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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이태원 참사' 집단지성에 묻다-릴레이 메시지 .4] 50대 대구시민

2022-11-28

참사 한 달 책임공방만…먼저 '안전·국민 우선인 나라' 되길

집단지성1

그때 살짝 잠이 들었을까요. TV가 난리였습니다. 뉴스를 잘 보지 않는 편이라 잠결에 채널을 여기저기 돌렸으나 모두 같은 내용의 뉴스만 나오고 있었어요. 순간 무슨 큰일이 터졌구나 싶어 시계를 봤습니다. 밤 11시39분이었습니다. '이 야심한 시각에 무슨 일이기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것입니다. 몇 년 전에 처음 이태원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평일 낮이어서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느낌마저 받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곳에서 압사 사고라니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망자 수가 많이 집계되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모두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내에게 "이건 전 세계에 부끄러운 일"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에서는 그랬습니다. 가끔 다른 나라에서 들려오는 압사 사고 뉴스를 보면서 '참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사람에게 눌려서, 밀려서, 이런 사고가 일어난단 말인가.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해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사고가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일까요.

이제 참사 발생 한 달이 됐습니다. 아직도 정치인들은 서로 책임 따지기에만 급급한 모습입니다. 시민은, 국민은, 아직도 비통함에 빠져 조금이나마 가신 분들의 넋을 위로하느라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도대체 그들은 누구를 위한 정치인들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직도 이 나라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개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주 월드컵 경기 때 광화문 거리응원에서 우리는 뛰어난 국민성을 보여줬습니다. 이태원의 교훈 때문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는 원래 괜찮은 나라입니다. 이태원 그날에도 조금만 대처가 빨랐다면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책임자, 관계자 처벌은 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먼저 '안전이 우선 되는 나라, 국민이 우선인 나라'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웅현(52·대구 달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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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현 대구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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