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7월 27일 오전 8시 55분 대구 중구 서문시장. 서문시장과 고령시외버스터미널을 오가는 고령군 대가야여객 소속 606번 버스가 출발했다. 30인승 정원인 이 버스에 탑승한 승객은 2명. 20분의 배차 간격을 둔 이 버스는 대구 도심~달성군을 거쳐 고령시외버스터미널로 운행한다. 도착지까지 통과하는 정류장은 총 58곳. 1시간13분간 운행하는 이 버스는 이날 목적지까지 가면서 11개 정류장에 정차해 승객 13명을 태우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버스가 고령군으로 진입한 뒤 종점까지 13개 정류장을 거치면서 태운 승객은 2명에 불과했다.
같은날 오후 3시20분 고령시외버스터미널에서 4명의 승객을 태운 606번 버스는 목적지인 대구 서문시장까지 갈 동안 11개 정류장에서 20명의 승객이 승·하차했다. 고령에서 탄 승객은 6명이었다.
#2. 지난 7월 31일 고령군버스터미널, 고령 시내를 오가는 미니버스 4대가 정차하고 있었다. 면(面) 단위 곳곳을 오가는 이 버스에 승객은 많지 않았다. 터미널 인근의 한 주민은 "각 버스마다 하루종일 태우고 내리는 승객이 10여명에 불과하다. 이용객 대부분이 고령자"라고 말했다.
◆'돈먹는 하마' 농·어촌버스
해를 거듭할수록 적자폭이 늘어나고 지자체 재정지원금으로 연명하는 농·어촌버스는 사실상 '계륵'에 가깝다. 농·어촌 지역 주민의 유일한 이동수단이다 보니 지원금 축소, 감차, 노선 폐지 등은 언감생심이다. 특히 최근 경유값 급등으로 지원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재정지원금은 벽지노선 지원사업비, 농·어촌버스 재정지원금, 시내농·어촌버스 재정지원금, 유가보조금 등을 포함한다. 재정지원금의 대부분은 군비다. 고령군의 경우 올해 재정 지원금 총액을 보면 21억2천여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이가운데 90%가 넘는 19억1천500여만원이 군비다. 더 큰 문제는 재정 지원금이 매년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군만 해도 5년새 30% 이상 증가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23개 시·군의 농·어촌 버스에 총 50억3천850만원을 재정 지원금으로 지급한다. 시·군별로는 포항에 17억3천여만원이 투입된다. 경산 12억 6천여만원, 구미 12억여원, 경주 9억여원 등 인구가 많은 도시일수록 재정지원금 규모가 크다. 도내 13개 군 지역에 지급되는 재정 지원금은 성주(2억9천400여만원)와 칠곡(2억7천500여만원)이 2억원을 넘었고 고령군을 포함한 나머지 11군은 은 5천~1억9천여만원 수준이다.
◆고개 드는 농·어촌버스 공공재화
최근들어 경북지역에서 '농·어촌지역 대중교통의 공공재화'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고령군과 청송군이 그 예다.
1개 업체가 21대의 농·어촌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고령군은 대중교통의 공공재화로 방향을 잡고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고령군 관계자는 "버스 서비스의 공공재적 성격 및 민간 기업 운영의 효율성을 충족할 수 있는 방안, 지자체 재정지원의 적정선과 향후 지원 방향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송군은 주민 복지 차원에서 전 주민 대상의 시내버스 전면 무료 승차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간 5억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2만4천여명 주민이 거주하는 청송은 현재 1개 업체가 총 18대의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청송군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통 인프라 등을 고려했을 때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군민 이동권 보장 등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함께 청송군은 전기버스 도입 등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농·어촌버스 공공재화로의 전환에 있어 완전공영제와 준공영제 사이에서의 선택이 필요하다. 완전공영제는 기초단체에서 버스를 구입하고 운송이용료를 받아서 직접 버스 운영을 관리하는 형태이다. 준공영제는 민간회사가 버스를 소유하고 수익금 관리나 노선별 원가 산정을 해서 적자 나는 부문에 대해서는 자치단체에서 지원해주는 것이다. 강원도 정선군과 전남 신안군이 완전 공영제를 도입해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송군이 추진하는 전면 무료 승차제는 우선 제도적으로는 보건복지부 승인도 필요하고 상위 지자체인 경북도와 논의도 있어야 한다. 무턱대고 시내버스 요금을 무료로 할 수 없는 만큼 조례 제정 등도 필요하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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