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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장꽃분·장두리·장도담·고장수 만나러 가볼까요

2023-01-20
[주말&여행]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장꽃분·장두리·장도담·고장수 만나러 가볼까요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진짜 고래를 만날 수 있다. 수족관의 터널로 들어서면 그들과 함께 헤엄치는 듯 온통 푸른 물빛 속에 잠긴다.
울산함 갑판에 올라 장생포만을 내다본다. 이따금 작은 배들이 빠르게 오가고 커다란 배가 '붕~' 소리를 울리며 천천히 지나간다. 남북으로 깊고 넓은 울산만에서 다시 서쪽으로 가지를 뻗은 좁은 물길이 장생포만이다. 물길은 좁지만 아주 깊어 보이는데, 그것은 사실이었다. 장생포만은 가파른 산지에 깊숙하게 형성되어 있고, 해안가의 수심이 깊어 큰 배가 곧바로 접안할 수 있어 신라시대부터 요충지였다고 한다. 19세기 말, 청일전쟁과 을미사변을 겪고 아관파천을 단행한 대한제국의 황제는 이 요충지에 일본이 아닌, 일본과 대적할 만한 어떤 힘을 두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당시 동해의 고래어장은 러시아 태평양포경회사가 독점하고 있었다. 러시아 정부의 보조를 받는 회사였다. 그들은 많은 고래를 처리할 곳이 필요했고, 장생포의 지형은 고래의 하역과 해체에 유리했다. 그렇게 1899년, 대한제국과 러시아 태평양포경회사는 계약을 체결하고 장생포항에 한반도 최대의 포경 기지를 세웠다.

2008년 국내 유일 '고래문화특구'로
박물관 들어서면 거대 골격에 흠칫
수족관에선 돌고래 4마리 힘찬 유영

첫 국산 전투함 울산함도 새로운 삶
갑판에 오르면 다채로운 항만 풍경

1970년대 모습 재현 장생포 옛마을
인디아나 존스 실제 모델 하숙집도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점심시간, 거리에 사람이 많다. 도롯가에는 이런저런 음식점이 늘어서 있는데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젊은이들이 아주 많고, 볼이 벌겋게 익은 중장년층도 다수다. 대부분 이 일대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보인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던 고래고깃집들은 많이 사라진 듯하지만, 고래박물관 앞의 거리는 북적거린다.

박물관은 고래연구소, 생태체험관, 광장, 울산함 등과 함께 하나의 구역을 이루고 있다. 그 입구를 커다란 고래가 스핑크스처럼 지키고 고래의 머리 위로는 모노레일이 달린다. 빠른 걸음보다 느리게 달리는 모노레일은 식당가 뒤편 고래문화마을이 자리한 언덕을 크게 돌아 다시 이곳으로 온다. 모노레일 승강장과 햄버거집이 있는 붉은 건물이 새로운 모뉴먼트처럼 우뚝하다. 고래박물관에서 나온 아이들이 떼 지어 총총총 광장을 가로지른다. 광장에는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다는 포경선 제6진양호가 기념물이 되어 정박해 있다.

[주말&여행]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장꽃분·장두리·장도담·고장수 만나러 가볼까요
1970년대 장생포를 재현한 장생포 옛 마을. 학교, 우체국, 이발소, 사진관, 책방 등 당시를 회상할 수 있는 23동의 건물과 생활 소품 그리고 거리 풍경이 오밀조밀 이어진다.
1904년 2월, 러·일전쟁이 터졌다. 일본의 승리였고, 이후 일제강점기가 끝날 때까지 장생포 고래잡이는 일본이 장악했다. 이후 광복이 되고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가 포경을 금지하기 전까지 장생포는 우리나라 포경업의 전진기지로 명성을 떨쳤다.

1970년대 말 고래잡이가 전성기를 이룬 시기의 장생포에는 20여 척의 포경선이 있었고 인구는 1만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포경금지 이후 고래와 포경 관련 유물들과 문화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것들을 수집하고 보존, 전시한 것이 2005년 고래박물관의 시작이었고 장생포가 새로운 고래마을로 태어나는 첫걸음이었다. 2008년에는 국내 유일의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었고 2009년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돌고래 수족관을 갖춘 고래생태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최초 특구 지정 이래 15년간 두 차례 지정이 연장됐고, 그 사이 키즈랜드, 고래바다여행선 등 다양한 고래관광 인프라가 조성됐다.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는 올해 세 번째로 특구지정이 연장되어 2024년까지 2년 더 특구로 운영된다.

[주말&여행]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장꽃분·장두리·장도담·고장수 만나러 가볼까요
고래박물관에는 짧은부리참돌고래, 혹등고래, 남방큰돌고래 등의 골격도 전시돼 있다. 일부는 모형이다.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박물관에 들어서면 어마어마한 크기로 불쑥 다가오는 브라이드고래의 뼈에 흠칫 놀란다. 공룡인 줄 알았다. 짧은부리참돌고래, 혹등고래, 남방큰돌고래 등의 골격도 한눈에 볼 수 있다. 공중에 매달린 모습이, 뼈만 남은 채로 지금도 바닷속을 헤엄치는 듯하다. 고래박물관에는 고래와 포경에 관한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다. 포경에 대한 역사, 사료들, 옛 선원들의 메모와 일지들을 보며 제법 생생한 상상도 하게 된다. 1층에는 국보인 반구대 암각화가 재현되어 있다. 암각화 속의 고래들을 자세히 짚어볼 수 있는 곳이다. 3층은 귀신고래관이다. 이따금 귀신같은 고래 소리가 창처럼 날아든다. 몸에 따개비를 덕지덕지 붙이고 살아가는 귀신고래의 실물 모형도 마주한다. 귀신고래의 눈동자에 가슴이 저릿하다.

