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7주년 특집 인터뷰]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영남일보 창간 77주년 기념인터뷰에서 자신의 구상을 밝히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국내 대표적인 '지방전도사'다. '수도권병'으로 표현되는 중앙집중화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것을 매우 강하게 지적한다. 또 낙후돼 가는 지방, 그 중에서도 경북을 새롭게 디자인해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이끌어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을 자주 표명한다. 새로운 산업 육성과 함께 첨단산업으로의 농업 대전환을 추진하고,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영남일보는 창간 77주년을 앞둔 지난 5일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나 그가 야심차게 구상하고 있는 경북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메타버스는 4차산업 진수...수도권병 막고 경북발전 이끌어
전기요금차등제·외국인광역비자제도로 지방생존력 높여야
신공항 중단 없이 추진...군위군 대구편입도 11월 통과 전망
농업첨단화·농촌의 힐링공간화로 농업대전환 이루어 갈 것
- 경북이 농업대전환을 선언한 가운데 스마트팜 강국 네덜란드를 다녀왔다. 네덜란드에서 찾은 경북 농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었나.(이철우 지사는 스마트팜 농업을 배우기 위해 최근 각계 전문가 및 농업인들과 함께 연수단을 꾸려 네덜란드를 방문했다.)
"우선, 네덜란드는 일반 가계소득보다 농업인의 소득이 높다. 국민 평균 소득이 평균 5만 5천 달러인데 반해 농업인의 소득은 연 8만 달러 수준이다. 또 네덜란드 농업인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높다. 대를 이어 농사짓는다. 우리도 이렇게 가야 하지 않겠는가. 네덜란드의 농업은 완전한 첨단산업이었다. 그리고 농업인이 전문가로 대우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번에 가서 만난 농업인 중 한 명은 25살의 청년이었다. 농업 전문대학을 나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사를 짓고 있다. 50헥타르, 약 15만평(50만㎡)의 농장에서 혼자 파프리카를 생산하고 있다.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농산품을 가공 처리하는 시설을 갖춰 놓고, 직접 수출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의 기업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 농업도 기업이 돼야 한다. 지주가 주주가 되어 법인을 만들고, 전문 기술자를 투입해야 한다. 그래야 네덜란드와 같은 농업강국이 될 수 있다. 이것이 경북이 시도하고 있는 농업대전환의 핵심이다. 이런 내용을 대통령께도 건의드렸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인터뷰가 진행된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상주의 첨단농업 인프라인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고, 이철우 지사도 경북의 농업대전환 등 여러 현안을 건의했다.)
- 네덜란드의 선진 농업 모습들을 경북에 정착시키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한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현재 농촌에서는 벼농사를 하는 논 한마지기(약200평)를 빌려주면 대략 40만원을 받을 수 있고, 농사를 지으면 80만원 정도의 수입이 생긴다. 그런데 생산성을 높이면 직접 농사짓는 소득의 80% 이상을 임대료로 줄 수 있다. 이럴 경우 지주들은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에 노동소득도 추가로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이 농업대전환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경북의 농업대전환은 농업 첨단화와 농촌의 힐링공간화, 식량안보 강화와 축분소재 산업화 등이 지향점이다. 이를 위해 기업과 행정, 학계 등 다방면의 전문가를 초빙, 지난 8월에 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연말까지 발굴된 과제를 개선·보완하고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것이다. 여기에서는 지속가능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농업·농촌에 포커스를 맞춰 적용가능한 정책이 나오게 할 것이다."
- 도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가 신공항문제다. 대구경북신공항 이전이 '특별법 제정'과 '중단없는 추진'이라는 투트랙으로 진행 중이다. 특별법 도입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 지, 또 특별법 도입이 어려울 경우 추진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많은 분들이 특별법 추진이 안되면 공항 이전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민이나 시민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다. 군공항은 기부 대 양여 방법으로 대구시에서 짓고, 그 다음에 후적지를 대구시에서 가지고 가는 방식이다. 반면, 민간공항은 국토부에서 짓는다. 민간 공항 건설비용은 1조2천억 수준으로 예상된다. 군공항 비용은 약 1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민간공항은 활주로 만들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별법을 요구하는 것은 만약 민간공항 짓는 비용이 부족하면 국비를 지원해 달라거나, 철도 등 부대시설이나 산업클러스터 등의 예타를 면제해 달라는 것이다. 대구시는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특별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물론, 특별법이 통과된다면야 더없이 좋겠으나 그리 쉽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수원이나 광주 군 공항 이전사업과의 형평성, 기존 법령과의 충돌 등으로 정부을 설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통과가 된다 하더라도 국비 확보를 위해 가덕도·새만금·제주2공항을 비롯한 타 시도의 대형 SOC사업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특별법 제정에 올인하다가 자칫 공항 건설 절차가 중단되거나 지연된다면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투트랙 전략은 이런 모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특별법 제정 여부와는 관계없이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은 2025년 착공, 2030년 개항을 목표로 계속해야 한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의 문제점은 LH와 같은 국가 공공기관의 사업 참여로 해결할 수 있다. 국가 공공기관이 참여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군사시설을 이전하는 사업인만큼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춘 국가 공공기관이 신속하고도 안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종전부지로 사실상 모든 사업비를 확보하고 있는 기부 대 양여의 장점을 살려 신속하게 건설하되, 부족한 비용을 공공기관이 부담하도록 한다면 국비를 지원받는 것과 차이가 없다."
