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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반도체 팹(FAB·생산연구시설) 연구원이 교육생에게 반도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DGIST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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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반도체 팹(FAB) 내 포토공정실. 연구원들이 집적회로 원형판(웨이퍼)을 분석하고 있다. 〈DGIST 제공〉 |
반도체에는 '산업의 쌀'이란 수식어가 늘 붙어 다닌다.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반도체 자립은 경제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화두다. 한국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대구는 인력만 공급할 뿐 자체 반도체 인프라는 척박하기 그지없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대구도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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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
김대현 경북대 반도체융합기술연구원장
인재 유출 악순환 끊으려면
반도체 인프라 확충 밑바탕
中企 신산업 토대 마련해야
경북대는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의 산실이다. 1990년 설립된 경북대 반도체융합기술연구원은 연구개발을 통해 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전문인력을 다수 배출했다.
김대현 경북대 반도체융합기술연구원장은 "경북대 학부생은 물론 대구경북권 교육생 다수는 연구원을 거쳐 유수의 기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세부 분야별 교수들이 연구와 교육에 매진한 결과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의 활용 폭이 넓어지는 등 나날이 관련 기술이 고도화되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인공지능, 5G를 넘어 6G로 넘어가는 통신의 발전을 주목해 볼만 한다. 광범위한 데이터를 빨리 처리하는 전자부품이 필수적이고, 그 근간에는 반도체가 있다. 앞으로 높은 전압·온도에서 견디고 높은 효율을 내는 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새로운 영역을 선점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대구경북이 차세대 반도체 허브가 될 수 있도록 명확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중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반도체 인프라는 한 곳에 자리를 잡으면, 이를 중심으로 점차 확장하는 특성이 뚜렷하다. 수도권으로 인력이 쏠리는 건 유망 기업이 그곳에 밀집돼 있기 때문"이라며 "인재유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반도체 인프라 확충을 기반으로 한 신산업 육성이 절실하다. 산·학·연 컨소시엄 벨트를 구성해 기술을 개발하고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이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한다면 돌파구는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1980년대 중반 대구는 반도체 분야 투자를 유치할 기회를 한 차례 놓쳤다. 돌이켜 보면 아쉬움이 크다"며 "하지만 기회는 있다. 우수한 교육환경과 정주여건, 전문 인력 수급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통합신공항 건설은 물류 문제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다. 지금부터 신산업진출을 위한 터닝 포인트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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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제공 |
이명재 DGIST 차세대반도체융합연구소장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
R&D 통해 기술력 높여가야
'D-FAB'이 선도모델 될 것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설립 초기부터 팹(FAB·반도체 생산연구시설)을 구축하는 등 반도체 기본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였다. 차세대반도체융합연구소는 기술별 핵심 공용장비를 갖췄다. 완전개방형 운영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업지원형·산업요구형 공정 개발도 추진 중이다.
이명재 소장은 "반도체는 장비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10여 년 전 초창기부터 체계 구축을 위해 기반을 다져왔고 지난해 영남권역 반도체 허브를 표방하며 연구소를 개소했다. 연구개발, 인력양성에 힘쓰고 큰 틀에서 국가 정책에 기여하기 위해 대외 서비스도 강화했다"고 했다.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과 관련해 이 소장은 "석유 파동으로 세계 경제가 크게 흔들렸다. 반도체는 석유에 버금가는 위상을 차지한다. 차세대 반도체 기술 선점에 국가생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전통적으로 한국이 강한 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력 향상이 절실하다. 클린룸, 분석실, 미진동제어특수장비운영실 등으로 구성된 DGIST 팹은 첨단 장비를 구비하고있다. 시뮬레이션-반도체 소자 제작-분석-실증 등 전 과정에 대한 일괄적 기술지원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DGIST는 대구시와 공동으로 구축할 대구형 반도체 팹, 이른바 'D-FAB'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특히 지역 산업 다방면에 융합이 가능한 센서 반도체 생산을 전담하는 위탁생산(파운드리) 설비를 DGIST 내 설립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향후 인근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이 소장은 "반도체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탓에 진입장벽이 높다. 센서 반도체에 지역 중견·중소기업이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데 'D-FAB'이 선도적인 모델이 될 것이다. 기반만 잘 마련된다면 지역 산업 발전에 가속도가 붙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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