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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기고] 오케스트라가 전하는 메시지

2022-11-07

장익현
장익현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조직위원장·변호사

가을은 어느 계절보다 클래식 음악과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선 매년 가을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를 개최하고 있다.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는 2013년 대구시민회관(대구콘서트하우스 전신)의 재개관을 기념해 '아시아 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이후 2016년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로 이름을 바꾸어 9년째 계속되고 있는 대구 유일의 '교향악 축제'이다.

올해도 지난달 11일 세계적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연을 시작으로 파비오 비온디가 이끄는 '에우로파 갈란테' '스위스 취리히 유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 해외 4개 단체와 대구시립교향악단, 경북도립교향악단을 비롯한 국내 6개 단체의 오케스트라 향연이 펼쳐진다.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는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인해 '월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국내 오케스트라만으로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3년 만에 유명 해외오케스트라를 초청함으로써 그동안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의 매력은 서로 다른 음역으로 구성된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오케스트라가 청중에게 감동을 주는 또 하나의 이유는 협동을 통해 하모니를 이루어낸다는 점일 것이다. 지휘자의 손짓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세심하게 듣고 자신의 소리를 절제하는 협동심 없이는 결코 성공적인 공연을 이루어 낼 수 없는 것이다.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가 매년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에는 오케스트라 연주 경험이 적은 청년 연주자들을 모집하여 오케스트라를 구성한 후 1주일 동안의 지도를 거쳐 하나의 단합된 연주단체로서 공연을 펼치는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지난 8월에도 평균 4대 1의 경쟁을 뚫고 전국에서 선발된 94명의 젊은 연주자가 열정 가득한 공연(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말러 교항곡 1번)을 펼쳤다. 장엄한 피날레와 함께 말러의 교향곡 1번이 끝나는 순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이 말러의 교향곡을 연주하기 위해 분투하고 노력한 과정이 떠올랐고,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공연 후 무대 뒤 광경도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의 젊은 연주자들은 함께 협동하여 하나의 곡을 완성해냈다는 성취감에 부둥켜안은 채 서로 울면서 격려했고, 이들을 지도한 지휘자나 악기별 멘토들 역시 가르친 보람을 만끽하는 행복한 모습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조화와 협동의 모습이 사라지고 극단적인 분열의 모습이 자리 잡고 있다. 서로 자신의 목소리만 낼 뿐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어쩌다 그들이 함께 내는 목소리는 늘 불협화음이 될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협동을 통해 조화를 이루어내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 가을,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을 때마다 지난여름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 공연의 감동이 떠오른다. 그들처럼 협동을 통한 조화를 경험한 젊은이들이 조금씩 늘어가면 우리 사회도 지금의 이 극단적인 분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오케스트라를 통해 협동과 조화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장익현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조직위원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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