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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의 정변잡설] Again 1985

2023-01-11

[정재형의 정변잡설] Again 1985
정재형 변호사

1985년, 12대 총선은 한 선거구에서 두 명씩 당선하는 중선거구제로 치러졌다. 그때 대구의 당선인은 누구였을까? 중구와 서구를 아우른 제1선거구에서 유성환과 이만섭, 북구와 동구의 제2선거구에서 김용태, 목요상, 수성구와 남구를 합친 제3선거구에서 이치호와 신도환이 당선되었다. 민주정의당과 신한민주당이 각 두 명, 한국국민당, 민주한국당이 한 명씩 당선되었는데, 지금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고 어찌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과 아울러 총선도 한 선거구에서 한 명만 뽑는 소선거구제로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그 결과 대구경북 정치는 빈사지경이다. 소선거구제는 1등만 국회로 보낸다. 이 지역은 모든 선거구에서 같은 당 후보들만 당선되는 결과가 한 세대를 넘어 계속되어 "작대기를 꽂아도 당선된다"는 농담이 현실이 되었다. 작대기라도 상관없다는 투표는 더 나은 후보를 찾으라는 공천의 법칙을 무력화하고 고만고만한 후보들만 공천을 받게 하였고, 다른 당은 후보를 세우지도 못한 채 선거를 맞아야 했다. 오랜 치우침은 지역정치와 지역정치인의 부재(不在)를 낳았다. 선거는 훌륭한 지도자를 가려 뽑는 것이 아니라 윗선의 말씀을 잘 듣는 예스맨을 주민의 대표로 추인하는 절차로 퇴행하게 되었다. 조선 인재의 반이 났다는 여기가 서울의 낙점 없이는 자력으로 당선될 수 없는, '자생 정치인'의 불모지가 되고 말았다. 정치인을 잉태하고 키울 수 없는 도시는 발언권을 얻지 못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3대 도시가 아니라 경기도에 있는 보통 시보다 못하게 된 대구 몰락의 원인도 정치적 다양성을 배제하는 소선거구제에 있다. 방향만 다를 뿐 똑같은 쏠림 현상을 가진 광주에서 우리는 쌍둥이 형제의 운명을 보고 있는 것이다.

현역 국회의원은 대구가 12명, 경북이 13명이고, 이들은 25개 선거구에서 1등을 한 분들이다. 유권자 수를 선거구마다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서 달서구는 3곳, 수성구, 북구, 동구 같은 곳은 2개의 선거구로 나누어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를 한다. 수성구를 둘로 쪼개서 국회의원을 따로 뽑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군위, 의성, 청송, 영덕군이 모두 합쳐 한 명의 국회의원을 뽑아야 할 까닭이 없기는 또 마찬가지이다. 지역주민의 정치적 욕구는 단일 정당만으로 충족될 수 없다. 다양한 정치색을 가진 힘 있는 정치인을 키우고 그들로 하여금 오로지 시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자생적 노력을 다할 수 있는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수성구, 동구, 북구는 하나의 선거구로서 2명씩, 달서구는 3명까지 당선될 수 있도록 선거구를 키우자. 다양함이 컬러풀이고 파워풀이다.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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