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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구역세권 개발 조감도. <대구시 제공> |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염색산업단지(이하 염색산단) 외곽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염색산단 이전은 인근 주민들에겐 오랜 숙원이라 할 수 있다. 염색산단에서 흘러나오는 하·폐수 및 배출가스 등으로 인한 악취와 오염 물질에 오랜 기간 노출돼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도심 한 가운데 산업단지가 자리하면서 대구 서부권역으로 팽창해나가야할 도심 개발을 억누르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호황기 시절 대구를 먹여살렸다고도 할 수 있는 염색산단 입주 업체들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 각종 규제와 도시 발전 과정을 거치며 염색산단 이전 필요성이 커졌지만 막대한 금액이 소요되는 만큼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염색산단을 이전하는 것이 맞는지, 이전할 경우 과연 업체 운영을 지속할지 등을 결정하는 것만해도 쉽지 않다. 수많은 업체가 들어서 있는 만큼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요구사항이 제기될 것이다.
염색산단 이전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 넘게 소요될 전망이다. 투입되는 예산 또한 수조원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 다행인 점은 공약을 통해 이전 추진이 공식화됐고, 사회적인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됐다는 것이다.
◆ 선거과정 거치며 급물쌀 탄 염색산단 이전
염색산단 이전은 지난 3월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와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거치며 급물쌀을 탔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염색산단 에너지 자립화와 기반 시설, 운영방식 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섬유·염색산업단지 첨단화' 공약을 내세웠다. 이에 대구시는 염색산단의 탄소중립 친환경산업단지 전환을 지역 공약과제로 반영하고 본격적인 공약 현실화에 뛰어들었다.
현재 대구시는 2030년까지 염색산단의 유연탄 발전 설비를 개선하는 '탄소 중립 첨단산업단지 전환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이다. 오는 9월 마무리될 이 용역은 대구염색산업단지 내 열병합발전소를 수소연료전지발전소(이하 수소발전소)로 전환하는 것이다.
사업비는 국비 4000억원, 시비 400억원, 민자 5600억원 등 총 1조원으로 향후 에너지 수요량 조사·분석, 발전설비 구조 설계 과정을 거쳐 산출내역을 세부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대통령 공약을 통해 염색산단이 변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전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함께 터져나왔다. 홍 시장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염색산단 이전 공약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지난 4월 류한국 서구청장과 만난 자리에서 염색산단을 외곽으로 이전하고 서대구산업단지를 비롯한 노후 산업단지에 대해서는 스마트산업단지로 재단장해 도시형 첨단 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다. 이후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을 방문하면서 염색산단 외곽 이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염색산단측에서도 이전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음을 보였다. 김이진 대구염색공단 이사장은 홍 시장 방문 당시 염색산단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 조성과 KTX 서대구역사 개통으로 역세권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염색산단에 친환경 기반시설을 완비하고, 장기적으로 도심외곽지역으로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 이전 논의 본격화 되자 기존 사업과 충돌도
대구환경공단 노동조합은 최근 염색 폐수에 최적화된 하·폐수처리장 지하화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염색산단 이전을 추진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향후 10년 이상 염색공단의 존속은 불가능하다"며 "서대구역사 주변 개발과 환경 개선을 명분으로 6천억 원을 들여 하·폐수처리장을 지하화 하는 것은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염색공단 이전까지 서대구 하·폐수처리장 지하화 사업을 중단하고, 환경기초시설은 염색공단 이전 후 재구축 할 것"을 촉구했다.
서대구 역세권개발과 함께 추진되는 서대구 하·폐수처리장 통합 지하화 사업은 북부하수처리장 지하에 인근 하·폐수처리장을 통합·이전하는 것이다. 대구시는 그 후적지 일대에 문화생활과 주거시설이 어우러진 공간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염색산단 이전 공약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서대구 하·폐수처리장통합지하화 사업 무산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흘러나왔다. 염색산단 이전이 속도를 낼 경우 통합처리장을 조성할 필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염색산단 이전 기간을 고려해 통합처리장 조성과 함께 염색산단 이전을 병행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단지 조성에 평균 14년이 걸리는 것과 오는 2028년까지인 통합처리장 민간 운영 기한을 고려할 때 병행하더라도 무리 없이 사업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염색산단 외곽 이전 밑그림은?
대구시는 현재 염색산단 외곽 이전 공약 달성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대구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염색산단 이전 타당성 용역이 내년에 추진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타당성 검토 및 시의회 의결, 산업단지 지정계획 수립 및 지정·고시, 토지보상 및 부지조성 공사, 공동 유틸리티 시설 구축 등을 거친다. 대구시는 현재 인근 주요 산업단지 평균 조성에 14년이 걸린 것을 바탕으로 약 15년이 소요될 것으로 자체 추산 중이다.
이전 대상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성규모는 공장용지 및 도로, 공공용지 등을 포함해 약 50만평(약 165만2천900㎡)이 될 것이라 전해졌다. 여기에는 취·정수를 위한 공업용수시설, 증기 및 전기공급시설, 공동폐수처리장 등이 들어선다.
문제는 이전 추진 과정에 맞닥뜨리게될 수많은 변수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염색산단 이전 대상지에 전력공급을 위한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혹은 소형원자로(SMR) 조성 시 소요예산이 1조3천억원을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부지매입비 및 도로 등 기반시설 구축 예산까지 더할 경우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재원 조달 방안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이전에 대한 업체 동의와 입주 수요조사, 공동 시설 민자 재원조달 등 과정에서 업체 간 이견이 발생한다면 사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모든 과제들이 해결되더라도 염색산업단지가 기피시설로 인식된 만큼 이전 대상지를 찾는 것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현재 대략적인 이전 방안을 세운 것일 뿐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향후 이전 타당성 용역 등을 거쳐 세부적인 내용들이 바뀔 수 있다"며 "대구시와 염색산단 업체, 대구시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전 방안을 찾기 위해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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