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기후변화가 불러온
기후위기의 문제의식 소설화
인류에게 비판적 성찰 요구
지구생태계의 공진화 통해
공동체 기후위기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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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연 (대구대 인문과학연구소 교수) |
2022년도 저물어간다. 한 해를 결산하는 이 무렵이면 1년간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를 통해 세인들의 관심사를 확인하는데, 올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구글코리아 기준)는 '기후변화'라고 한다. 지구 역사가 시작된 이래 기후는 끊임없이 변화했으나, 산업화 이후- 특히 20세기 후반 이후에 급격한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강력하고 빈번하게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기후변화와 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것이 이야기의 힘이다. 21세기 초에 등장한 문학 현상으로서 기후소설은 주로 기후 재난이 결합된 '디스토피아'적 지구의 미래를 재현함으로써 기후위기의 주범인 인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요구한다. 그리고 기후위기가 초래할 지구 공동체의 위험을 감지하고 일상의 실천적 행위로 전환하는 감각적 앎을 추동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한 일반적 이해를 넘어서게 한다.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의 하위장르인 기후소설은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소설화하는 일군의 작가들과 이에 호응하는 비평 그룹에 의해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데, 대표 작가라 할 수 있는 김초엽은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2021)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기후위기로 대재앙을 맞은 지구의 미래를 그린 '지구 끝의 온실'은 절망적 기후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소설은 지구 멸망과 재건의 과정이 21세기와 22세기라는 시간 차를 두고 각 세대 인물의 이야기를 오가며 진행된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독성 미세먼지 더스트로 인해 다수의 인간과 동식물이 멸종한 21세기 후반 지구. 수십 년 후 지구는 재건되는데, 더스트 폭풍에 살아남은 이들이 거대한 돔 시티를 건설하고 과학자들의 연대를 통해 대재앙을 극복했다는 역사가 공식화된다. 하지만 그러한 공식 역사 뒤에는 돔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고 자기들만 살아남고자 했던 이기적 집단주의의 실상이 은폐되어 있다.
그렇게 살아남은 이전 세대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정세랑의 소설에도 나타난다. 정세랑은 거대한 지렁이들이 인류 문명을 갈아엎는 '리셋'(『목소리를 드릴게요』, 2020)에서 우리가 이전 세대에게 느끼듯 23세기의 미래 세대들이 21세기 인간들에게 역겨움을 느낄까 두렵다고 했다. 이는 현재 인간이 누리는 (나쁜) 풍요가 지구 공동체에 해악을 끼칠 것이라는 문제 제기이며, 현재의 궤도를 수정하고 '리셋'해야 한다는 실천적 영역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들 소설은 인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기후위기를 극복할 힘을 인간에게서 찾고 있다. 돔의 외부 도피처에 살았던 이들이 서로를 기억하며 지킨 작은 약속의 결과로 지구가 재건되고, '리셋'된 지구에서 자원의 재생과 순환을 통해 인류는 생존하게 된다. 소설에서 제시되듯, 기후위기는 공동체 내의 선한 관계 속에서, 그리고 지구생태계의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를 통해 극복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 앞에 서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지구 공동체, 곧 인간을 비롯하여 동물과 식물 등 생명체뿐 아니라 나와 인연이 닿은 모든 것을 끝까지 돌보는 마음과 행동이 필요하다. 우리가 그렇게 마음과 몸을 쓸 때 기후변화의 속도는 더뎌질 것이며, 미래 세대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세대로 기억될 것이다.
배지연 (대구대 인문과학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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