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아연광산 생존자의 아들이 전하는 말
열흘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작업반장 박정하씨와 조원 박모씨는 고립 당시 갖고 있던 커피믹스를 밥처럼 먹으며 버틴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 직후 봉화 광산에서 이들을 안동병원으로 이송한 구조대원은 "가지고 갔던 커피믹스가 있었는데, 그걸 밥처럼 드셨다고 했다. 그게 떨어졌을 땐 떨어지는 물을 마시며 버텼다고 했다"며 "안에서 발파소리 같은 것도 다 들렸었다고 했다. 작업 소리가 나면 희망을 갖고, 안 들리면 실망도 하면서 두 분이 의지하며 기다렸다고 했다"고 말했다.
가족에 따르면 이들은 고립 시간이 길어지자 한때 구출이 안될 것으로 보고 포기상태에 빠졌다. 박 반장의 아들 근형(42)씨는 "아버지께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건 발파소리 덕이었다고 한다. 다섯 차례 정도의 발파소리가 들리자 '어딘가 뚫리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무조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전했다. 이들은 주변에 있는 폐비닐과 마른 나무를 챙겨 비닐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워가며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근형씨는 "(현재 아버지의) 건강이 너무 좋은 상태다. 꼭 살아 돌아오라고 많은 응원을 해주신 국민께 감사드린다"며 "구조 활동에 나선 (아버지의) 동료,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정부와 각 부처 모든 분께도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열흘간 아버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일일이 수첩에 적어뒀다. 그 중 하나가 당분간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아버지의 무뚝뚝한 성격 탓에 그동안 대화를 거의 하지 못했다는 근형씨는 "아버지와 소주잔을 기울이며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 다하고, 듣고 싶었던 말도 다 듣고 싶다"고 했다. 또 "아버지를 보면 꼭 안아드리고, 살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한 기억이 없어 꼭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피재윤기자 ssanei@yeongnam.com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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