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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끼' 포스터. 쿠팡플레이 제공 |
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 사기 사건으로 기록된 '조희팔 사건'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다단계 사기 피해를 소재로 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드라마 '미끼'가 인기를 끌면서다. 조희팔 사건은 2004~2008년 대구를 중심으로 발생한 초대형 사기극으로, 의료기기 임대 사업을 통해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무려 7만 여명을 끌어모아 5조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최근 쿠팡플레이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미끼' 역시 피해 금액이 5조원에 이른다는 설정과 주범이 중국으로 밀항한 뒤 사망했으나 살아있다는 의문, 경찰 간부의 연루 의혹 등을 다루고 있어 조희팔 사건과 흡사하다.
실제로 조희팔은 2008년 중국으로 밀항한 뒤 종적을 감췄다. 이후 2011년 중국 옌타이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투명한 관 속에 누워 숨진 모습이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이듬해 경찰은 이 영상과 중국 공안이 발급한 사망확인서 등을 토대로 조희팔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피해자와 조희팔을 추적한 사람들은 그가 살아있다고 믿고 있다. 이들은 조희팔이 밀항 전부터 중국에 투자 형식으로 돈을 빼돌려 도피 기반을 마련하고, 중국 군부·공안·폭력조직 등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드라마상 수사당국의 비호 의혹도 실제와 비슷하다. 조희팔 측근 등으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억대 뇌물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은 검사와 수사 정보를 흘려 형이 확정된 경찰 간부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 여기다 가장 최근 투자한 투자자의 돈을 앞선 투자자에게 수당으로 지급하는 돌려막기식의 전형적인 '폰지' 사기 유형을 다뤄 수법도 조희팔과 판박이다.
하지만 정작 이 드라마를 연출한 김홍선 감독은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 삼지 않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달 열린 언론시사회 및 제작발표회에서 "특정인을 모델로 삼았다기보다는 2000년대 초중반 국내에서 많이 일어난 사기 사건들을 취합해 작품에 녹이려 했다"고 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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