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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성 완전기억상실..."치매는 아니라는데… 방금 일이 전혀 생각 안 나"

2022-09-27

수 시간 기억상실 후 24시간 이내 서서히 회복되는 신경학적 증후군
기억력 담당 '해마' 이상으로 발생…갑자기 발병하고 인지기능은 유지
혈관성 기전 문제로 증상 보일 경우 바로 치료를…재발률은 3~8%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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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66)씨는 갑자기 5시간 정도 동안 있었던 일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런 탓에 그 시간 동안 전화를 했던 한 친구에게 또다시 전화하는 일을 수십 차례 했다. 이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던 친구는 김씨를 찾아왔고, 함께 병원을 찾았다. 혹시 갑자기 치매가 찾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일과성 완전기억상실'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기억을 잃어버린 탓에 치매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하루 정도가 지나면서 증상이 서서히 호전되는 것 등이 치매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과성 완전기억상실이란

전문의들에 따르면, '일과성 완전기억상실'은 5~6시간 동안 갑자기 기억을 완전히 잃었다가 24시간 내에 서서히 호전되는 증상을 말한다. 어느 한 시점을 기준으로 했던 질문을 되풀이한다거나 본인이 이 장소에 어떻게 오게 됐는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 기억상실이 수 시간 발생했다가 24시간 이내 서서히 회복하는 신경학적 증후군이다. 주로 50세 이상에서 발병하는데 인구 10만명당 23~32명 정도의 빈도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증상이 생기는 이유는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위 이상 때문이다. 뇌의 측두엽 안쪽에 있는 기억을 담당하는 기관인 해마는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뇌의 해마에 문제가 생기면서 일과성 완전기억상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억이 일시적으로 상실되는 탓에 같은 질문을 똑같이 여러 번 반복하거나 같은 사람에게 계속 전화를 하기도 한다. 또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등 반복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같은 일과성 완전기억상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감정 변화가 있을 때 체온이 갑자기 변화했을 때 나타날 수 있다.

대구파티마병원 배성윤 과장(신경과)은 "일과성 완전기억상실 증상을 보이면, 뇌혈관질환 및 발작질환 등의 감별이 필요하기 때문에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과성 완전기억상실 왜 생기나

일과성 완전기억상실이 생기는 대표적인 이유는 '극심한 스트레스'다. 가족 간의 불화 또는 사별, 통상적인 범주를 넘어서는 경제적 스트레스, 사업 또는 법적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또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 또는 발살바 수기가 일어나는 경우도 포함된다. 발살바 수기는 순간적으로 코와 입을 막은 상태에서 강하게 숨을 내쉬어서 인후두와 귀 안의 압이 증가하는 상황을 말한다. 운동할 때 갑자기 힘을 주거나 역기를 들 때 힘이 들어가는 상황,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순간적으로 놀라게 되는 상황, 운전이나 오토바이 주행을 할 때 긴장하는 등의 상황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런 일과성 완전기억상실은 임상적으로 진단하게 된다. 하지만 환자 본인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탓에 환자가 이상하다는 것을 확인해 줄 목격자가 있어야 한다. 또 그 시점 이후에는 수 시간 동안 완전한 선행성 기억상실이 있어야 한다. 기억상실 이외에 다른 인지기능인 판단력이나 공간 상황을 지각하는 것은 정상이어야 하고,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지 않아야 한다. 여기에 이런 증상이 24시간 이내에 서서히 호전되고 두부외상처럼 외상이나 발작, 경련 질환이 없어야 한다.

사람들이 이 증상을 처음 겪으면 치매 초기 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과성 완전기억상실은 치매와는 전혀 다른 질병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퇴행성 뇌질환인 치매는 서서히 발생하고 나이가 들면서 일반적인 뇌세포가 퇴화하고 노화되어 세포가 줄어들면서 해당되는 기억력이나 인지기능 저하, 판단력 저하 등이 생기는 것인 반면 일과성 완전기억상실은 갑자기 발병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 퇴행성 치매는 기억력 외에 다른 인지기능도 떨어지지만, 일과성 완전기억상실은 오로지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차이가 있다.

일과성 완전기억상실을 임상적으로 진단하지만, 뇌 영상학적으로도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임상적으로 일과성 완전기억상실이 의심되는 환자들의 MRI 검사를 하면, 해마에 이상이 확인되는 경우가 30~50% 정도에 이른다. 병변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24시간 이내에 오면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24시간에서 36시간 사이에 추적 검사를 해서 영상학적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병변이 보인다면 임상 증상에서 좀 더 확실한 진단적 접근이 가능하게 되고 병변이 보이지 않더라도 뇌관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뇌관류 스펙트럼 사진을 찍어볼 수도 있다. 경정맥의 판막 이상이 일과성 완전기억상실의 발병에 기여한다는 이론이 있어 이상 여부를 초음파로 확인해 보기도 한다.

일과성 완전기억상실은 혈관성 기전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증상을 보일 경우 바로 치료해야 한다. 또 병변이 보이지 않더라도 경험적으로 항혈전제, 뇌기능 개선제를 같이 처방하게 된다. 감정적 스트레스나 정신과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등 정신과적 선행인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나 심뇌혈관 위험인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 그에 대한 관리도 해줘야 한다. 가족이나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아서 동반된 우울증이나 감정 기복을 조절하는 치료를 하기도 하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심뇌혈관 위험인자에 대한 치료를 같이 해야 한다.

일과성 완전기억상실은 잃어버린 수 시간의 기억이 부분적으로는 돌아오고 드물게 완전히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또 간혹 아예 안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재발률은 3~8% 정도이고 감정적 스트레스, 정신과적 질환 등 선행인자가 3~4가지 이상 있거나 혈관 위험인자가 많으면 재발률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구파티마병원 배성윤 과장(신경과)은 "일과성 완전기억상실의 경우 급성기 치료 못지않게 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일과성 완전기억상실 예방을 위해서라도 평소에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배성윤 대구파티마병원 신경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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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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