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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권 법무법인 효현 대표 |
요즘 부동산 가격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자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매수인이 잔금 기일이 지나도록 잔금을 지급하지 않아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나 상가건설 분양을 위해 지주들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시행사들이 분양시장 급랭과 PF 중단 등으로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지급을 미루면서 지주들과 사이에 계약해제 등의 분쟁이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상식으로는 매수인이 잔금기일에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곧바로 계약이 해제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법리상 계약해제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대법원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쌍무계약에 있어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계약해제권이 발생하려면 계약을 해제하려고 하는 당사자는 쌍방채무의 이행기일에 자기채무의 이행제공을 해 상대방을 이행지체에 빠지게 함으로써 해제권을 취득한다"라고 판결했다.(대판 79다553, 대판 82다340, 82다카796 등)
즉, 부동산 매매계약은 매수인의 대급지급의무와 매도인의 목적물이전의무가 대가적인 관계에 있다고 해서 쌍무(雙務)계약이라고 한다. 서로 동시에 이행해야 할 관계에 있기 때문에 매수인이 잔금기일에 이행하지 못했다고 바로 해제되는 게 아니라, 매도인도 잔금기일까지 소유권 이전서류의 제공 등이라는 이행의 제공을 완료해야 한다.
문제는 매도인이 잔금기일까지 이행제공이 어렵다는 점이다. 먼저 소유권이전서류로 등기필증(등기권리증), 매도용 인감증명서, 주민등록초본, 인감도장, 주민등록증, 부동산 거래 신고 필증 등이 있는데, 이 서류 등은 준비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매매계약서에 매도인이 잔금기일까지 목적 부동산에 설정된 각종 제한권리(근저당권, 가압류, 압류 등)를 말소하고, 임차인 등 점유자의 명도를 완료할 의무가 기재되어 있는데, 이러한 제한권리 말소와 명도완료는 매우 어렵다. 잔금을 받아야 대출을 갚고, 세입자 보증금을 주고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매도인 본인의 명도는 잔금 후 일정 기간 내에 하는 것으로 약정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매매부동산의 권리관계가 깨끗하고 명도가 필요 없다면 위 소유권이전서류만 제공하면 될 것이지만, 통상 건물에 세입자가 있고, 대출로 인한 근저당권 등이 설정되어 있기 마련이다.
아무튼 제한권리가 설정돼 있거나 세입자가 있다면 매수인이 잔금기일을 도과한 것만으로는 계약해제를 할 수 없다. 소유권이전서류 제공에다가 제한권리 말소, 명도완료까지 이뤄져야 해제가 가능한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효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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