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추모 위해 '10월29일 참사 현장' 찾은 이들
![[르포] 일주일전 비극(이태원 참사), 함께 슬퍼했다...추모 발길 이어진 이태원역](https://www.yeongnam.com/mnt/file/202211/2022110501000163700006711.jpg) |
5일 이태원역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비는 사람들. 일주일 전 토요일(10월 29일), 이태원에서는 '핼러원 참사'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노진실 기자 |
![[르포] 일주일전 비극(이태원 참사), 함께 슬퍼했다...추모 발길 이어진 이태원역](https://www.yeongnam.com/mnt/file/202211/2022110501000163700006712.jpg) |
5일 오전, 이태원역 앞에 사람들이 놓고 간 국화꽃과 추모의 메시지들. 노진실 기자 |
![[르포] 일주일전 비극(이태원 참사), 함께 슬퍼했다...추모 발길 이어진 이태원역](https://www.yeongnam.com/mnt/file/202211/2022110501000163700006713.jpg) |
5일 오전, 많은 이들이 숨진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의 한 골목길 앞. 이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골목길을 보며 탄식했다. 노진실 기자 |
![[르포] 일주일전 비극(이태원 참사), 함께 슬퍼했다...추모 발길 이어진 이태원역](https://www.yeongnam.com/mnt/file/202211/2022110501000163700006714.jpg) |
이태원역 계단 벽에 누군가가 붙여놓은 추모 메시지. 노진실 기자 |
"오늘이 마지막 날('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이라고 해서, 한번은 와봐야 할 것 같아서 왔어. 참 믿기지가 않네"
일주일 전 토요일인 지난 달 29일, 156명이 목숨을 잃은 서울 이태원의 그 골목길을 눈앞에 두고 이모(66)가 나지막이 말했다.
부인과 함께 이태원역을 찾은 이씨는 몇 번이나 "어떻게 저기서…"라는 말을 되뇌었다. 그 좁은 골목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일주일이 지난 5일, 이태원역에는 오전부터 많은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이태원역행 지하철 안에서도 흰 국화꽃을 든 사람들의 모습을 종종 만나볼 수 있었다.
1번 출구로 올라오는 길부터 포스트잇에 고인을 향한 추모의 글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지나다닐 때마다 너무 눈물이 납니다. 하늘에서는 행복하시길" "아름다운 청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도합니다" 등이라고 적힌 글귀를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멈춰 읽었다. 그중엔 대구시민이 쓰고 간 메시지도 있었다.
"그날 이태원에 있었지만 사건 직후에도 무슨 일인지 모르고 지나갔습니다. 죄송합니다.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글도 있었다.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시작으로 참사가 발생한 그 골목길까지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흰 국화꽃과 함께 추모의 메시지, 인형과 과자, 음료수 등 희생자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 가득했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 입구에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한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 통제선 앞에서 골목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저 좁은 골목에서 어떻게 그 많은 희생자가 나올 수 있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60대 여성(서울 마포구)은 "나는 이태원에 살지는 않지만, 뉴스를 보고 너무 마음이 안 좋아서 매일 이곳을 찾았다"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나서 그 많은 사람들이 변을 당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한 40대 시민은 "저 뒷편 길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로 가려면 여기(참사 발생 골목)가 가장 가까운 길이다. 그렇지 않으면 호텔과 식당 등을 끼고 더 멀리 돌아와야 한다"며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이 길이 '지름길'이다보니 사고 당시 좁은 골목길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던 것 같다. 우리들 모두 지름길 찾아 다니지 않나"라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는)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골목길에서 이태원역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와 한숨 소리가 이어졌다. 한쪽에서는 무료로 국화꽃을 나눠주는 이들도 있었다.
추모객에게 직접 곱게 포장한 국화꽃을 나눠주던 서울 송파구의 한 꽃집 관계자는 "꽃이라는 게 기쁠 때도 쓰지만, 슬플 때도 쓰이는 것 아니겠나. 이렇게라도 애도를 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한 희생자의 지인은 "아, 어떡해…"라고 하며 주저앉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역시 지인이 이번 참사로 희생됐다며 이태원역을 찾은 고등학생도 있었다.
외국인 희생자의 친구들도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찾아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외국인 희생자의 사진이 붙은 공간 앞을 오랫동안 떠나지 못했다.
이번 참사로 친구의 친구가 희생됐다는 한 20대 미국인은 "나와 공통점이 많은 사람이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어서 정말 힘들다. 숨진 친구에게 전하기 위해 작은 선물과 꽃을 가지고 왔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이태원역 앞에서 만난 마야(미국)씨는 "지금 이곳은 참 비극적인 현장 같다. 나는 경기도에 살고 있어서 뉴스와 소셜미디어로 사고 소식을 접했는데, 당시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꽃을 들고 애도를 표하는 모습을 보니 슬프다"고 했다.
참사 현장 인근 가게들은 임시 휴업을 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이태원역 골목길에는 깊은 적막이 흘렀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의 현수막이 눈에 띄게 내걸려 있었다. 현수막 옆을 지나며 "이제와서 저런 게 무슨 의미라고…"라며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를 내뱉는 이도 있었다.
이태원역 횡단보도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3)씨는 "뉴스를 보며 처음에는 슬펐다가 나중에는 화가 났다"며 "이번 참사를 지켜보며 우리나라가 아직 고쳐야 할게 많다고 느꼈다. 재발 방지책을 잘 세워 이런 참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이태원에서=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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