봉이, 남쪽에는 관기봉이 뾰족이 솟았고, 서쪽에는 낙동강이 유유히 흐른다. 벼랑의 아래쪽 깊은 계곡에는 검은 너덜겅이 흐르고 부처·거북·곰바위 등 토르들이 절터의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장대한 경관에 경건함이 든다. 단애의 끝머리에 홀로 선 석탑도 예사롭지 않다. 장엄한 기운을 뿜어낸다. 별다른 꾸밈 없이 소박하게 벼랑 끝에 선 모습이 신성하기까지 하다. 벼랑 쪽에서 대견사를 바라보면 신라시대 지어진 축대(築臺)의 모습이 드러난다. 각양의 돌들이 맞물려 억겁을 견뎌내며 여전히 대견사 터를 떠받들고 있다. 천년의 세월을 거스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천년고찰 대견사는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 스님과도 연이 닿아 있다. 스님의 초임지이자 삼국유사의 토대를 쌓은 곳이기도 하다. 기록에 따르면 일연은 1227년(고종 14) 선불장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합격한 뒤 초임지로 비슬산 보당암을 택해 오랜 기간 주석했다고 한다. 서거정(徐居正)이 편찬한 동문선에 '비슬산 정상에 한 암자가 보당'이라 기록돼 있는 것을 토대로 보당암은 대견사의 전신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의 대견사는 최근 새로 지어졌다. 일제강점기 폐사된 뒤 2014년 3월1일 100여 년 만에 중창된 것이다. 중창에 앞서 스리랑카 쿠루쿠데 사원에서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 1과도 기증받았다. 사리탑은 대견보궁 현판 아래 열린 문과 유리창을 통해 볼 수 있다. 사리탑을 받든 금강계단(金剛戒壇)에는 팔정도(八正道)가 그려져 있다. 팔정도는 불교에서 깨달음의 경지인 열반에 이르게 위해 수행해야 하는 여덟 가지 덕목이다.

대견보궁은 석탑만큼이나 수수하다. 단청을 하지 않은 데다 내부의 보개천장도 화려하지 않다. 대신 오백나한들이 법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대견보궁 왼편에는 정성천왕(靜聖天王)을 모신 산신각과 암굴이 위치한다. 특히 암굴의 남쪽 입구 우측 바위에는 마애불이 음각돼 있어 눈길을 끈다. 아래쪽에 연화대좌를 새겨놓고 5개 원형이 중복되게 그려져 있는데 이는 화염문에 휩싸인 부처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밀교문양인 '유가심인도(瑜伽心印圖)'와 거의 동일하다. 유가읍, 유가사 등 지명과 밀교의 연관성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동굴 안은 참선하기 적합한 공간이다. 작은 공간에 적당한 빛이 천장을 통해 들어와 아늑함이 느껴진다. 동굴 왼쪽 편에는 참꽃 군락지로 이어지는 데크가 조성돼 있다.

◆산 정상 부근에 출렁이는 분홍의 바다

데크를 따라 조금만 오르면 참꽃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규모만 99만1천735㎡(30만평)에 달한다. 매년 봄이면 참꽃이 만개해 진분홍의 화원을 만들어낸다. 호랑이 등뼈 같은 능선을 따라 분홍의 바다가 출렁이는 모습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실로 장관이다. 전국 각지에서 상춘객이 몰려든다. 참꽃으로 가득한 비슬산의 봄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해서다. 올해 비슬산 진달래의 개화 시기는 4월 중순쯤이다.

진달래꽃은 김소월의 시로도 친숙하다. 우리민족의 고유한 정서를 공유하는 꽃이다. 학명(korean rosebay)에도 한국이 들어간다. 꽃을 먹을 수 있고, 약에도 쓰여 '참꽃'이라 부른다. 두견화(杜鵑花)라고도 부르는데 두견새(소쩍새)가 울 무렵 흐드러지게 피고, 색도 두견새의 입속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다른 전설도 내려온다. 위나라의 침략으로 망한 촉나라 황제 두우의 이야기다. 죽어서 두견새로 환생한 그는 매년 봄이면 촉나라로 돌아가고 싶다며 '귀촉, 귀촉 ,귀촉'하고 울었는데 붉은 진달래만 보면 더욱 슬프게 울었다고 한다.

달성군은 참꽃을 하나의 축제로 만들었다. 개화 시기에 맞춰 '참꽃 문화제'를 열어 단순히 참꽃을 보는 데만 그치지 않고 관광객이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을 관람하고 체험하도록 구성한 것이다. 행사 기간 산신제를 시작으로 △축하 공연 △생활예술페스티벌 △참꽃가요제 △반딧불이 버스킹 △참꽃 시화전이 열리고 각종체험 부스와 포토존이 운영돼 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도 행사가 취소됐지만 산행은 가능하다.

비슬산에는 참꽃 외에도 중요한 자원이 있다. 바로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된 암괴류다. 암괴류는 주로 각진 거력(기반암에서 떨어져 나온 큰 암석 덩어리)으로 이뤄진 다량의 암괴가 사면의 최대경사 방향 또는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듯한 상태로 쌓여 형성된 지형을 말한다. 대견사 벼랑 아래 계곡에 발달된 너덜겅도 전형적인 암괴류다.

특히 비슬산 암괴류는 중생대 백악기 화강암의 거석들로 이뤄져 독특한 경관을 연출한다. 길이 2㎞, 폭 80m, 두께 5m에 달하고 암괴들의 직경도 1∼2m에 이른다. 국내에 분포하는 암괴류 중 규모가 가장 커서 학술적·자연학습적 가치가 크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자문=송은석 대구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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