- 신공항이전과 함께 따라오는 부분이 군위군 문제다. 최근 정치권에 군위군 대구편입 조속한 처리를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하시기도 했는데 전망은 어떤지.
"11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행안위 소속 국회의원과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에도 모두 얘기했다. 민주당에도 통과를 건의했다. 또 얼마전 지역 의원들에게 신공항 건설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군위군 편입이 필요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구경북 국회의원이 합심해 11월 본회의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지역의원들도 편입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연내 처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군위군 인구 2만3천명이 경북인구의 0.89% 수준이다. 대구시에 편입을 해도 경북 국회의석 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에는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군위군이 (대구시에)편입되면 가장 책임이 큰 사람은 바로 경북도지사다. 그래도 추진하려고 한다. 사실, 주위에서 전화가 많이 온다. '왜 살을 떼주려고 하느냐'고 묻는다. 왜 겠는가. 공항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메타버스 수도'를 천명하고, 또 경북이 대한민국의 중심이라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경북의 자부심과 수도권병 해결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지난 임기를 뒤돌아 봤을 때 이 부분에서 어떤 성과를 냈으며, 어느 부분이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는 지.
"1차산업 시대에 경북은 사실상 나라의 중심지였다. 대구를 포함한 경북은 1970년까지 인구도 가장 많고 인재도 많았는데 지금은 여러모로 많이 위축됐다. 2차산업시대를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수도권 일극체제가 됐고, 경북은 낙후됐다. 오지도 가장 많은 등 사실상 균형발전에서 누락된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시대에는 나서야 한다. 4차산업의 진수는 메타버스라고 본다. 지난 2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메타버스 수도 경북'을 선포하고 약 8개월 간 메타버스 수도로 우뚝 서기 위해 중앙부처와 기업현장을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 결과, 짧은 기간 예산확보, 지방시대 주도, 네트워크 구축 등 소중한 마중물 성과를 이뤄냈다. 전국 최초 메타버스 면세점 구축협약체결, 메타버스 비전 선포, 메타버스 브랜드 등록 등 경북의 주도로 메타버스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면세점 구축은 경북이 구축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국가기관이 관련 규제를 완화해 가며, 면세점이 입점하고 면세점 판매를 허용한 첫 사례다. 메타버스로 앞서가는 경북을 만들 것이다.
- 경북도는 지방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신산업 유치를 위해 지역별 차등전기요금제나 외국인 광역비자제 등의 도입을 주장해 왔다. 이런 정책들이 모여 수도권병을 고치고 지방소멸이라는 재앙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수도권 집중이라는 거대한 물길을 돌리기 위해 몇 개의 지역발전 사업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가 운영의 틀을 바꾸고 제도가 새롭게 설계돼야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이 지방으로 내려온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요금차등제다. 전력생산은 비수도권에서 하고 소비는 수도권에서 하는 비대칭 구조와 막대한 송배전 손실 비용이 발생함에도 동일한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불균형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4차산업은 데이터산업이며, 데이터산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물과 전기다. 전기값이 서울의 절반이면, 기업들이 흥미를 갖지 않겠는가. 지역별로 전기요금에 차등을 두면 반도체나 배터리 같은 전력 다소비 업종이 비수도권으로 재배치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기피시설로 여겨졌던 발전소를 유치하려고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외국인 광역비자제도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인 노동자나 유학생 유치를 지방자치단체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들의 비자가 끝나더라도 지역에 필요하고 인정되는 우수한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이 강대국이 된 배경이지 않는가. 우리가 아시아의 미국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쉽게, 그리고 우수한 인재가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서울로망이 있지만 해외에서는 한국에 대한 로망이 상당하다. 수도권 집중도가 80%에 이르는 현실에서 시도지사에게 비자발급권한을 일부 이양하면 지방정부가 필요한 외국인력을 확보하고 산업에 활기를 돌게 하여 지방소멸을 극복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노동력이 공급되고, 산업기반이 조성되더라도 정작 필요한 것은 경북의 성장에 도움이 될 성장산업을 키우는 것이다. 경북이 육성해야 하는 신성장 산업을 꼽자면.
