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실수 유도 '다크패턴'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증가
향후 합리적인 규제 통해
정상적인 마케팅 위축없이
소비자 보호 방안 도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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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온라인 플랫폼상에서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면서 온라인상에서 가격, 상품 정보 등을 눈속임하여 소비자의 실수를 유도하는 소위 다크 패턴(Dark Pattern)이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구독 해지, 거래취소 등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회색으로 표시하는 행위, 구독 해지 절차나 방법을 찾기 어렵게 하거나 복잡하게 하는 행위, '오늘만 할인' '매진 임박'이라는 문구를 사실과 다르게 표시하는 행위, 무료체험 이후에 자동으로 유료 전환되도록 하면서 유료 결제 시기, 가격에 대해 명확히 고지하지 않는 행위, 여러 동의 박스를 클릭하는 대신 한 번에 동의가 가능한 전체 동의 박스를 두고서는 그 전체 동의의 범위 내에 이용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다른 동의를 포함하는 행위 등이 사례이다.
아직 다크 패턴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눈속임 설계, 즉 소비자를 속이기 위하여 설계된 온라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의도하지 않는 구매 결정을 하도록 유도하여 개인정보 침해, 요금추가 등의 폐해를 발생시키며 결국 정보 왜곡 등을 통해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한다. 다만 온라인 설계가 이용자의 심리를 이용한 넛지 마케팅에 해당하거나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정교한 과정에 해당할 수도 있어 불법적인 소비자 기만행위와의 구분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최근 다크 패턴이 증가하면서 국내외 규제당국은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EU 의회는 2022년 4월 인터넷 기업이 온라인 허위 정보와 불법적인 콘텐츠, 상품, 서비스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 서비스법을 승인했는데, 법안에는 이용자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온라인 콘텐츠를 클릭하도록 유도하는 다크 패턴을 규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플랫폼 분야 거래질서 공정화를 위해 소비자에 대한 기만행위(눈속임 마케팅·거짓 후기 등)를 시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022년 7월 다크 패턴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였으며 이 결과를 토대로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및 방송통신위원회도 각각 개인정보보호법,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하여 다크 패턴 규제집행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크 패턴에 대해 합의된 정의가 없다는 점에서 어떤 유형을 위법행위로 볼 것인지를 확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다크 패턴에 대해 상거래에서 소비자 보호, 개인정보 보호, 통신이용자 이익 보호 측면 등의 여러 관점에서 다수의 법령이 적용된다는 점도 규제안의 제정과 집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처럼 다수의 규제 틀이 중복되는 경우에는 규제대상의 범주와 행위 유형이 중복되지 않도록 규제기관 간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법적 규제도입이 어렵다면 자율 규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디자이너의 가치와 의견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디자이너가 이용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고 소통하는지, 법적·윤리적인 한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향후 다크 패턴에 대한 합리적 규제를 통해 정상적인 마케팅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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