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 최고의 달마도'로 평가받고 있는 김명국의 '달마도'. |
 |
독일 성오틸리엔 수도원이 대여 형식으로 반환해 왜관수도원이 소장하고 있는 '겸재화첩'. 〈매경출판 제공〉 |
 |
배한철 지음/매일경제신문사/388쪽/2만원 |
'문화재보호법'에는 국보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게 되어 있다.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큰 것, 제작 연대가 오래되고 그 시대를 대표하는 것, 제작 기법이 우수해 그 유례가 적은 것, 형태·품질·용도가 현저히 특이한 것, 저명한 인물과 관련이 깊거나 그가 제작한 것 등 그 기준이 해석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다. 이처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국보·보물 지정 권한을 가진 문화재위원의 영향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스포츠 경기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 실력을 갖추고도 우승을 하지 못해 메달이나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지 못한 선수를 흔히 '무관의 챔피언'이라고 한다. 이 책에선 문화재 중에서도 존재하는 '무관의 국보'를 조명한다. 역사적으로 예술적으로 가치 있지만, 국보·보물로 지정되지 않은 걸작 문화재는 전국 국립박물관에 산재해있다. 저자는 이를 '무관의 국보' '무명의 국보' '이름 없는 국보' 등으로 부른다.
문화재를 취재해온 저자는 예술사적·역사적 의미를 고려할 때 국보·보물로 충분히 지정되어야 하지만 여러 이유로 그렇지 못한 유물을 접하며 놀랄 때가 많았다. '세계 최고의 달마도'로 평가받는 조선 최고의 기인 화가 김명국의 '달마도'나 강물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긴 선비를 그린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는 비지정 문화재이다. 두 작품 모두 미술 교과서에 실려있고,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작품이지만, '무관의 국보'다. '변고양이'로 불리던 영모화(翎毛畵·새나 짐승 등을 그린 그림)의 1인자 변상벽의 고양이·닭그림도 그렇다. 천재 영모화가들이 그린 영모화 중 리움미술관 소장의 '화조구자'만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2005년 독일 성오틸리엔 수도원이 대여 형식으로 반환해 왜관수도원이 소장하고 있는 겸재화첩도 국보·보물 목록에 없다. 대여 형식으로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소유권은 독일에 있기 때문이다.
책에선 우리 국민이 잘 모르는 비지정 명품 문화재 35점을 선별해 미술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역사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저자는 국보와 역사에 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이 책에서 흥미진진하게 전한다. 국보 발굴 현장으로 독자를 초대하기도 하고, 국보가 제작되기까지의 뒷이야기, 국보에 숨겨진 옛사람들의 생각과 관점도 살펴본다.
책에선 동양조각사의 최고봉 석굴암 본존불을 능가하는 무명의 통일신라 철불 등 절절한 문화재 이야기부터 '물멍(물을 보며 멍 때리기)'하는 선비 모습을 묘사한 '고사관수도'에 숨겨진 조선 최대 정치사건, 8폭 병풍에 어린 조선 개혁 군주의 왕권 강화 야심, 조선이 가난했다는 인식을 허물어 버리고, 활력 넘치는 18세기 말 평양 모습을 그린 '평안감사향연도' 등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펼친다.
저자는 "문화재는 국민 소유로 국민 모두가 보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아직도 조상이 남긴 우수한 문화재의 상당수를 모르고 있다"며 "문화재는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면 국민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된 무관의 국보들도 앞으로 우리 국민과 더욱 친해지고 아울러 한국인에게 높은 문화적 긍지를 심어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