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주요 상수원 중 하나인 가창댐은 유역 면적 43㎢, 저수 면적 0.67㎢에 이른다. 가창댐에서 정수된 물은 수성구 일부 지역과 달성군 가창면 전역에 공급된다. |
비슬산 천왕봉 북동쪽 비탈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거침없이 북동진한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정대숲 부근에 이른 물줄기는 네 개의 지류와 만나 몸집을 더욱 키운다. 정대리와 오리를 가로지른 물줄기는 사방산에 이르러 커다란 구조물에 가로막힌다. 비슬산맥(비슬산~청룡산~산성산)과 최정산괴(최정산~주암산) 사이 13㎞에 걸쳐 흘러 내려온 용계천을 멈춰 세운 것은 바로 가창댐이다. 1959년 8월 준공된 가창댐은 대구시민에게 안정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세워졌다. 예전부터 가창 골짜기는 물 맑고 산세가 수려하기로 유명했다. 지금도 가창댐 부근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 받고 있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 9편에선 대구지역 식수원이자 휴식처인 가창댐을 소개한다.
달달한 내음 날 것 같은 초입 찐빵길
용계천·비슬산맥 조화 상수원 풍광
댐 찾는 나들이객 기분 더 들뜨게 해
자동차 드라이브 '가로수 터널' 백미
자전거족은 '헐·몰·팔 라이딩' 즐겨
갈림길서 꺾으면 운흥사·조길방고택
가창댐에서 헐티재로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는 가로수 터널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아름답다. |
◆대구지역 주요 상수원
가창댐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와도 즐겁고, 차량을 이용해도 마찬가지다. 용계천과 비슬산맥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오롯이 느끼며 드라이브할 생각에 기분이 들뜬다. 용계초등에 이르면 창밖으로 왠지 달달한 냄새가 날 것 같다. 길을 따라 늘어선 상가 앞에는 하얀 김이 쉴 새 없이 하늘로 오른다. 가창 모락모락찐빵길(가창교~용계교 450m 구간)로 접어든 것이다.
보이는 집마다 찐빵집이다. 가창찐빵손만두, 호찐빵 만두나라, 가창옛날찐빵, 옛날손찐빵만두, 고향찐빵만두, 소문난옛날손쌀찐빵만두 등 찐빵과 만두를 취급하는 음식점이 몰려있다. 가창 찐빵거리는 2000년대 초반 방송에 알려지면서 입소문이 난 뒤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주변 환경이 크게 개선돼 거리가 한결 산뜻해졌다. 불량 시설물 정비와 함께 전력·통신선도 걷어내고 상가 간판도 새로 꾸몄다.
용계교를 지나 요양원 앞에서 우회전한다. 가창댐~헐티재로 이어지는 도로다. 곧 가창댐이 시야에 들어온다. 가창댐에는 나들이객을 위해 전망대와 데크길을 마련해 놨다. 전망대에 서자 바닥을 드러낸 가창댐의 모습이 애잔하다. 계속된 가뭄에 저수량이 크게 줄었다. 그래도 푸른 물빛과 녹색 숲이 빚어내는 평온함은 그대로다.
가창댐은 대구의 주요 상수원 중 하나다. 유역 면적은 43㎢, 저수 면적은 0.67㎢에 이른다. 총저수량은 940만㎥, 유효 저수량은 891만㎥, 취수량은 일일 5만2천㎥가량이다. 가창댐 물은 수성구 일부 지역과 달성군 가창면 전역에 공급된다.
◆봄에는 꽃대궐, 여름엔 나무그늘 터널
용계천을 따라 데크길을 걸어본다. 숲과 물 내음을 머금은 공기가 폐 속 깊숙이 들어온다. 상쾌한 순간이다. 두 대의 자전거가 '씽'하고 지나간다. 가창댐부터 헐티재로 이어지는 도로는 나들이객뿐만 아니라 바이커(biker)에게도 각광 받는 곳이다. 자전거족은 가창면 소재지에서 출발해 헐티재, 청도 몰래길, 팔조령을 거쳐 다시 가창면 소재지로 돌아오는 '헐·몰·팔' 코스를 주로 이용한다. 60여㎞ 구간으로 가파른 오르막이 있어 난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헐티재 도로는 폭이 좁아 주행하는 차량을 주의하며 라이딩을 즐겨야 한다.
오토바이족은 헐티재를 넘어 창녕 비티재, 밀양 천왕재로 가거나 청도 운문댐으로 향한다. 운문댐과 천왕재는 굽이치는 고갯길이 많아 영남권 와인딩의 성지로 불린다. 때론 고령을 지나 합천호, 지리산, 가지산 방면으로 장거리 라이딩을 즐기기도 한다.
