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안동시청 주차장서 공무원 살해한 40대男…징역 30년 선고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전경.

경북 안동시청 주차타워에서 여성 공무원을 살해한 혐의(영남일보 7월 6일자 8면 보도)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공무직 직원 A씨가 1심에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형사부(재판장 이민형)는 13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44)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15년간 위치추적 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이는 검찰이 지난달 1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재판부에 요구한 징역 29년보다 높은 형량이다. 반면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7년간의 보호관찰 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 "범행 도구를 미리 샀고, 범행 전날 배우자에게 피해자 살인에 대한 암시적 메시지를 보낸 것과 피해자의 출근 시간을 노려 잠복해 있다가 근무지까지 쫓아가 도망치는 피해자에게 치명상을 입혀 사망까지 이른 점 등으로 보아 치밀한 사전 준비에 따른 계획된 살인 범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 사유에 앞서 어떻게 이 사건을 바라봤는지에 대한 관점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오늘날 많은 여성이 데이트와 가정 폭력 등 스토킹 범죄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최근 '신당역 살인' 등 이성적인 호감에서 시작된 관계가 통제력의 행사나 권력적인 형태로 왜곡되면서 폭력성이 발현돼 살인 사건으로 이어진 이 사건도 역시 스토킹 범죄의 맥락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2019년 8월 피해자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내연의 관계를 유지하다가 2개월 뒤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피해자의 이별 통보했지만, A씨는 지속해서 피해자 주변을 탐색하면서 만남을 요구했다"며 "A씨는 또한 피해자 주변 인물들에게 내연관계를 폭로하면서 지속해서 과도한 집착과 위협을 가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성에 대한 일방적인 호감 표시, 그 뜻을 거스르는 거부에 대한 난폭한 적대심과 자신의 불행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는 것 등은 스토킹 범죄의 특성으로 볼 수 있다"며 "최근 나날이 증가하고 사회문제로 거론되는 데이트폭력과 스토킹, 살인 등의 강력범죄는 사회와 격리를 위한 중형이 필요하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의 생명을 잔인하게 앗아간 A씨에 대한 선고형 결정에 대해 사형과 무기 징역형까지 포함한 법정형 범위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과 원통함에 합당한 처벌,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유사 범죄로 일상을 위협받으며 사회적 안전 시스템 마련과 범죄자 엄벌을 외치는 많은 잠재적 피해자들의 목소리까지 하나하나 무거운 마음으로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재판부는 "피해자의 소중한 생명을 영구히 박탈한 A씨에게 그 생명을 박탈하거나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하는 처벌을 가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선진사회로 진입하면서 쌓아온 성숙한 사회적 합의에 반하지 않는다는 확신까지는 할 수 없었다"며 선고의 배경을 밝혔다.

한편 A씨는 지난 7월 5일 오전 8시 56분쯤 안동시청 주차타워 2층에서 출근하던 50대 여성 공무원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항소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글·사진=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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