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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스토리텔링연구원기자 |
"모든 생명체의 목적은 죽음이다."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죽음 본능(Death instincts)' 이론을 통해 이렇게 주장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죽기 위해 살아가는 셈이다.
실제 죽음을 거스를 수 있는 생명은 없다.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불변의 진리를 마주하며 인간은 자신의 나약함을 절실히 느끼고 절망하게 된다. 종교의 탄생도 결국 죽음과 연관된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의지할 수 있는 존재를 찾아낸 것이다.
또한 죽음은 '단절'을 의미한다. 가족, 연인, 친구 등 사랑하는 이들은 물론 자신을 기억하는 이들과 영원히 분리됨을 뜻한다. 더 이상 그들과 유대를 이을 수 없고, 남은 기억마저 휘발된다. 결국에는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지워진다. 남은 사람도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가까운 사람이 죽을 때마다 느끼는 깊은 고통은 오직 그 사람만이 갖고 있던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느낌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남겼다.
피할 수 없는 데다 수반되는 고통의 무게를 너무나 잘 알기에 죽음은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대상이다. 죽음이 가까이 오면 인간은 극심한 불안과 공포 속에서 '죽음 본능'이 아닌 '생존 본능'을 느낀다. 살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망이 다른 모든 욕구에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선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이 1만3천352명에 달한다. 죽음의 공포마저 뛰어넘는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OECD 1위 자살 국가의 오명을 쓴 지 한참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다른 국가와 격차만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백약이 무효한 것일까. 처방이 잘못된 것일까.
우리 사회가 더욱 암울한 것은 청소년 자살률도 숙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0대의 사망 원인 중 압도적인 1위가 바로 자의에 의한 죽음이라고 한다. 한창 꿈꾸며 성장해야 할 꽃다운 나이의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내던지는 사회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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