[주말&여행]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장꽃분·장두리·장도담·고장수 만나러 가볼까요
고래생태체험관 2층으로 오르면 수면 위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다. 좌석을 가득 채운 아이들이 돌고래들의 인사에 눈을 떼지 못한다.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진짜 고래를 만날 수 있다. 수족관의 터널로 들어서면 그들과 함께 헤엄치는 듯 온통 푸른 물빛 속에 잠긴다. 솟구쳤다가 내리꽂히듯 했다가 눈앞을 휙 지나치며 힘차게도 분주하다. 돌고래는 모두 4마리다. 12년생인 '장두리'와 17년생 '장도담'이 있고, 몸집이 가장 크고 행동이 차분한 돌고래는 09년생 '장꽃분'이다. 몸집이 가장 작은 돌고래는 '장꽃분'의 아들인 '고장수'로 2017년 장생포 생태체험관의 수족관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가 1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약 20% 정도.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의미로 '장수'라 이름 지었고 다행스럽게도 건강한 모습이다. 아빠 돌고래 '고아롱'은 2020년에 세상을 떠났다.

2층으로 오르면 수면 위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다. 좌석을 가득 채운 아이들이 돌고래들의 놀이에 눈을 떼지 못한다. 둥글게 날아오르며 첨벙 뛰어드는 고래들의 점프에 환호하고 숨구멍으로 뿜어내는 물줄기에 까르르 배를 잡는다. 강바닥의 까만 조약돌보다 더 반드르르한 고래의 등이 반짝반짝 빛난다.

[주말&여행]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장꽃분·장두리·장도담·고장수 만나러 가볼까요
고래문화마을은 2015년에 문을 열었다. 고래박물관 앞에서 출발한 모노레일은 고래문화마을이 자리한 언덕을 크게 돌아 장생포 옛 마을 앞에서 잠시 정차한다.
◆울산함과 고래문화마을

고래생태체험관 뒤에 울산함이 자리한다. 장생포항의 초입부다. "계단 조심하세요. 가파르고 좁아요." 세상에! 계단뿐 아니라 모든 통로가 좁다. 이곳을 해군 장정들이 어찌 달렸을까. 울산함은 우리나라에서 자체 제작한 최초의 전투함이다. 1981년 4월 진해 해군기지에서 취역, 2014년 12월 퇴역해 2016년 7월에 이곳 장생포로 왔다. 갑판에 오르면 연기를 내뿜는 석유화학단지와 각종 공장, 다채로운 항만 시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함포는 내항을 향해 있고 쌍열포는 울산만을 향해 있으며 대공레이더는 하늘에서 사방을 향한다. 울산함은 장생포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주말&여행]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장꽃분·장두리·장도담·고장수 만나러 가볼까요
울산함은 우리나라에서 자체 제작한 최초의 전투함이다. 1981년 4월 진해 해군기지에서 취역, 2014년 12월 퇴역해 2016년 7월에 이곳 장생포로 왔다.
고래문화마을은 2015년에 문을 열었다. 1970년대 장생포를 재현한 '장생포 옛 마을'을 중심으로 고래조각정원, 고래광장, 고래이야기 길, 고래 만나는 길, 선사시대 고래마당, 수생식물원, 어린이놀이터 등 고래와 관련한 특색 있는 여러 시설이 조성돼 있다. 마을에는 학교, 우체국, 이발소, 사진관, 책방, 선장과 포수의 집, 고래 해체장, 고래착유장 등 당시를 회상할 수 있는 23동의 건물과 생활 소품 그리고 거리 풍경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한국계 귀신고래를 최초로 전 세계에 알린 탐험가이자 고고학자인 로이 앤드류스 박사가 머무른 하숙집도 볼 수 있다. 그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 존스 박사의 실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골목길에 쭈그려 앉아 달고나를 만드는 연인이 있다. 저 골목 끝에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중인 청춘들이 있다. 그들 너머로 모노레일이 달린다. 창 속의 얼굴들이 장생포 옛 마을을 영화 보듯 본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Tip

대구에서 경주 방향 경부고속도로로 가다 경주 지나 언양분기점에서 부산, 울산 고속도로 울산 방면으로 간다. 울산 톨게이트로 나와 울산항 방향으로 가다 신여천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장생포로다. 입구에 고래특구 모형이 있으니 찾기 쉽다. 입장료는 박물관 어른 2천원, 어린이 1천원, 생태체험관은 어른 5천원, 어린이 3천원, 4D영상관은 2천원(임산부와 36개월 미만 유아는 입장 불가), 울산함 1천원, 고래문화마을 1천원이다. 자유이용권은 7천200원으로 박물관, 생태체험관(4D영상관 제외), 울산함, 문화마을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매주 월요일, 설과 추석 당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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