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출신의 재영 칼럼니스트
깊은 식견으로 블루배지 취득
왕실비화·축구·인물·미신 등
영국인도 잘 모르는 영국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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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해외자문위원 회의를 위해 귀국한 권석하 작가가 이번에 펴낸 '핫하고 힙한 영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
'핫하고 힙한 영국' 저자 권석하는 영국인보다 영국을 더 잘 아는 재영칼럼니스트다. 한국인 최초로 영국 지방의회에 진출한 권보라 의원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경북 봉화 닭실 출신으로, 책벌레였던 어린 시절 외국 번역서를 통해 유럽과 영국을 처음 만나게 됐다. 1982년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으로 건너가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영국의 정치, 역사, 문화,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깊이 있는 식견으로 영국인도 따기 어렵다는 영국 공식 예술문화역사 해설사(일명 Blue Badge) 자격을 취득했다.
"해설사가 되려면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서류심사와 인터뷰를 거쳐 필기시험에 합격하면 2년 코스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2년 수업을 마치면 그제야 해설사 시험을 칠 수 있다. 최종 시험은 40명(외국인 20명·영국인 20명)을 뽑는데 변호사 시험보다 어렵다. 그만큼 영국 사회가 인정해 주는 자격이다."
최근 경북도 해외자문위원 회의를 위해 잠시 귀국한 권 작가는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공식 예술문화역사 해설사'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것은 자만이 아니라 자부심으로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5권의 책을 냈고 10권이 목표라고 했다. 이번에 펴낸 '핫하고 힙한 영국'으로 반환점을 돈 셈이다.
책에는 상상도 못 한 법과 사회제도, 왕실에 숨겨진 비화까지 이목을 사로잡는 다양한 영국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죽음으로 세계의 화두가 된 영국 왕실을 낱낱이 파헤치고 손흥민, BTS, 영화 기생충을 비롯한 한국 영화, 한식 등 영국과 우리나라를 잇는 키워드에 대해 분석한다. 영국인의 문화와 사회 전반에 관한 내용도 볼 수 있다.
"영국을 다룬 책은 많지만 영국 교민이 쓴 책은 거의 없다. '핫하고 힙한 영국'은 그동안 언론매체에 실은 글에 의견을 더해 묶은 책이다. 우리는 영국 문화와 영국인이 그들의 발음처럼 딱딱하고 냉정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축구 경기를 생사의 문제보다 중히 여기고,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다이애나비를 여전히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민족이다. 이번 책은 우리가 이미 안다고 착각했던 영국의 진면목을 담았다. 영국인도 모르는 진짜 영국의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권 작가는 책에서도 다룬 손흥민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영국에서 손흥민이 인기 있는 이유는 실력뿐만이 아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항상 '팀원 모두 노력한 결과'라고 공을 동료들에게 돌린다. 이런 태도가 팀워크를 위한 겸손, 희생, 인내를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영국인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이유다. 그들은 손흥민의 신발 사이즈까지 알 정도로 관심이 높다. 또 토트넘과 아스널은 런던 북부에 이웃하고 있는 팀이지만 항상 상위권을 다퉈온 숙적이다. 그런데 아스널 팬마저도 손흥민을 존경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권 작가는 또 영국인들은 의외로 수줍음이 많다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이사 가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4대 재난은 이혼, 실직, 질병 그다음이 이사다. 성격이 외향적이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한 집에서 30~40년씩 사는 것이 기본이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영국 사회에서는 상대와의 관계가 깊어지기 전까지 학벌, 재산, 연봉, 가문 등의 세속적 조건을 알기 어렵다. 사교 모임에서도 필요한 만큼의 신상만 교환한다. 비즈니스 미팅에서조차 서로 명함을 잘 주고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재미있는 사람'이 인기 있을 수밖에 없다. '신사가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하는 두 가지는 바로 우산과 유머'라는 속담이 생겨난 이유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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