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일삼고 예산 졸속 심의
정책 대결 실종된 한국 정치
양대 정당 독점구조가 원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국회의원 선거 경쟁체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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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
정치가 바로 서야 국민이 살고 나라가 흥한다. 정치는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 및 이해관계의 기본적 룰을 만들고 관리한다. 정치는 이처럼 국민의 삶과 나라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현재 한국 정치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퇴행적이다. 첫째 한국 정치는 경세제민보다는 정치권력과 국회의원 자신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정치를 한다. 이 과정에서 상식, 공정, 법치가 무너지고, 이것들이 현재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둘째 한국 정치는 팬덤 정치로 국민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킨다. 셋째 한국 정치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갖고 있다.
소위 검수완박 입법의 동기, 내용, 과정을 보면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당시 여당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인권을 보호한다는 입법 취지를 내세웠지만 그 순수성을 의심받아 왔다.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 입법이라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면서도 당연히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대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 기능을 강화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6대 중대범죄는 일반 국민이 아닌 권력자나 공직자 내지 그들과 결탁한 자들이 저지르는 범죄이고, 이런 범죄는 일반적으로 많은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나라를 부정부패의 늪에 빠뜨린다. 입법 과정 또한 의회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수준이었다. 당시 여당은 다수당의 힘과 편법으로 이 법을 단독 강행 처리하였고, 이제 이런 식의 입법이 다반사로 되고 있다.
한국 국회의원은 1인당 GDP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세비를 받고, 세비 인상도 본인들이 결정한다.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국회의원 보좌관을 두고 있다. 한국 국회의원은 7명의 보좌관에 2명의 인턴을 지원받는다. 일본은 3명의 보좌관을 두고 있고,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는 보좌관 없이 공동 연구관을 활용한다. 유럽에서는 운전기사도 지원되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차량 유지비는 물론 200가지가 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회의 기본적 책무인 예산안 심의, 입법, 행정부 견제, 정책대안 제시 등은 소홀히 한다. 예산국회에서는 정쟁을 일삼다가 국회의원 쪽지예산을 챙기고 국가예산심의는 단 몇 시간 만에 졸속으로 처리한다. 국리민복을 위한 정책 대결을 하기보다는 상대를 흠집 내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한다.
왜 이렇게 되었나? 한국 정치는 복점적 독점구조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양대 정당이 한국 정치를 복점하고, 지역을 분할하여 완전 독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호남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영남권에서는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이다. 국회의원이 되는 길은 공천권을 가진 중앙당 당권자의 손에 달려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로지 당권자에 대한 충성경쟁에 함몰되어 있다.
어떻게 개혁해야 하나? 국회의원 선거를 양대 중앙당 공급독점체제에서 유권자에게 실질적 선택권이 주어지는 경쟁체제로 바꾸어야 한다. 한 선거구에서 2~3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로 바꾸되 정당별 공천 인원은 선거구별 선출 인원보다 1명 적게 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 그렇게 되면 선거는 실질적인 경쟁 체제로 바뀌게 된다. 정치권은 국민의 실질적 심판을 받게 되므로 훌륭한 후보를 내고 국리민복을 위한 정책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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