용계천을 바로 옆에 낀 도로는 자동차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적당한 굴곡으로 긴장감을 주고, 깊이가 느껴지는 싱그러운 바람은 활력을 준다. 싱그러운 숲과 각양각색의 꽃이 만들어내는 풍광을 천천히 눈에 담으며 힐링을 느끼면 된다.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 가창댐 드라이브 코스는 가로수 터널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백미다. 봄에는 벚나무가 꽃대궐을, 여름에는 느티나무가 시원한 그림자 터널을 만들어 낸다. 때론 벚나무와 느티나무, 소나무가 함께 팀을 이룬 구간도 나온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반짝이는 모습은 언제 봐도 참 영롱하다.
운흥사 대웅전 앞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두 그루의 벚나무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위) 조선시대 지어진 조길방 고택은 안채·사랑채·아래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 |
운흥사 대웅전 앞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두 그루의 벚나무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위) 조선시대 지어진 조길방 고택은 안채·사랑채·아래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 |
◆물맛 좋은 천년고찰 운흥사
오동1교를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운흥사가 나온다. 운흥사는 신라 흥덕왕 때 운수스님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창건 설화가 흥미롭다. 설화에 따르면 창건 당시 절 이름은 동림사였고, 최정산 정상부에 자리했다고 한다. 사람 왕래가 많은 곳에 위치해 주지가 조용한 곳으로 옮기려고 하자 한 노인이 나타나 절 앞 연못을 메우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연못을 메우고 나니 절이 조용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신도의 발길이 끊기고 말았다. 이에 주지는 다시 절을 곡산(谷山)으로 옮겼으나 신도는 늘지 않았고, 다시 지금의 자리로 이전한 뒤 절 이름을 운흥사로 바꿨다. 이후 마치 구름이 일어나듯 신도가 몰려들어 절이 번창했다고 한다.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 때 사명 대사가 운흥사에서 승병 300여 명을 지휘해 왜적을 격퇴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운흥사는 최정산 중턱, 울창한 숲이 외호하는 자리에 다소곳이 틀어 앉아 있다. 도로가 잘 정비돼 있고 주차장도 널찍하다. 다만 자연의 풍광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없는 게 못내 아쉽다.
정토교를 건너 운흥사로 들어서면 돌계단 위 두 그루의 벚나무가 눈길을 끈다. 높이 15m, 둘레 3.7m쯤 되는 수령 150년의 고목이다. 벚꽃이 만개할 무렵 다시 한번 찾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면에는 대웅전이 위치한다. 정형적인 산지 가람이면서도 중정식 산지 가람 배치를 따르지 않았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종무소와 요사채가 대향한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아담한 규모다.
통상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을 모시는데 운흥사는 독특하게 아미타 삼존불을 모신다. 조선 중기에 활동한 조각승 도우가 만든 운흥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대웅전 왼편에는 작은 연못과 샘터가 자리한다. 가창 일대는 대구에서 물이 가장 깨끗한 곳인 만큼 운흥사 샘물도 물맛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대구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초가
헐티재 방향으로 대구미술광장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면 대구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초가를 만날 수 있다.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조길방고택이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먼저 커다란 당산목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한덤이(대암) 마을이란 이름에 걸맞게 주변 곳곳에 크고 작은 돌들이 눈에 띈다. 당산나무 아래에도 커다란 바위가 하나 서 있다. 유심히 살펴보면 바위에 새겨진 글자를 볼 수 있다. 대암동천(大巖洞天). 대구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동천바위다. 옛 선비들은 팔경문화와 함께 구곡·동천문화를 즐겼다. 경치 좋은 곳을 특정해 그곳의 자연물에다 자신들의 철학을 덧입혀 공유하던 문화다. 단순히 관광·유람에 그치지 않고 시문학을 즐기며 서로의 사상과 학문을 나눈 것이다. 동천문화는 구곡·팔경 문화와 결이 다르다. 유교가 아닌 도교를 배경으로 한다. 또 동천문화는 철학이나 예술이 아닌 은거를 지향한다. 때문에 동천바위는 오지에서 주로 발견된다.
가창댐 주변으로 데크길이 조성돼 있어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
고택 아래 엄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띈다. 수령이 꽤 된 듯 굵은 몸집을 자랑한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고택으로 들어선다.
조길방고택은 조선시대에 지은 목조 가옥이다. 초가지만 안채·사랑채·아래채 등은 전통가옥의 구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안채는 축대 위에 서쪽을 향해 자리잡았고, 축대 앞 낮은 앞마당에는 좌우로 아래채와 사랑채가 마주한다. 아래채와 사랑채는 각각 3칸 규모인데 원래는 더 컸다고 한다. 조길방고택은 초가로는 보기 드문 오래된 건물로, 조선시대 수수한 옛집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고택에서 나와 마을 아래를 내려다본다. 보이는 건 산과 골짜기뿐이다. 멀리 화마가 할퀴고 간 산자락의 모습이 애처롭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자문=송은석 대구문화관광해설사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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