"경북의 미래를 책임질 산업과 관련, 권역별로 기반을 다져 나가고 있다. 포항을 중심으로 동해안권은 철강 재도약 기술개발사업, 이차전지 규제자유특구, 가속기를 기반한 신약개발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구미·영천·경산을 중심으로 내륙권은 시스템 반도체·미래차 전환을 추진하며, 안동을 중심으로 북부권은 백신·바이오 산업 전후방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역적 산업의 기반을 중심으로 기존 주력산업을 고도화하면서 경북만의 특화된 미래 산업을 키워가겠다. 아시다시피, 전국에서 유일하게 규제자유특구 4개가 경북에 지정됐다.2019년에는 배터리 리사이클링 특구가 포항에 지정되면서 앵커기업유치와 1조8천158억원의 민간 투자유치를 이끌어 냈다. 안동에는 그동안 마약류로 관리되던 헴프의 재배실증, 원료의약품 제조, 안전관리실증 통해 산업화 길을 열고 있다. 역외기업 18개사가 특구 내로 이전하는 등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부터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앞으로 특구들이 법과 제도의 기반을 마련하는 토대가 되어 글로벌 혁신 특구로의 확대 추진과 함께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 투자유치 100조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다.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는지. 또 향후 투자유치 방향에 대해 설명해 달라.
"처음 도지사 취임할때 4년 동안 20조원을 투자 유치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코로나19 등의 상황에서도 31조 7천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160% 초과 달성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니 대기업들이 1천조원 투자를 약속했다. 적어도 10%는 경북이 받아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100조원 투자유치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통령 임기) 5년 간 100조원이니 1년에 20조원이 목표다. 벌써 대기업 투자유치 3조원 등 4조~5조원 투자유치 실적을 거뒀다. 석달 만에 일년치 목표를 채워가고 있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설령, 100조원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욕을 먹지 않는 수준까지 노력하겠다.(웃음) 특히, LIG넥스원 구미 투자는 K-방산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핵심거점으로 부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방산혁신클러스터 유치에 힘을 쏟겠다. 통합신공항·영일만신항 인근 거점형 첨단복합물류단지를 조성해 관련 기업 유치를 추진하고, 배터리·산업용 헴프·스마트 물류, 수소전력 충전 등 규제자유특구 지역에 전략 산업 유치 활동을 전개해 거점별 특화 산업 육성에도 힘쓰겠다. 기업이 투자를 하려면 부지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신속 투자가 가능하도록 산업단지 개발을 서두르고, 이차전지·반도체 등 신산업의 경우 신규 투자시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 만큼 기업의 초기 투자비용 절감을 위해 원형지 부지 제공, 현재 개발 중인 도내 산업단지의 조기 분양도 추진하겠다."
- 취임 이후 다방면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다양한 특강 자리를 마련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각계 각층의 인재 욕심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이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 형성, 그리고 이런 인프라가 도정 발전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이제는 지적산업 시대다. 지식화 되지 않으면 산업성장이 되지 않는다. 1990년 제조업 시대의 일본이 압도적이었으나 2000년 들어서 플랫폼 산업 시대에는 결국 퇴보하고 말았다. (인터뷰가 진행된 5일 기준) '화공굿모닝 특강'(이하 화공)을 183회 진행했다. 도지사를 비롯, 많은 공무원들이 새벽부터 나와 강의를 들으니 강사들이 도리어 감동하더라. 그러면서 이들 강사들이 경북의 홍보맨이 됐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주호 전 장관 모두 화공특강 강사로 다녀갔던 분들이다. 화공특강 강사진 가운데 정·재계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며 경북에 힘을 보탤 분들이 앞으로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 지식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들의 강의를 계속 들으니 나도 반 전문가가 될 정도로 지적 능력이 높아졌다고 스스로 느껴진다.(웃음) 공무원들도 (화공이)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적 능력의 성장이 분명하다. 메타버스란 말이 처음 나왔을 때 화공에 5명의 전문가를 초빙했다. 그들의 강의를 들으면서 (메타버스는) 먼저 점령하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경북이) 메타버스 수도라 천명하니 이슈가 됐다. 류철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이제 중앙 정부에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설명을 하러 다닌다. 또 메타버스국을 만드니 담당자들이 전문가가 다 됐다. 이런 것이 화공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경북도는 행정을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하고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함께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연구중심 도정'을 만들겠다.
대담 = 장준영 경북본사 총괄국장
정리 = 홍석천 기자 hongsc@yeongnam.com
홍석천 기자
윤관식 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