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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해외여행과 시차적응

2023-01-31

서쪽보다 동쪽 여행지 적응 더 힘들어
출국 1주일 전 잠자는 시간 조절 권장
광선치료·멜라토닌 약물 처방도 대안
목적지 첫날 아침 햇빛 30분 쬐기 추천

김광훈 맥수면이비인후과 원장
김광훈 〈맥수면 이비인후과 원장〉

바야흐로 수년 동안 지긋했던 격리의 세월이 지나고 마스크와의 이별, 자유로운 여행의 시간이 돌아왔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전 세계인이 건강의 소중함과 자유에 대한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쌓여 있는 항공 마일리지를 들여다보며 고통의 시간을 보상받을 때다.

즐겁게 떠나야 하는 해외 장거리 시차 여행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과거에는 도착 시간을 예상해서 오전에 도착 예정이면 비행 중에 수면제를 복용하고 미리 잠을 자 두거나, 야간에 도착하는 경우는 비행 중에 깨어 있기 위해 영화나 책, 게임 등에 몰두하는 방법을 주로 쓰곤 했다.

하지만 수면제의 복용은 렘수면이 배제된 단순 실신 상태로 정상적인 수면이 추구하는 신체적 정신적 회복을 유도하는 진정한 의미의 수면과는 질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자고 나서 생기는 몽롱함과 두통은 낮 시간대의 불편감과 직결되기도 한다.

시차 적응의 문제점은 △밤에 잠들기 힘들거나 △깊은 잠을 못 자고 자주 깨거나 △낮 시간에 몽롱한 상태가 생기는 것 3가지로 요약된다.

수면 연구에 따르면 통상 서쪽(유럽)보다 동쪽(미주)으로의 시차 여행이 적응이 힘들다 한다. 통상 3시간 이내의 시차(동남아)는 적응하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6시간 이상의 시차를 온전히 적응하는 데는 1주일 정도가 걸린다. 개인에 따라 적응도 차이가 있겠지만 수면에 민감한 사람은 여행 1주일 전부터 잠자는 시간을 조절해서 현지에 도착하는 게 여행의 질이 좋아진다.

훌륭하고 유명한 쇼나 콘서트에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는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쏟아지는 졸음과 사투를 벌였던 기억이 한두 번씩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뉴욕으로(동쪽으로) 해외여행 계획이 잡히면 1주일 전부터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수면습관을 잡아서 최소 3시간 정도 수면 주기를 앞당겨 주도록 한다. 유럽으로 가는 경우는 반대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수면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 몸은 하루 1시간 내의 수면 주기 변화에는 민감하지 않아 1주일 정도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3시간~6시간 정도 수면시간 위상차를 만들 수 있다. 해외 운동경기가 있는 운동선수나 직장에서 중요한 회의가 있는 임원들은 현지 낮 동안의 몸과 정신 컨디션이 중요한 만큼 도움이 될 것이다.

성격상 꼼꼼하고 예민한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여행자는 학업, 직장 등의 여건상 이토록 치밀하게 개인 수면 습관을 조정하기는 쉽지는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처방이 필요한데 바로 광선치료와 멜라토닌 약물이다.

아침에 동쪽 창문에 걸린 강한 햇빛에 잠을 빨리 깬 기억이 증명하듯 햇빛은 우리 몸의 수면 리듬 중심을 잡아주는 중요한 정보 제공자다. 아침에 기상 시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을 떨어뜨려 주고 야간에는 멜라토닌을 분출해 편안하게 잠이 들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극지방의 백야 시기에 애기들이 집중적으로 많이 태어나는 건 전적으로 빛 자극으로 인한 충분한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분비와 상대적인 멜라토닌 부족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힘들게 도착한 목적지에선 가능하면 첫날 아침에 햇빛을 30분 이상 쬐는 야외 스케줄을 잡는 것이 수면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날이 흐리거나 스케줄상 햇빛을 못 보게 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자기 전 먹는 멜라토닌 한 알이면 충분히 행복한 수면을 즐길 수 있다. 외국의 경우는 의사 처방 없이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고 국내에서는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단 제품별로 멜라토닌의 양이 차이가 있어 반드시 검증된 회사의 약물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대부분 첫날 1회 복용으로 시차 적응이 잘 되는 편이라 매일 복용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한국 해외 여행자들 스케줄이 그렇듯이 1주일이 지나면 우리 머릿속에 있는 수면 시계는 거의 90% 현지 적응을 끝낸다. 불행하지만 이제는 다시 돌아와서 1주 전의 상태로 시계를 되돌릴 때가 된 것이다. 귀국 비행 하루 전날은 이런저런 이유로 새로운 불면증이 생길 수 있으니 반드시 멜라토닌을 충분히 챙겨주기 바란다.
김광훈 〈맥수면 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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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훈 맥수면 이비인후과 원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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