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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고하노라

2022-12-21

[기고]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고하노라
최병호 전 경북도 혁신법무담당관/행정학 박사

오늘날 현대 행정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등 다원화, 다변화되고 있으며 예측이 어려운 데다 그 영역이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민선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주민의 욕구가 분출되고 있을 뿐 아니라 사건·사고·재해는 예고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남에 따라 나타나고 있다. 그 어떤 공직도 중요하지 않은 공직이 없다. 그중에서 일선 주민과 가장 가깝고도 밀접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인 시장·군수·구청장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하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는 변화와 경쟁의 지방시대에 살고 있다. 이에 혁신과 전문성 없이는 생존과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지방행정도 마찬가지다. 현실에 안주하여 혁신을 거부하거나 학식과 실력 등 전문성 그리고 철학을 겸비하지 않은 기초단체장이 행정을 이끌어 나간다면 오히려 지역발전을 후퇴시킨다. 또 타 자치단체와의 경쟁에서 낙오하게 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어 결국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자명하다.

전통적으로 대구경북은 '보수의 텃밭'으로 불린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기초단체장 후보자 31명 중 28명(90.3%)이 당선되었다. 이 지역에서는 지역 정서가 강해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통했다. 후보자가 흠이 있더라도 관대했고 무조건적으로 지지했으며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당선된 기초단체장은 자기가 훌륭하고 유능하여 당선되었다는 착각과 오만에 빠질 우려가 높다.

국내외적으로 인구절벽과 글로벌 경제 위기 그리고 열악한 지방재정 여건 속에 기초단체장은 지역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처럼 중차대한 일은 태산 같기만 한데도 일부 기초단체장은 '그들만의 왕국' 건설에 눈이 멀어 정책 개발은 안중에도 없고 작은 행사, 자생단체 회의 심지어 계모임에까지 얼굴을 내밀고 악수 공세를 하는 등 소모적인 일에 몰두하며 이러한 일이 기초단체장의 임무이고 할 일 인 양 착각에 빠져 있다. 심지어 다음 선거를 대비하여 이미 선거운동을 시작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는데, 이 나라와 국민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하여 그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나는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행정을 기초단체장에게 당부하면서 몇 가지 고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재해·재난의 위험 상황으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어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지역 고유의 특색을 살려 지역경제를 살리고, 꿈을 담은 정책을 입안하는 한편 미래를 준비하고 개척하여야 한다. 셋째, 선례 답습의 행정, 전시행정은 과감히 청산하고 정책 중심의 창의행정을 추구하고 타 지방자치단체와 치열한 경쟁을 통해 비교우위 행정을 펼쳐야 한다. 넷째, 양지만을 쫓지 말고 음지에 있는 어려운 이웃, 사회적 약자를 우선 돌보고 챙겨야 한다. 다섯째, 친인척 등 측근 중용 배제, 낙하산 인사 근절, 명실상부한 인사위원회의 위상 재정립 등으로 인사시스템을 혁신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민의 표를 의식하지 말고 불법·위법행위 등에 대한 지속적인 행정지도와 단속을 강화하여 엄정한 법질서를 확립하여야 한다.

지방행정은 종합행정이다. 복지, 교육, 문화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고도의 전문성과 무한책임이 따른다. 또한 기초 자치단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기초단체장이 그 지역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기초단체장의 역할에 따라 과거로 회귀하느냐 미래로 나아가느냐를 결정짓는다.

대구경북을 사랑하는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고한다. "진정으로 지역과 주민을 사랑한다면 낡은 과거를 청산하고 밝은 미래를 개척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주오. 그리고 대한민국 지방행정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 행정가로 남아 주오."
최병호 (전 경북도 혁신법무담당관/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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