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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화하는 대구시민정신

2023-03-01

2월21~28일 대구시민주간

국채보상운동, 2·28정신 계승

과거에만 매몰될 필요 없어

시대 흐름 따라 진화 불가피

인류애 품고 한 단계 성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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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예상치를 훨씬 웃돌았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으나 상상 이상이었다. 대기 줄이 꼬리를 물었다. 입장하는 데만 무려 1시간 남짓. 이건희 컬렉션 '티켓 파워'를 새삼 실감했다. 2년 만에 다시 열린 특별전의 첫 주말, 대구미술관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또 하나 눈에 띈 것은 입장권을 무료로 배부한 점이다. 원래 입장료가 있지만 대구시민주간(2월21~28일)을 맞아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대구시는 시민주간 동안 각종 행사와 함께 시민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반면 시민주간에 대한 인지도는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다. 구심점이 되는 '시민의 날'이 변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개정 초기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대구시민의 날은 불과 3년 전인 2020년 새롭게 지정됐다. 이전까지 대구시민의 날은 '10월8일'이었다.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된 1981년 7월1일로부터 100일째 되는 날을 기념한 것이다. 역사적 상징성이나 시민 정체성과 관련성이 희박했던 터라 날짜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대구시는 여론을 수렴해 선호도가 가장 높은 국채보상운동 기념일(2월21일)을 시민의 날로 변경하고, 2·28민주운동 기념일까지 시민주간으로 행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대한민국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두 운동이 대구시민의 날·시민주간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국채보상운동은 시민 스스로가 호국 정신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남다르다. 강압이나 지시에 따른 행동이 아니었다. 대가를 바라지 않은 순수한 기부를 통해 나라를 지켜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실천한 것은 세계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훗날 국채보상운동은 독립운동의 밑거름이 됐고, 1997년 IMF 환란 시기 '금 모으기 운동'으로 재현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초석이 된 2·28민주운동도 맥을 같이한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이승만 독재정권에 맞서 대구에서 시작된 작은 물결은 전국으로 확산해 민주화의 물꼬를 텄다. 2·28민주운동은 광복 이후 최초의 민주화 운동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실로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은 대구시민 정신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대구시민주간은 다른 지자체와 달리 시민의 날만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8일간 행사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해 주인공인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다만 아직 홍보가 부족한 것과 여전히 '과거에서 정체성 찾기'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점이 아쉽다. 대구시는 올해도 △사투리 이쁘다 아이가 △대구 역사 아는 날 △역사 정신 계승 대회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시민 정신 계승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모습이다.

대구시민 정신은 과거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 더는 호국·독재 타파가 대구시민 정신이어서는 곤란하다.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힘, 누구보다 먼저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용기 등을 바탕으로 대구시민 정신은 이미 진화하고 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각종 국제행사를 통해 자원봉사자의 헌신·성숙한 시민의식을 세계에 알렸고,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또 한 번 위기를 극복하는 시민의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K컬처에서도 대구의 시민 정신을 찾아볼 수도 있다.

대구시민 정신은 앞으로도 시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변화하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박종진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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