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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의 정변잡설] 좋은 의사를 만나는 법

2023-02-08

[정재형의 정변잡설] 좋은 의사를 만나는 법
정재형 (변호사)

전문직(profession)이란 온전히 자본주의의 산물인데도 불구하고 자유경쟁이라는 자본주의 원칙과 친하지 않은 직역이다. 의과대학이나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원을 국가가 관리하는 이유도 직업교육의 질과 그 배출량이 사회적 비용 그리고 국민의 복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문직 종사자에게는 각종 공적 규제와 공익적 의무를 부과하는 반면 면허 없는 사람이 그 일을 하면 국가는 형사처벌까지 동원한다. 다른 한편 전문직을 양성하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길고 특수하기 때문에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본인이 원치 않는 한 자격을 주고 일거리를 줄 의무가 국가와 우리 사회에 있기도 하다.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조종사가 되기에 족한 교육을 받고 그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갖추었는데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부족하니 육군으로 복무하라고 하거나 반대로 적기가 영공을 침범했는데도 조종사가 없어 최첨단 전투기가 격납고에서 잠을 자고 있어서는 아니 되는 것과 같다.

코로나가 숙질 때까지 논의를 잠정 중단했던 의대 정원 증원정책이 다시 추진된다고 하는데, 과거 경험에 견주어 쉽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전문직을 양성하면서 이제껏 질이 문제 된 적은 없었고 총량만 늘 다투어졌다. 위에서 본 것처럼 의사나 변호사의 신규 배출량은 시장에만 맡겨둘 수는 없고 일정 부분 국가가 나서야 하는데, 개입의 시기와 정도에 있어 국민의 복리보다는 전문직 단체의 입김이 우선했기 때문에 늘 시끄러웠다. 전문직의 수요와 공급이 현재 적정선에서 잘 부합하고 있는지, 10년 후 인구증감과 같은 사회변화에 맞춘 전문직의 적정 수급 따위는 통계적 방법을 통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다만 반비례 관계에 있는 전문직의 수와 그 수입에 관하여, 그 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돈을 얼마나 벌어야 하는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다.

우리나라 의사 수와 평균수입을 OECD 평균치와 비교한 통계를 보면 수는 절반, 소득은 두 배쯤이라고 하므로 국제적 기준에 맞추자는 의견이 무난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명분이라도 수를 늘리면 수입이 줄어드니 그것을 반길 의사 선생님은 많지 않을 것이고, 그분들의 심기를 거슬리면서 정책을 안착시키기 쉽지 않았던 과거의 예를 돌아보면 고민이 시작된다. 현재 수득 수준을 기준 삼아 의사 수를 OECD 평균치로 늘리되 향후 소득수준이 기준보다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그만큼 수가 인상과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되는데, '전교 1등'에게 의대 말고 다른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는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업보인가 싶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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