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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미·중 대결 속 급속한 편입…그 다음은?

20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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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내일은 6·25전쟁 72주년. 그때 나라를 잃고 공산화됐더라면 지금의 풍요와 자유, 민주적 삶의 향유는 어림도 없다. 아찔했던 순간. 패전 위기 대한민국을 지킨 우방은 진정 혈맹이다. 형식과 내용은 달라졌지만 세계는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갈라져 싸우는 양 블록의 구성이 한국전쟁 당시와 판박이다. 때맞춰, 네 가지 옵션 △동맹 강화 △중국 편승 △홀로서기 △균형 외교 중 하나를 선택하고 3가지를 폐기하는 절차가 한창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우리도 미·중의 세기적 대결에 급속히 편입되고 있다. '균형 외교'의 원칙은 축소되고 '동맹 우선'의 발걸음이 바쁘다. 최근의 이 확연한 변화는 우리의 자발적 성격이 강하다는 게 특징이다. "완전히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란 평가가 나온다.(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미국은 만족스러운 눈치다. "한미동맹,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하다"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한마디에 농축돼 있다. 문재인 정부 때 기류와는 달라진 수사(修辭)다.

반중(反中) 블록을 짜는 미국은 '전략 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집결하고 있다. 패권국가 의지를 노골화하는 중·러는 경제 보복의 시위를 팽팽히 당기고 있다.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향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열강의 각축장. 100여 년 전 한반도를 규정한 외교적 레토릭이 지금도 어색하지 않다. 이 숙명적 굴레를 어찌 풀어낼까. 임금의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 치욕도 모자라 무능한 위정자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국토가 유린당하고 왜(倭) 자객에 국모가 피살되고 35년간 나라를 빼앗겼다. 국가 안위를 지키며 평화와 번영의 초석을 다지는 일이 다시 절박한 과제가 된 지금, 무엇인가 선택할 시간 앞에 다시 섰다. 닷새 뒤 윤석열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한국 대통령 최초다. 나토는 미국 중심의 다자동맹이자 철저히 군사동맹이다.

이상견빙지(履霜堅氷至), 이제 갓 얼기 시작한 엷은 서리도 밟으면 얼음처럼 단단해지는 건 자연의 이치다. 서리를 밟으면서 직감적으로 얼음을 예감해야 하듯 큰 변화의 전조를 미리 알아 적절히 대응해야만 도전은 기회가 된다. '동맹 강화'로 말(馬)을 갈아탄 새로운 도전의 첫 발걸음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균형 외교'는 강자에 둘러싸인 약자의 숙명이었다면, '동맹 강화'는 패자(패者)의 이익이 우선하는 불공정 게임에 편입되는 위험천만한 험로다. 패권국은 늘 자신에게 유리한 표준과 규범을 만든다. '아메리카 퍼스트'의 화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심지어 "나토를 탈퇴하고 한미동맹을 날려 버리겠다"고 말했다지 않나. 미국은 반중 연대를 위해 이른바 '동맹국 서열화'를 예고하고 있다. 물빛 모르고 '균형 외교' 운운하다간 뒷방으로 밀린다. 글로벌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지금 '안미경중(安美經中)' '연미화중(聯美和中)' 전략도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중·러는 핵심 이익의 레드라인을 밟으면 누구든 공격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우리를 괴롭힐 다양한 옵션을 쥐고 있다. '동맹 우선'의 원칙은 그 불가피성에도 불구하고 이런 극단적 선택 사이에서 우리를 힘들게 할 것이다. 두 소용돌이가 부딪쳐 쏟아내는 파편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리스크 요인을 최소화하면서 기회 활용을 최대화하는 길은 무엇인가. 냉전의 한복판으로 들어서며 던지게 되는 질문이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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