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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 작품 프린트해 자기 것처럼" 대구 출신 설희자 작가 도작 피해 호소

2023-02-06
회화
설희자 작가의 '山竹(산죽)-푸른눈을 뜰 때', 2001년 서울갤러리 개인전에 선보인 작품. <출처=설희자의 2001년 서울갤러리 개인전 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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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자 작가의 작품을 도작한 A작가의 작품으로 지난해 9월 열린 '제21회 고양국제아트페어'에 전시됐다. 설 작가 측은 도작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희자 작가 제공>

대구 출신의 중견 화가가 자신의 작품이 허락도 없이 프린트돼 다른 작가의 그림으로 유통되는 도작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도작 피해를 주장하는 작가는 지역 대학 출신으로 20여 년 전부터 산죽 그림을 주로 그리고 있는 설희자 중견 작가다. 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도작 된 것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열린 제21회 고양국제아트페어(9월29~10월4일)를 통해서였다. 당시 페어를 찾았던 지인인 한 원로화가는 "설 작가의 산죽 그림이 페어에 나와 있다"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며 알려왔던 것.


설 작가는 당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지인이 보내준 사진 속 작품은 자신의 2001년 서울갤러리 개인전 화집에 실려 있는 작품 '푸른 눈을 뜰 때'와 판박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현재 자신의 화실에 있는데, 아트페어에 A작가의 작품으로 출품됐다고 하니 표절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며칠 뒤 페어가 열리는 전시장을 방문해 자신의 작품과 판박이인 A작가의 작품을 확인한 결과, 프린트 작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에 전시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화집 그림과 전시 중인 그림을 비교해 보여주면서 표절이라며 작품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설 작가 측은 "결국 A작가가 설 작가의 작품을 도용했다고 인정해 작품은 전시장에서 내려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양국제아트페어를 주최했던 고양미술협회 관계자도 "당시 페어에 걸렸던 A작가의 작품이 설 작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이유에서 작품을 내린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설 작가 측은 "A작가는 설 작가의 화집 속 그림을 사진을 찍거나 복사해 컴퓨터에 입력하고 작가명과 제작년도 등을 지운 뒤 고성능프린트기로 프린트해 덧칠 등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A작가가 '프린트했다'라는 표현을 쓴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기계가 아니고서야 이렇게 똑같이 그리기는 불가능하고, 작품을 직접 봤던 원로 화가들도 이건 프린트한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수차례 인터넷 검색을 해본 결과, A작가가 설 작가의 그림을 표절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을 총 7점 찾았다. 그 중 한 점은 제작 년도가 2008년으로 돼 있었다. 오랜 기간 도작이 이어져 온 것으로 추측된다"며 억울하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설 작가 측은 A작가와 만나 '그동안의 작품 리스트와 설 작가의 작품을 표절한 그림을 모두 가지고 와서 이야기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설 작가 측은 "A작가가 '선생님의 작품을 도용해 죄송하다'고 그저 용서를 바라면서 형편이 되면 선생님의 그림을 구입하고 싶다는 말만 반복했다"면서 "오랜 시간동안 우리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아 더 이상 이야기가 진척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렇게 덮어버릴 수는 없는 일이라 판단해 설 작가 측은 지난해 11월 변호사를 선임한 뒤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발했다. 특히 도작을 한 A작가가 서울의 한 재단 전직 대표, 모 대학의 전 특임교수와 국립현대미술관 정책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던 작가여서 이번 사건에 침묵할 수 없다는 것이 작가 측의 입장이다.


도작 사건에 대해 처음 설 작가에게 알렸던 원로작가는 "설 작가의 산죽 그림은 깔끔하고 날카롭다. 화가라도 쉬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은 아니다"면서 "A작가는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기관에 요직에 있었던 사람인데 이렇게 남의 그림을 표절한 것이 이번에 들통이 난 셈으로 도의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설 작가 측은 "남이 애써 만들어낸 창작품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훔치는 그릇된 행위다. 다른 사람의 창작활동을 훔쳐서 사용하고 심지어 전시·판매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렇게 분명한 사건도 흐지부지되면 앞으로 저작권 시비는 혼란 그 자체일 것이라는 생각했다"고 호소했다.


영남일보는 A작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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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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