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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아임 유어 맨' (마리아 슈라더 감독 · 2021· 독일)…인간에 대한 통찰이 담긴 SF 로맨틱 코미디

2022-06-10
아엠
제71회 베를린 영화제(2021)는 남녀를 구분하는 연기상을 폐지하고, '아임 유어 맨'의 마렌 에거트에게 주연연기상(은곰상)을 수여했다. 그녀가 연기한 알마는 박물관에 소속된 고고학자로 고대문자를 연구한다. 영화는 알마가 참여한 3주간의 실험을 다루는데, 그 실험이란 인간을 위한 휴머노이드 로봇과의 동거다. 3주 후, 그녀만을 위한 맞춤형 로봇과 함께 한 실험 결과를 보고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연구 외에 다른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던 알마는 로봇 톰과 생활할수록 혼란에 빠지고 그녀의 삶은 변화하게 된다.

로봇을 주인공으로, 동반자로 하는 SF영화는 많다. 이 영화가 독특한 점은 지적인 여성이 주인공이고, 상대 로봇이 남자라는 점,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임에도 철학적 사유가 있다는 것이다. 코미디를 표방함에도 독일 영화답게 꽤 진지하다. 엠마 브라슬라브스키의 단편이 원작인데, '파니 핑크'의 배우로 유명한 마리아 슈라더가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OS(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그녀 Her'(2013)와 비교되는데, 사람이 아닌 줄 알면서도 사랑하게 되는 것이 닮았다. 파트너인 상대 기계(?)가 계속 업그레이드되는 점도 같다. 하지만 톰은 사람과 구별되지 않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 사랑에 빠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현대인의 절절한 외로움을 다루는 점은 닮았으나, '아임 유어 맨'이 좀 더 낭만적이고 희망적이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유머 덕분이기도 하다.

영화는 시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알마는 고대문자를 통해 고대에도 시와 같은 상징이 있었음을 연구한다. 좋아하는 시가 뭐냐는 말에 로봇 톰은 릴케의 '가을날'을 말한다. 인간의 외로움과 방황을 아름답게 드러낸 시다. 영화가 결국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그런 불완전함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거라고. 에픽 페일(Epic Fail), 즉 실수를 모아둔 비디오를 보여주는 장면도 그 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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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완벽해 보이는 겉모습에 나약함을 감추고 있던 알마는 자신의 껍질을 하나하나 벗어던지게 된다. 그리고 로봇 파트너를 반대하는 보고서를 쓴다. "이룰 수 없는 그리움, 상상력, 행복에 대한 추구와 갈망이 인간성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원하는 모든 것을 충족시킬 휴머노이드 배우자를 허용한다면 중독자들의 사회가 될 거라고, 나태하고 지친 사람들이 되어 변화할 수 없을 거라고.

시간을 착각해서 중요한 모임에 늦은 어느 날, 이 영화는 꽤 위로가 되었다. 평소 실수를 싫어하고 수치스러워했지만,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는 거라고 너그럽게 자신을 토닥이게 되었다. 우리가 이토록 불완전하지 않다면 사랑도, 관계도 필요 없을지 모른다. 서로의 불완전함을 측은히 바라보며 허용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지. 인간을 통찰하게 하는 이 영화, 참 좋다.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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