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군위군 편입'이 확정된 가운데 대구시가 '농민수당'이라는 예상치 못한 돌발 사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민수당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증진을 위해 농민에게 현금·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으로, 군위군 농민은 올해부터 가구당 연간 60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현재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형평성 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군위 농민에게 농민수당을 지급하려면 기존 대구지역 농민에게도 지급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예산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현재 농민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대구 농가 수는 2만4천809호로 8개 특·광역시 중 가장 많다. 여기에 군위가 대구에 편입되면 농가 수는 2만 8천580호로 늘어난다. 농민수당 지급에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이다. 지방재정365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대구 농정예산은 972억6천만원으로 인천(2천39억원), 울산(1천65억원)보다 적다. 더욱이 농가 수는 가장 많아 농가당 책정되는 예산이 가장 적은 편에 속한다. 대구시가 편입된 군위군민에게 농민수당 60만원을 지급하려면 다른 구·군 농민수당을 포함해 256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군위군에서 60%를 분담해도 대구시는 103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추가 예산 확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2019년 기준 대구시 농정예산 규모는 1천92억원으로 이 중 농산유통과 예산(시비)은 137억원에 불과했다. 국고보조사업 매칭 예산 등을 제외하면 자체사업 예산은 98억원 정도다. 올해 농정예산은 더 줄어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농정예산 조정을 통해 100억원이 넘는 돈을 확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대구시는 농민수당 관련 조례조차 없다. 도 단위 광역단체는 모두 조례를 제정해 농민수당을 지급하지만 상대적으로 소규모 농가가 많은 7개 광역시 중엔 인천만 조례를 제정했을 뿐이다. 대구시의회는 현재 농민수당 조례를 준비 중이다. 김원규 대구시의원(국민의힘·달성군2)은 "내년 초에 조례를 제정하고 하반기 또는 2024년쯤 시행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조례가 제정돼 농민수당이 대구 모든 농민에게 지급된다 해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달성 농가 및 농업 경영체 수는 대구 구·군 중 가장 많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는 농정예산이 적고 농가 수는 많은 데다 농업을 겸업하는 경우가 많아 엄밀한 의미의 농민을 추려내는 일이 쉽지 않다"며 "군위군만 줄 수도, 주던 걸 안 줄 수도 없다. 현재로선 일반지원사업을 축소해 도입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답답해했다. 채종현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는 "농민수당에 지나치게 많은 시비를 투입하게 되면 국고보조금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며 "다양한 지역 주체들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쟁점들에 대한 논의와 합의과정을 거쳐 세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이효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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