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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산업 위기의 시대, 관객 유치 묘안은

2023-02-03

영화산업 체질 바꾼 OTT 플랫폼 등장

코로나 이후 특수관 늘고 일반관 감소

영국에선 미래 관객 개발 사업 준비

청소년기부터 무비 제작 기회 제공

영화와 지속적으로 관계맺으며 성장

[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산업 위기의 시대, 관객 유치 묘안은

2022년 11월 기준,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영화관 매출액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그러니까 2019년 11월 기준으로 매출액이 2조원을 넘었으니, 절반 정도 회복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봄이 되어서야 해제가 되고, 코로나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불안감도 그 시기부터 점차 완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면, 2022년 영화산업의 회복세는 아주 뚜렷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회복세가 예전의 영화산업 환경으로 되돌아간다는 말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본격화된 OTT플랫폼의 부상은 이미 영화산업의 체질을 바꾸어 놓았다. 여기에 영화관 관람료마저 오르면서 많은 관객이 극장용 영화와 방구석 영화를 구분하고 있다. 극장용 영화는 3D, 4DX, 돌비 애트모스, 아이맥스 등 특수상영관에서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수상영관은 늘어나는 반면, 일반 상영관은 점차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대작 영화만이 살아남는 구조가 공고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일반 상영관의 축소는 나아가 독립·예술영화의 흥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국에 약 40개 정도의 독립·예술영화관이 있지만, 이 영화관들이 모든 독립·예술영화 관객을 흡수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멀티플렉스 일반상영관에서의 독립·예술영화 상영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일반상영관의 축소는 독립·예술영화의 흥행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영화산업의 위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여러 국가가 공통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영화관의 관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영국, 프랑스와 같은 영화 선진국들은 소위 '미래 관객' 개발을 위한 사업에 여러모로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2022년 5월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CNC)는 '프랑스인이 예전보다 영화관에 적게 가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연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동 제한령이 풀렸음에도 영화관 관객이 감소했다는 것이 연구의 결과이다. 조사에 따르면 영화관에 가지 않는 주된 이유로 첫 번째는 영화관에 가는 습관이 사라졌고, 두 번째는 티켓 가격, 세 번째 마스크 착용, 네 번째 다른 수단으로 영화 보는 걸 선호함, 다섯 번째 개봉 영화에 대한 흥미 부족을 꼽았다.

프랑스는 이 조사를 바탕으로 미래 관객을 개발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그중 하나는 '우리는 영화관에 가는 이유가 있다'라는 캠페인이다. 2022년 10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이 캠페인은 '우리는 모두 영화관에 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당신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의이유' 식으로 SNS를 중심으로 영화와 영화관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유도했다. 이 밖에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지속하여 온 프로그램들도 있다. 유치원생에서부터 직업훈련학교 학생들까지 아우르는 영화관 교육프로그램 시행, 고등학생 세자르상 시상, 중고생 시네클럽 운영 등 어려서부터 영화라는 매체에 익숙해지도록 함과 동시에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영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영국의 경우, 영국 영화정책을 총괄하는 영국영화협회(BFI)를 통해 미래 관객 개발을 위한 정책을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BFI는 5년마다 이른바 'BFI Plan'이라는 영국 영화산업발전 5개년 계획을 세운다. 2017~2022 BFI Plan에는 관객을 수동적 소비자로 국한하지 않고, 16세에서 30세 연령에 초점을 맞춰 이들이 영화 제작 등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하고, 향후 영화인 또는 영화와 지속적으로 관계 맺는 관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담고 있다. 특히 영화 관객 네트워크(BFI Film Audience Network)를 조직해 모든 국민이 영국 어디에서든 다양한 영국 영화와 해외 예술영화를 즐기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에는 필름 허브, 독립영화관, 교육 기관, 갤러리, 박물관, 방송사, 도서관, 필름 소사이어티 등 광범위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산업 위기의 시대, 관객 유치 묘안은
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또한 독립영화관을 지원하는 독립영화관 사무소(Independent Cinema Office)는 독립영화관의 관객 활성화를 위해 '독립영화관을 위한 관객 개발 방법'이라는 가이드를 만들어, 지역의 각 독립영화관이 각자의 특성에 맞는 관객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가이드는 단기간의 관객 수 증가보다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독립영화관을 정의하고, 관객 개발 역시 이 연장 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 영화 관객 정책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영화에 관한 모든 규정이 담겨 있는 영비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는 관객에 대한 언급으로 '영화 관객의 불만 및 진정 사항의 관리' '청소년 관객 보호' '영화상영관의 관객 수' 등 이 세 가지가 전부이다. 관객은 관리하는 대상이거나, 집계되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도 최근 발표된 한 조사 결과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웹매거진 '한국영화'와 CJ CGV가 10대 청소년 관객의 영화 관람 행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결과에 따르면 평소 영화를 관람하는 주요 채널로 영화관이 95.4%로 1위에 올랐다. 그다음으로 OTT(47%), 유튜브(24.5%) 순이었다.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10대들이 영화관을 떠났다는 믿음이 큰 오해였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였다.

영화 위기의 시대, 영화의 미래를 위해 관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는 관객을 수동적 소비자로 바라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능동적 향유자이자 영화문화 생산자로서 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나아가 관객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도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 미래 관객을 보장하고,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영화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핵심 관건이 될 것이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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